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바닷가
바닷가로 가는 길은 길고 홀쭉하여라

바닷가에는 바닷가의 풍경이 주인이지
바닷가의 선을 긋는 건 파도의 일
쓰고 지우고 반복하는 건 파도의 변덕이지

내가 적은 이름도 있었을 테지
파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을 테지만
머나먼 바닷가의 머나먼 이름

바닷가의 무대에선 동선을 알려달라는 듯
갈매기가 끼룩댄다

갈매기의 대사는 누가 적는 것일까
머나먼 바닷가로 함께 가자던

개를 데리고 가자던
머나먼 바닷가에 가보면
다시금 멀어지는 머나먼 바닷가

언젠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었지
우리도 한때는 바닷가의 풍경이었지
바닷가의 그네와 바닷가의 벤치 사이로

얼마나 많은 변덕이 덮쳤던 것일까
지금은 갈매기마저 퇴장하고
나 혼자 쓰다 지우다 반복한다

머나먼 바닷가 이제는 텅빈
머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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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4-2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덕이 바닷가만 덮쳤던 것은 아니었으니
한때 바닷가의 풍경이기도 했던 난
이젠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뿐이네요.
바닷가에게

로쟈 2019-04-27 00:00   좋아요 0 | URL
세월의 힘이죠.~

로제트50 2019-04-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바다는 놀이터.
커서는 그냥 바라만 보는 바다.
몇 해전 케이블카 타고 물결 위로
건너던 바다.
머나먼 바닷가 (표현이 맘에 들어요).
이렇게 바다는 점점
관념적으로 변해가네요...

로쟈 2019-04-28 09:18   좋아요 0 | URL
네, 청춘이 관념적으로 변해가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