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철학을 강의하러 가는 길
시와 철학도 지하철로 가야 한다
아침 출근길 만원은 아니어도
거의 만원
가장 철학적인 시가 무엇이었나
궁리하면서 전철을 기다리고
김춘수의 꽃이라고 할까
우리는 모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할까
의미가 되고 싶다고 시인이 고쳤던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잠시 두리번거리고)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지
명명행위로서 언어가 갖는 존재변환의 힘
그런 걸 얘기할까 하지만
그게 그렇게 깊이 있는 철학이고 발견인지
그런 걸 시로 표현했다는 것뿐이지
그렇잖아 혼자 설득하고
김춘수는 릴케를 노래하기도 했지만
누가 김춘수를 노래하는지
릴케처럼 노래하는지
그런데 꽃은 가장 난해한 한국시지
진달래꽃과 나그네와 서시 중에서
님의 침묵을 넣어도 그래
대중의 생각이 그래 가장 난해하기
어려운 시가 가장 난해하고
난해한 시는 쉽다고 해
김소월의 산유화가 얼마나 난해한지
갈봄여름없이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먼후일은 또 얼마나 난해한지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잊고
먼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이 난해한 시제를 보라
김수영의 풀은 또 얼마나 난해한가
풀이 울다 웃다 누웠다
일어났다만 반복하는 시
난해한 게 철학의 기준이면 가장
철학적인 시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려니
남구로 지난다 아직 더 가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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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원래 난해한 건가요?
아니라면 언제부터 난해해진 건가요?
이 난해한 시를 찢어보고 헤쳐보고 씹어보면 덜난해해지긴 하나요?
시 강의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로쟈 2018-05-03 13:38   좋아요 0 | URL
김춘수 시 말씀인가요? 나중에 해독법 강의를 마련하겠습니다.~

모맘 2018-05-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도 시강의 부탁드립니다~

로쟈 2018-05-04 10:47   좋아요 0 | URL
네 검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