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도 되먹임(피드백) 법칙이 작동하여 읽으면 읽을 수록 읽을 책이 더 많아진다(거꾸로 읽지 않기 시작하면 읽을 책도 줄어든다. 음의 되먹임이다). 이런 되먹임 작용에 의한 과부하를 어떻게,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데, 여하튼 아직은 읽을 책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무슨 책을 읽든지 거기에 따라붙는 책들이 있어서 그렇다. 독자우환이다.
어제오늘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문학동네)을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주로 카프카와 제발트의 관계와 두 사람이 북이탈리아 여행 행적이 관심 주제였다. 이와 관련하여 카프카의 가장 중요한 작품은 단편 ‘사냥꾼 그라쿠스‘다(여느 작품와 마찬가지로 그라쿠스 역시 카프카의 분신적인 주인공이다). 카프카 전집에는 물론 수록돼 있지만 여느 선집에는 빠져 있는 작품. 그렇지만 작품의 의의나 주목도에서 보자면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아야 할 정도다. 꼼꼼한 독서를 요구한다는 얘기다.
‘사냥꾼 그라쿠스‘를 수록하고 있는 앤솔로지로는 <카프카, 비유에 대하여>나 <칼다 기차의 추억> 등이 있다. 민음사판 <변신>이 단편집으로서는 가장 많이 읽히지만 아쉽게도 ‘그라쿠스‘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런 문제적인 미발표작까지 포함한 단편집이 나오면 좋겠다. 강의의 편의를 위해서도 그렇고 카프카 독서를 위해서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