구내서점에 들렀다가 뜻밖에 발견한 책은 미셸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동문선, 2007)이다. '삶이 예술이 되게 하라'란 제목의 리뷰를 어제 옮겨왔었는데, 마침 바로 그 주제에 관한 책이 출간된 것(알라딘에는 아직 입고되지 않은 듯하다).

책 이미지

1981-1982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강의를 펴낸 것인데, 불어본은 지난 2001년에, 그리고 영역본은 지난 2005년에 출간되었다. 푸코의 강의록으로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와 <비정상인들>에 이어서 세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이 강의록 시리즈의 책임 편집자는 프랑수아 에왈드와 알레상드로 폰타나이며, 이 책의 편집자는 <푸코와 광기>(동문선, 2005)의 저자이자 <미셀 푸코, 진실의 용기>(길, 2006)의 공저자인 프레데렉 그로이다. 책에는 이 강의의 특징과 출판과정에 대한 편집자의 자세한 해설이 부록으로 포함돼 있다.  

 

 

 

 

역자는 오래전에 저명한 푸코 연구서인 존 라이크만의 <미셸 푸꼬, 철학의 자유>(인간사랑, 1990)을 소개한 바 있고 미셸 푸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에 귀국하여 프랑수아 샤틀레의 <이성의 역사>(동문선, 2004)를 역간하기도 한 심세광 박사이다. 모처럼 무게 있는 저작이 최적의 역자를 만나 출간되었기에 안도감이 든다. 20쪽에 이르는 해제성 역자서문도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1982년 1월 6일부터 3월 24일까지 행해진 강의에서 푸코가 주로 다루고 있는 텍스트는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 등이다. 역자가 잘 정리해놓은 바에 따르면,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고대의 자기 기술둘, 특히 스토아주의와 에피쿠로스주의의 자기 기술들을 연구하면서 고대인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결코 던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해낸다."

"고대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가해야 할 노력이 있었다면 그것은 발견해야 할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해야 할 행동의 문제였다. 고대에 자기와 자기를 분리시키는 것은 '인식'의 거리가 아니라 '현재의 자기'와 '생이라는 작품'의 거리였다는 점을 푸코는 강조한다. 고대 주체의 문제는 자기를 인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작품의 재료로 간주하는 데 있었다.'"(25쪽) 푸코는 이를 일컬어 '실존의 미학'이라 명명한다. 이 주제에 관해서라면 <자기의 테크놀로지>(동문선, 1997)도 참고해야 하는 필독서이다.

책에는 시리즈의 공동편집자가 작성한 일러두기가 서두에 실려 있는데, 푸코의 독자라면 다들 알 만한 내용이지만 생소한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 옮겨보면, "미셸 푸코는 안식년이었던 1977년만 제외하고는 1971년 1월부터 1984년 6월 그가 사망하던 때까지 줄곧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강의했다. 그의 강좌명은 '사유체계의 역사'였다. 이 강좌는 쥘르 뵈유맹의 제안에 따라 콜르주 드 프랑스 교수협의회에 의해 1969년 11월 30일에 개설되었는데, 장 이폴리트가 죽을 때까지 맡고 있던 '철학적 사유의 역사'를 대체한 것이다."(31쪽)

그러니까 스승이었던 이폴리트의 후임으로 새로운 강좌를 맡게 된 것인데, "교수협의회는 1970년 4월 12일 미셸 푸코를 새 강좌의 교수로 선출했다. 그때 그는 43세였다. 미셸 푸코는 1970년 12월 2일 교수 취임 기념강의를 했다." 푸코와 교수직에 나란히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가 바로 폴 리쾨르였다. 그리고 푸코의 첫 취임강의는 이듬해 5월 <담론의 질서>로 출간되었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강의를 듣는 데에는 어떠한 자격요건도 필요하지 않았고 교수들은 지도학생을 가진 것이 아니라 청강생들만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어반 청강생'들을 위한 교본으로 생각하면 책값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듯하다.

국역본이 나온 김에 나는 도서관에서 이전에 너무 두꺼운 탓에 엄두가 나질 않아 대출하지 못했던 영역본을 대출했다(영역본은 556족으로 588쪽의 국역본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건 국역본의 페이지당 행수가 30행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역본은 35행이다). 그리고는 아예 영역본은 아마존에 주문했다. 배송료를 포함해도 국역본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그 정도면 책을 복사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이다. 영역본으로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의가 네댓 권 정도 번역돼 있는 듯하다.

Интеллектуалы и власть. Избранные политические статьи, выступления и интервью. Часть 2

한편, 러시아어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와 <비정상인들>이 번역돼 있다(이 중 <비정상인들>은 모스크바 체류시에 구입한 책이다). <주체의 해석학>의 경우에는 한국어본이 먼저 나온 셈이다. 러시아어본으로 최근간은 대담집인 <지식인과 권력> 2부(2005)이다. 1부는 지난 2002년에 출간됐었다... 

07. 03. 27-28.

P.S. 푸코가 주로 다루는 책 중의 하나가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라고 했는데, 이번에 우리말 번역본이 출간됐다. <알키비아데스>(이제이북스, 2007).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의 첫 권으로 나온 듯싶다. 소개에 따르면, "정암학당의 학자들이 7년간의 시간을 기울여 번역한 플라톤 전집 중 한 권.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라는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를 상대로 질문을 던져 가며, 알키비아데스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고 앞으로 해야 할 바를 자각게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에 걸쳐 질문을 주고 받는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의 모습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의 진미를 느낄 수 있으며, 위서 논란이 있지만 플라톤 사상의 전조(*전모)를 보는데도 부족함이 없다." 한국의 플라톤 수용에 있어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지 기대된다.

07.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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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而 2007-03-28 00:36   좋아요 0 | URL
* 영역본을 살려고 했는데 잘 됐군요. 역자가 '심세광'씨라서 믿음도 가고요. 고마운 정보 감사합니다.

로쟈 2007-03-28 01:1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예 영역본까지 주문해버렸습니다.^^;

來而 2007-03-28 01:27   좋아요 0 | URL
예스 24에서 꽤 싸게 파네요. 17, 420원... 2주 정도가 걸리니 저도 영역본을 주문해야 겠습니다. '삶의 미학적 차원' 혹은 '삶의 예술적 차원'이라는 주제는 정말 멋있는 것 같습니다. 푸꼬가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 때문 아닐런지요?

로쟈 2007-03-28 01:31   좋아요 0 | URL
알라딘도 빨리 '국제화'되면 좋겠는데요...

來而 2007-03-28 03: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스 24는 책 값의 10% 정도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줍니다. ^^* 물론 플래티넘 고객한테만요. 다른 고객에게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푸코와 교수직에 나란히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가 바로 폴 리쾨르였다." 이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군요.

이비 2007-03-28 09:47   좋아요 0 | URL
참고할 필독서로 <자기의 테크닉>을 소개해주셔서 검색해보았는데 잘 찾을 수가 없네요. 이 책도 역시 푸코의 저서인가요?

주니다 2007-03-28 11:52   좋아요 0 | URL
기대되는 책이군요. 번역본이 원서보다 훨씬 비싸네요. ㅎㅎ

로쟈 2007-03-28 14:42   좋아요 0 | URL
tavola님/ 제목을 제가 축약해버렸네요. <자기의 테크놀로지>입니다.^^;
주니다님/ 원서보다 비싼 게 요즘은 대세 같아요.--;

테렌티우스 2007-03-28 20:00   좋아요 0 | URL
하 희소식이네요. 그런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라는 국내번역서의 정확한 제목은 원저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가 되어야 맞습니다.

이 제목은 푸코가 주장하는 바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의 이른바 '보수적인' 사람들이 기존의 윤리적 정치적 가치를 비판받을 때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푸코가 비판적으로 인용한 내용을 따른 것입니다.

그래서 불어원서도 그대로 "Il faut defendre la societe"로 출간되어 있지요(알라딘 넷에도 인용부호 없는 사회를 보호한다로 잘못 되어 있지요). 즉 일종의 비판 혹은 비아냥(?)식의 책제목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사실 푸코가 말하고 싶은 것은 - 제목을 얼핏 들었을 때의 일반적인 느낌과는 정반대로 - 차라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라는 반문에 더 가깝지요.

이는 예를 들면 독일 제3제국 시절의 어느 한 나치주의자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말이 당시 가졌을 정치적 함의를 생각해보면 그 뜻을 잘 알 수 있지요...

여하튼 로쟈님, 빠른 소개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로쟈 2007-03-28 22:2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국역본도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나와 있구요, 제가 누락시키긴 했지만.^^; 푸코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오해의 소지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나저나 테렌치우스님의 활동도 기대가 됩니다.^^

2007-03-28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3-29 14:00   좋아요 0 | URL
**님/ 제가 알기에 푸코는 권력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공모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자세한 건 맥락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2007-03-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렌티우스 2007-03-29 23: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해야 할텐데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