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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인류학 -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카이에 소바주 5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평점 :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뷰 쓰려고 들어와 보니 다른 분들의 평가가 좋지 않아서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평가할 때 약점이 있는 책인 것은 맞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록이어서 정리가 덜 된 부분이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저자 자신이 기존의 합리적 형이상학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측면은 동시에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우선 전자는 실재로 강의를 듣는 듯한 현장감과 경쾌함을 느끼게 한다. 2년 동안 <까이에 소바쥬> 강의가 이루어진 <주오 대학>은 최고 레벨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는 그저 중간 정도의 학교다. 따라서 저자가 구사하는 화법은 보통 정도의 인문적 소양을 지닌, 고등학교 무난하게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쉬운 화법으로 신화, 민속, 인류학, 정치, 경제, 종교, 과학을 망라하는 흥미진진한 세계를 발빠르게 오가는 이 강의는 대학 시절, 두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 들곤 했던 인기 강좌들을 떠올리게 한다. 단언하건데, 아주 즐겁게 읽히는 책이다.
근대적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측면이다. <합리적 이성>이란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지만, 때로는 그 뒤에 숨어 있는 권력의 의도를 교묘히 위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종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절대 권력들을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국민국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상적으로는 <기독교>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제시하는 진리에 대하여 "믿습니다!"라고 말해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최선인지 의문을 품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교육 받은 사람이 져야 할 중요한 의무이다. 저자의 방식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대안적 사고는 분명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역자 후기에 소개된 저자의 다마 대학 예술인류학연구소 소장 취임사 가운데서 재미 있는 표현을 발견했다. 현대인은 가축화되고 있다. 야생의 사고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 <국민국가>와 <자본주의>라는 목장의 울타리를 깨부수고 어두컴컴한 신화의 숲으로 달려나가는 상상으로 나는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