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설마 이런 뒷북성 제목을 내가 달았을 리는 없다. 오마이뉴스의 뒷북성 기사의 제목이 그럴 뿐이다(알라딘에서 맨날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입증해준다!). '씨네마떼크 탐방'을 다루는 기사가 연재되는 듯한데, 두번째 꼭지가 지난번에 소개했던 아스트라 테일러 감독의 <지젝!>이다. 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관련기사'로 옮겨놓는다. 나와 무관하지도 않기에...
오마이뉴스(07. 01. 15)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라캉도 어려운데 지젝에게까지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다가 뜻밖에도 '오!재미동'에서 귀한 다큐멘터리 자료를 한 편 만났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겸 문화연구자 슬아보예(*슬라보예) 지젝을 다룬 다큐멘터리 물이다. 슬아보예(*기자분이 아직 감이 없나 보다) 지젝은 현존하는 지식인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고, 국내에도 그의 다작으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지만, 다큐멘터리로 그를 접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006년 가을 종로의 '스펀지'에서 열렸던 서울영화제에서 지젝에 관한 영화가 한 편 상영되었다는 소식을 나중에 알게는 되었지만 보지는 못했다. 그 영화가 이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반가웠다(*단순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다니. 서울영화제에서 상영된 건 <지젝의 기묘한 영화강의>였다). 국내에는 출시가 물론, 되지 않았고 'ZEITGEIST FILMS'라는 곳이 판권을 가진 DVD로 물건너 온 것이였다. '오!재미동'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은 로쟈라는 분이 자막을 입혔고, 지난 12월에는 상영회와 강의도 있었다고 한다(*어떻게 '-했다고 한다'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DVD케이스의 표지에 지젝(Slavoj Zizek)은 "문화이론의 엘비스(The Elvis of cultural theory)"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젝은 인문학 동네에서는 남자 마돈나 취급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돈나가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것보다 더 정기적으로 책을 발표"하고, "동시대의 정치적 무관심에서부터 이웃집 닭한테 잡아먹힐까 봐 걱정을 하는 남자에 관한 조크에 이르기까지" 주제로 삼아 끊임없이 주절대는 수다쟁이 철학자이기도 하다(*이건 나의 서평 멘트를 옮겨온 것이다).
그런 그는 '대중문화로 철학을 더럽히는 철학자'로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엄밀히 말하면, 쉘링)로부터 정신적 세례를 받은 진정한 좌파철학자이다. 전 지구적 세계화문제부터 모국인 슬로베니아의 정치적 현실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고민하고 글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한편, 자신을 스스로 스탈리니스트라고 주장을 하는 공산주의자이기도 하다. 동구에서는 공산당 정권의 몰락 이후 좌파들이 서유럽보다도 더 비난과 공격을 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현실 좌파로서의 선택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에 슬로베니아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그의 회고에 의하면, 당시는 그의 사상이 현재보다는 오른쪽이었고 다원주의사회 지향적이었다고 한다.
<지젝>에 나오는 자료화면을 보면, 그의 정당은 자유민주당(Liberty Democratic Party)이다. 하지만, 이 당명을 우리식으로 '자민당' 정도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역사적, 현실정치적 문맥에 따라서 똑같은 '자유'와 '민주'도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대단히 정치적으로 활동적이었고, 1989년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으로 영어권 학계와 이론계에 등장하여 불과 15년이 지난 현재 당당히 우리 시대의 사상가 반열에까지 올라있다. 현재는 구체적 정치보다는 출판과 담론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젝!>은 사실 그의 이론세계를 다 알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의 여러 강연들과 인터뷰를 보면서 때론 오해를 했을 법한 그의 퍼스낼리티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었고, 그가 사실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령, 라캉 정신분석학과 쉘링철학, 마르크스레닌주의 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특히 보스턴에서의 강연을 보면 그가 여러 이론상의 적들, 특히 페미니스트의 공격에도 쟈크 라캉의 철학을 고수하고, 그가 일종의 흥행수단으로서 택한 자신의 강의와 저술방식에 대한 변명을 듣게 되어서 이채롭기도 하다.
혹시 최근 인문학, 철학, 문화연구 동향에 관심이 있어서 지젝의 세계에 대해서 한 번 공부해 보고 싶다면, 먼저 아스트라 테일러의 71분짜리 다큐멘터리 <지젝!>을 한 번 시청하고, 지젝 입문서로 엘피출판사에서 간행한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으면 그의 여러 저서들을 직접 독파해 보라! 현대사회와 정치현실, 대중문화와 서구의 주요정치·문화담론에 대한 나름대로 식견이 생기게 될 것이다.(심정곤 기자)
07. 0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