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허수경 시인의 부고를 접했다. 말기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지난여름 타계한 황현산 선생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 놀라지 않을 준비라고 해야 하나. <슬픔 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1988)가 시인의 첫 시집이었고 나도 처음 읽은 시집도 그렇다. 이후 딱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진주 출신이어서 ‘진주 여자‘라고 입력돼 있었는데, 이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고학을 공부한다고 했고, 박사학위까지 마쳤다는 얘기는 훨씬 나중에 들은 것 같다. 그래도 간간이 시집과 산문집이 나왔고 나는 몇권의 시집을 더 읽었다. 최근에 재간된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펴보다가 근황에 관한 기사를 읽었고 해를 못 넘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상에 남길 말들은 다 하고 떠난 것인지 궁금하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주문했다. 검색해보다가 안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밖에 신문집들은 갖고 있다. 생전에 안면이 있었던 건 아니어서 나로선 오직 책으로 만나고 헤어진다. 마지막 시집을 읽으며 시인과 작별하게 될 터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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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10-05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버티시리라 여겼는데...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로쟈 2018-10-09 16:36   좋아요 0 | URL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