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독자(전문독자나 열성독자)에게 큰 산처럼 버티고 있는 작가로 발자크나 디킨스를 나는 첫 손에 꼽는다. 소설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이라 안 읽을 수는 없고 읽기엔 너무 작품이 많은 대표 작가들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읽을 것인가'를 매번 생각하게 되는데, 디킨스의 초기 대표작 <데이비드 코퍼필드>(1849)도 그에 해당한다. 자전적 소설이고 디킨스 스스로는 가장 아꼈다는 작품이니까 안 읽어볼 수는 없는데, 일단 분량이 상당하고 그간에 마땅한 번역본도 없었다.



소설가 신상웅 번역의 동서문화사판 정도가 있었을 뿐인데,이번에 '비꽃 세계 고전문학 시리즈'로 번역돼 나왔다. 이 시리즈는 김옥수 번역가의 1인 번역 시리즈로 주로 조지 오웰과 디킨스의 작품이 목록을 채우고 있다. 새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3권짜리. 강의에서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선택지가 생겨서 반갑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럴 것 같은데, 나도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때문에,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호밀밭의 파수꾼>보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먼저 읽었거나, 혹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만 읽은 경우는 희소하지 않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홀든의 이야기 서두는 이렇다.


"정말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우리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가 않다. 우선 그런 일들을 이야기하자니 내가 너무 지겹기 대문이고,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했다가는 부모님이 뇌출혈이라도 일으킬 것 같기 때문이다.


좀 우습긴 하지만 '데비이드 코퍼필드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어야 하는 것. 



디킨스의 작품으로는 <위대한 유산>과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어려운 시절>을 주로 강의에서 읽는데, 욕심을 내자면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는 <황폐한 집>도 다루고 싶다. 문제는 역시나 현재로서는 동서문화사판밖에 없다는 점.이 또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싶다. 


 

참고로 김옥수판으로는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어려운 시절>, <크리스마스 캐럴> 등 국내에서 읽히는 디킨스의 대표작들이 모두 나와 있다. <황폐한 집>도 추가되면 좋겠다...


18.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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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2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산이 너무 많다는 것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큰 산들의)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문제네요

로쟈 2018-04-23 14:58   좋아요 0 | URL
인생 길지않아서.^^;

2018-04-23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4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easdd 2018-04-2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문화사판은 번역이 좋지 않은가요?

sprenown 2018-04-24 21:08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는 악명높은 출판사입니다
베끼기 전문!

로쟈 2018-04-2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번역이고 휴대가 불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