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과 이번겨울 미국문학 강의에서 포크너를 다시 읽으며 다룬 작품은 <성역>(1931)과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1930), 그리고 <곰>(1942) 등이다. 언젠가 적었지만 <곰>은 독립된 중편이 아니라(별도로 단편으로 발표된 적은 있다) 장편 <모세여 내려가라>의 한 장이기에 이 장편이 완역되어야 한다(역자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해설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댜).

강의를 마치며 몇 가지 소감을 적자면, 먼저 포크너의 작품이 더 번역돼야 한다는 것(이건 이미 했던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미 나와있는 번역본들도 다시 번역되면 좋겠다는 것.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와 <곰> 등은 복수의 번역본이 나와있지만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일급의 번역자가 옮긴 포크너는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보고 싶다.

또 한가지는 초심자를 위한 포크너가 있느냐는 것. 비유컨대 포크너는 경사가 완만한 바다가 아니라 바로 깊어지는 바다다(우리식으로는 서해가 아니라 동해에 가깝다). 그런 바다에서 초심자가 수영하기 어려운 것처럼 초급 독자가 포크너의 바다에 곧장 뛰어드는 것도 무리로 여겨진다. 포크너의 작품을 강의에서 다룰 때마다 ‘어려운‘ 말들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해명이다. 그럼에도 문학 독자라면 그의 작품들에 끌리지 않기도 어렵다.

현재 번역된 포크너의 작품들은 단편을 제외하면 모두 강의에서 읽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새 번역본이 좀 나와주어야겠다.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그럼 뭐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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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02-2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벌기 위해 성역을 썼다라는 작가의 말이 작품을 평가절하시키기는 커녕 포크너를 더 대단한 작가로 만든 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설명의 결과이기는 하지만요ㅋㅋ
에크리에 대한 쌤의 글은 저희 단톡에서 또다시 돌려보며 웃었습니다~^^

로쟈 2019-02-23 21:51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도 글감을 얻었습니다.^^

종이달 2022-05-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