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뻔한 일인지도 모르죠
사랑한 사람들과 사랑할 뻔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모르는 인연이죠
모르는 꽃들도 향기를 뿜는 것처럼
잊혀진 사람들도 자국을 남겨요 여기
이렇게 잊혔노라 때로는 그때에 잊혔노라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잊고 그때에
그런 건 아니에요
내게 시슬레 소녀는 절반만 잊혀진
잊혀지다 만 소녀죠
언젠가 시슬레의 초원을 선물해주고 떠난 소녀
알프레드 시슬레를 가장 좋아한다고
시슬레의 풍경화를 좋아한다고
구름과 목책이 있고 초원이 펼쳐진 그림을
방문에 붙여놓았죠
아침마다 풀밭에서 잠이 깼어요
술을 마신 날도 마시지 않은 날도
초원으로 걸어가듯 하숙방을 나서서
구름들과 하루를 배회하고
풀꽃들의 안부를 물었죠
아침마다 중얼거렸어요 시슬레
마네 모네 드가 시슬레
언제나 넘버 포였어요 시슬레
풀꽃 향기가 날 것 같은 소녀를 나는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뻔한 일이었는지도 모르죠
풍경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녀는
버섯을 좋아했죠 자원식물을 사랑했죠
소녀를 사랑했느냐고요?
모르는 인연이에요 다정하게
만나고 배웅하고 다시
만나지 않았어요 내겐
시슬레만 남았죠 시슬레의 초원만
남아서 시슬레 소녀를 기억했죠
그런 이야기예요
그렇게 잊혀졌죠 그녀에게
그녀가 나를 기억할까요?
우리에겐 저 구름이 전부일 뿐이에요
전부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