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가장 고대하는 책 중의 하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생각의나무, 2007)이다. 역자는 역시나 김종건 교수인데, 상품 소개가 뜨지 않아서 책이 범우사판을 한 권짜리로 다시 내는 것인지 개정된 내용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달라진 내용이 없다면 일종의 '트릭'이다). 제목이 <율리시즈>에서 <율리시스>로 바뀐 이유도 잘 모르겠고(그냥 '차별화 전략'인가?).

 

 

 

 

나로선 범우사판의 <율리시즈>를 모두 갖고 있고, 역자의 <알기 쉽게 풀이한 율리시즈>(범우사, 1997)도 챙겨놓은 지 오래이다. 다만 이 세기의 문제작을 완독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간혹 여름방학때면 조이스학회에 주관하는 '율리시즈 강독' 강좌가 개최되곤 하는데, 언젠가부터 한번 들어본다고 마음만 먹다가 두어 차례 흘려보내고 말았다.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던 것인데, 덕분에 2종류 갖고 있는 <율리시즈>의 원서도 책장에서 자고 있다. 게다가 범우사판 <율리시즈>와 관련서들이 모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라 이번에 나온 책이 개정번역판이라면 새로 구입해볼 생각을 품어본다. 그런 생각의 와중에 문득 '준비'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이 페이퍼를 쓴다.

 

 

 

 

먼저 조이스에 관한 책들을 챙겨둘 필요가 있겠다. 리처드 앨먼의 평전 <조이스1,2>(책세상, 2002)가 일단 챙겨두어야 하는 소장도서(조이스 컬렉션을 마저 채우려면 돈푼깨나 깨지겠다). 나는 이 두툼한 평전 대신에 얄팍한 조이스 두 권, 곧 데이비드 노리스의 만화 <조이스>(김영사, 2006)와 프랭크 스타터의 <30분에 읽는 제임스 조이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을 챙겨두고 있는데, 상황을 봐서 용적을 늘려야겠다(사실 문제는 책값이 아니라 꽂아놓을 공간이다). 거기에 국내서를 보태자면 나영균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정우사, 1999), 김학동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건국대출판부, 2001)를 꼽아볼 수 있겠다. 두 권 모두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들이다.  

<더블린 사람들>에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거쳐서 <율리시즈>에 이르는 조이스의 여정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여러 종의 번역서들이 나와 있다). 다만 거기에 덧붙여 횡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도 있다. 러시아작가 나보코프가 세계 4대소설로 <율리시즈>와 함께 꼽은 책들인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경우 국내 유일의 완역본(국일미디어, 1998)이 현재는 절판중이지만 같이 읽어두어야 할 고전이다. 거기에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문학과지성사, 2006)까지가 그 네 권의 소설들이다(카프카의 경우엔 <변신>을 꼽았는지 아니면 다른 작품을 꼽았는지 헷갈리긴 하다). 모두 20세기 전반기에 각 언어권별로 세게문학이 산출해낸 걸작들의 목록이다.

 

 

 

 

그리고 종적으로 읽어야 할 책은 물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06)부터이다. 이 방대한 고전도 읽어내려면 상당한 견적을 요한다. 영역본도 한두 종 정도는 갖춰놓는 게 좋겠고(인터넷에 떠 있긴 하지만 편의상) 해설서도 챙겨두도록 하자. 피에르 비달나케의 <호메로스의 세계>(솔출판사, 2004)나 강대진의 <고전은 서사시다>(안티쿠스, 2007)가 적절한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아우구스테 레히너란 오스트리아 작가가 다시 쓴 <오디세이아>(문학과지성사, 2006)도 번역/소개돼 있다. "그리스 서사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쓴 작품. 원전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의의를 그대로 전하는 동시에 읽는 재미를 준다.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 글을 수록해 장대한 텍스트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준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화도 함께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책이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새물결, 2001). 문학사의 모더니즘에 대한 도발적인 재평가/재서술을 시도하고 있는 이 야심만만한 책의 한 장이 '<율리시즈>와 20세기'에 바쳐져 있다.

Улисс

개인적으론 지난 2004년 모스크바 체류시 러시아어본을 구하고자 했었던, 하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 책이 세 권 있는데, <율리시즈>는 그 중 하나이다(<모비딕>과 <특성없는 남자>가 다른 두 권이다). <율리시즈>의 경우는 러시아어본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너무 고가였다(기억에는 3만원이 넘는 액수였다). 

Улисс

그러는 사이에 작년에 보다 대중적인 판본의 새 번역서가 나왔다(역자가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감스러운 건 인터넷서점에서 품절중이라는 것. 내가 <율리시즈>를 읽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손대볼 수 있는 건 이 러시아어본을 손에 넣는 일이다...

07.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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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4 03:08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퍼갑니다.

류스케 2007-03-04 10:28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분이군요 ^^ 추천하고 갑니다~

biosculp 2007-03-04 13:31   좋아요 0 | URL
지금 강대진의 고전은 서시시다 를 읽고 있는데 글이 간결하면서 번역투가 아니라 머리복잡하게 하지 않고 뚜렷이 읽히게 만듭니다. 더불어 고전읽기의 해법이라는 책머리의 제목처럼 고전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니(들어갈지는 들어가야 하니 아직은?) 최근 읽은 책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근데 혹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기위하여라는 페이퍼를 쓰신적은 있나요.
열린책들에서 새로운 판본을 210질 낸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면
달려들어볼 계획인데요.

로쟈 2007-03-04 14:42   좋아요 0 | URL
두분의 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전은 서사시다>는 서점에서 보고 바로 손에 들 뻔한 책인데, 책값을 보고서 다시 내려놓은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책들임에도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들을 안 하는 것인지(실제로 많이 안 팔리는 것인지) 저자의 책들이 주로 고가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선 다른 페이퍼들을 좀 쓴 게 있습니다. '새로운 판본'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는데, 210질 한정본인가요?..

biosculp 2007-03-04 16:10   좋아요 0 | URL
새로운 판본이 아니라 겉표지가 새로운것입니다. 한정본이더군요.아직 나오지는 않고 출판사에서 가격고민중인것같더군요.

로쟈 2007-03-04 19:0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이미 전집 초판을 갖고 있는 데다가 여러 권의 '빨간책'을 소장하고 있어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2007-03-05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3-05 13:38   좋아요 0 | URL
**님/ 햇빛비둘기님의 정보를 참고하시길...
햇빛비둘기님/ 목돈 들어가게 생겼네요.^^;

로쟈 2007-03-05 15:35   좋아요 0 | URL
주석 말씀하시는 거지요? 저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박스에 있을 뿐입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소 2007-03-07 06:52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조만간 '율리시즈'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마침 이 책 발간 소식을 듣고 살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로쟈님 페이퍼 보니 구매의욕이 불끈 솟아 오릅니다. 아주 알찬 페이퍼네요.^^ 추천 꾸욱!!

로쟈 2007-03-07 23:04   좋아요 0 | URL
다소님/ 이 카테고리가 '로쟈의 낚시'랍니다.^^
**님/ 메일 드렸습니다. 감사.^^

2007-03-13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3-14 23:04   좋아요 0 | URL
**님/ 그러셨군요. 강선생과는 직접 면식은 없지만 한다리 건너서 예전에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잔혹한 책읽기>가 나오기 전에). 저에 대한 '온갖 소문'은 뜻밖인데 아직 숨어계신 분들이 다 드러나지 않은 탓이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