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에 들어갔다가 '알라딘서점 조유식 대표'란 타이틀이 눈에 띄어 클릭해보았다. '명사 추천도서' 연재의 한 꼭지인데, '명사'가 조유식 대표이고, 그의 '추천도서'가 <바람의 그림자>(문학과지성사, 2005)이다(이 소설은 소설가 후배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알라딘서재를 무료로 임대해주고 계신 '대표(업자)'님에게 사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 기사를 옮겨온다. 알라딘의 직원들은 쑥쓰러워서 못할 테니까.

북데일리(06. 12. 08) 조유식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는 자사 플래티넘 회원이다.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보용으로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은 서평용으로 직원들이 읽고, 자신은 책을 구입해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책 구입비로 보통 월 15만원 정도를 쓴단다(*오타가 아닌가 해서 한참 들여다봤다. 150만원이 아니라 15만원이라고? 나도 '플래티넘 회원'이긴 한데, 그래도 나보다 구입비가 적다는 것은 의외이다. '직원'에게는 90% 할인해준다면 모를까).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효형출판. 2003)는 최근 조 대표의 도서 구입 목록에 이름을 올린 책. 30여 년간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와 방송국에서 정치, 경제부 기자로 일한 저자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에 걸친 대장정을 기록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이 여행이 모두 도보(徒步)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올리비에는 1년에 3개월씩, 네 번에 걸쳐 무려 12,000km를 걸었다고 한다(*이 책이 '시리즈'인 줄은 이번에 알았다. 얼마나 걸었으면!).

조 대표는 최근 알라딘을 통해, 웹 2.0에 기반을 둔 블로그 수익모델 ‘생스 투 블로거(TTB)’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TTB는 누리꾼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책, 음반, DVD 리뷰가 알라딘에도 게시되고, 고객이 그 리뷰를 읽고 상품을 사면 블로거에게 판매가의 3%, 구매자에게 1%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그러니까 알라딘 서재가 무료라고는 하지만, 외부 블로거에 비해 TTB의 2%가 덜 배분되는 걸로 보아 나름대로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고 있는 셈이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서점도 진화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정작 조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시대를 초월한 고전들인 듯하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꼽았다(*음, 이건 마음에 든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문학과지성사. 2005)는 조 대표가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 배경은 스페인 내전 직후의 바르셀로나. 주인공 소년이 우연히 갖게 된 한 권의 책과 그 작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 복수와 배신, 부재와 상실 등을 이야기하는 장편소설이다. 책은 2002년 스페인의 ‘최고의 소설’, 2004년 프랑스의 작가, 비평가,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심의회에서 그해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고아라 기자)

06. 12. 09.

 

 

 

 

P.S. 하여, 정리하자면 우리의 대표님은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바람의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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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09 12: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재밌군요.

끼사스 2006-12-09 14:07   좋아요 0 | URL
<바람의 그림자>는, 제겐, 너무 반듯해서(≒너무 잘 써서) 별로 인상에 안 남는 책이었습니다만…. 근데 '책 구입비 15만원'을 정색하고 기사 리드에 올린 건 로쟈님 만큼이나 제게도 생뚱맞게 느껴지네요. ㅎㅎ

로쟈 2006-12-09 22:11   좋아요 0 | URL
그게 너무 잘 생겨도 정이 안 간다는 얘기가 있으니까요...

맑음 2006-12-09 22:12   좋아요 0 | URL
발행인이나 편집자, 서점주인들은 일로써 읽는 책 말고 스스로 즐거워 읽는 책이 한 달에 몇 권이나 될까 평소 궁금했었는데, 재미있는 기사네요.^ㅅ^ 로쟈님, 한 달에 15만원이면 적은 건 가요? 전 꼼꼼하게 책 한 권 읽는 데 3일 거려요. 그럼 일주일에 2권, 한달이면 8권. 책 한 권이 이만원 안팎이면 8권에 15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군요. 전 가난해서 도서관에서 대부분 대출해 읽지만요.^^; 언제더라, 조유식 대표님 문장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정독형이라는 글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로쟈 2006-12-09 22: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정독할 수 있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지요. 하지만 모든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사실 모든 책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달에 15만원은 많은 액수가 아니지요. 최소한 수입의 10%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맑음 2006-12-10 00:38   좋아요 0 | URL
책 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관, 공연 등 다른 문화 매체에 응수하는 것 까지 포함해서 전 수입의 10%p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계부 작성해보면 10%p도 꽤 클 껄요. 일로써 읽는 책(관련 분야나 학습으로써 책읽기)말고 순수하게 "아~ 책이 고프다."란 강한 호기심으로 읽는 책은 한 달에 몇 권 되세요? 같은 직장에 동료들과 비교해서요. 이건 순전히 저의 호기심이 어린 질문이니, 실례라면 말씀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전 발행인이나 편집자들은 자기네 출판사에서 내는 책 외엔(일로써 책 읽기), 거의 안 읽을 것 같은데 로쟈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로쟈 2006-12-10 01:19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에 의무로 읽어야 하는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도 상당 부분 자발적인 의지를 포함하고 있어서(제가 좀 게을러서 억지로 무슨 일을 하진 않습니다) '강한 호기심으로 읽는 책'이 구별되지는 않습니다. 그냥 많은 책을 '보고' 몇 권을 '읽습니다'. 사실 읽고 떠들거나 끄적거리는 게 직업이기도 해서 '일'과 분리하기가 어렵네요. 단, 교양과학서들을 읽을 때는 '휴식'이란 느낌을 좀더 많이 갖습니다.^^

맑음 2006-12-11 19:35   좋아요 0 | URL
그럼 로쟈님에게 다른 장르의 책들은 늘 구매대상이라 보면 되고 "교양과학서"들이 어떻냐에 따라 구입할 책목록에 많이 올라올 수도 적게 올라올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답변 감사드립니다.^ㅅ^

로쟈 2006-12-11 21:49   좋아요 0 | URL
그게 저로선 '교양과학서'를 쓸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습니다. 구경하고 경탄하면 되는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