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강의를 마치고 창원에 내려왔다. 창원에서는 매달 한 차례씩 러시아문학 강의가 있다. 이번 학기에는 주로 영문학을 강의하고 있지만 러시아문학강의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학기에는 19세기 프랑스문학과 러시아문학, 그리고 20세기 미국문학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학강의라면 20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자각적으로 세계문학 순례에 나선 건 2015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작가나 작품에 더 초점을 맞추어 강의를 기획했었다(<신곡>이나 <파우스트> 같은 대작 읽기). 그러다 제인 오스틴부터 시작하는 영국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2016년에 19세기 프랑스문학을 강의하면서 나대로 근대문학사에 눈을 뜨게 되었다(미셀 레몽의 <프랑스 현대소설사>가 내게 안목을 갖게 해준 책이다). 다시 한순번이 돌아서 영문학과 프랑스문학을 차례로 다룬다고 하니 감회가 없지 않다(올가을 영국문학기행에 이어서 내년가을에는 프랑스문학기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물론 똑같은 반복은 아니고 작가와 작품에 변화를 주면서 확장해가는 방식이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여섯 편 가운데(<레이디 수전>을 포함하면 일곱 편), 첫 강의에서는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을 읽었고 올해에는 <노생거 사원>과 <설득 >을 읽었다. 이번 여름에 <에마>까지 다루면 <맨스필드파크>만 남는다(번역본이 가장 적은 작품이기도 한데 일단은 다음 강의를 위해 남겨놓았다). 디킨스의 경우에도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 가운데 일단 대표작으로 <위대한 유산>을 읽었고 각기 다른 기회에 <어려운 시절>과 <두 도시 이야기>를 다룬 다음에 올해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다. 강의에서 더 다룬다면 <데이비드 코퍼필드>와 <황폐한 집>, 그리고 <작은 도릿> 등이 후보작이다. 그맇게 되면 대략 절반 이상, 번역서 가운데서는 80퍼센트 가량을 읽은 게 된다(디킨스의 장편 완성작은 14편이다). 디킨스에 더하여 올해는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읽었다.
대략 4-5년 정도의 주기를 갖고 있기에 아마도 2023년쯤에 다시 영문학 강의를 하게 될지 모르겠다(변수가 없지는 않다. 새 번역본이 나온다든가 하는). 그리고 그게 아마도 세계문학 일주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러한 강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책으로 정리하는 게 목표.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종료될 것이다. 무언가 다른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때 가서 알게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