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세계제국 - 아시아총서 제7권
임대희 / 신서원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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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도 더 전에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던 할리우드 영화에서 희화화된 칭기스칸을 본 기억이 있다. 공중전화 박스를 타고 과거로 날아간 주인공들이 만난 칭기스는 전형적인 야만인이었다. 이런 영화를 만든 미국인들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역시 몽골에 대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역사적으로 몽골 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한국인이 가진 몽골상은 말을 탄 침략자 정도인 듯 하다.

저자는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 팽배한 몽골에 대한 편견이 명대에 편찬된 악의에 찬 元史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포함했던 이 거대 제국을 기록한 다른 기록, 페르시아어로 쓰여진 제국의 正史인 Jami at-Tavarikh 즉, 集史를 바탕으로 대제국의 역사를 조망한다. 한문과 페르시아어 유럽어 등으로 기록된 많은 사료를 두루 아우르는 저자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번영하던 세계 제국의 화려한 모습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강한 전사이고 실리에 밝은 상인이며, 태양을 숭배하고 부족의 결정을 존중하는 소박한 유목민이기도 했던 수백년 전의 몽고인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저자의 펜 끝에서 연구 대상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몽골 제국과 고려의 관계를 다룬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저자는 '이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전쟁을 계속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칭찬하면서도 '민중을 희생하고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시킨 반세기 가까운 장기전을 치르는 것 외에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나라인 일본에 대한 '국가로서의 상대에 대한 응대감각이 극히 희박했다'라는 엄격한 비판에 비하면 정말로 조심스런 표현이지만, 삼별초의 활약만을 거듭 강조하는 학교 교육이 애써 무시했던 당연한 질문을 일깨운다. 무신정권과 '왕정 복고'에 대한 외국인 시점의 해석도 획일화되고 미화된 역사를 배운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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