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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천 이야기 - 한일 목욕문화의 교류를 찾아서
다케쿠니 토모야스 지음, 소재두 옮김 / 논형 / 2006년 1월
평점 :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중년 남자, 문학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 호기심 많은 성격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하고 봄. 재일한국인인 아내의 영향으로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음."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그려지는 저자의 모습이다. 우연히 들른 동래온천의 허심청에서 본 옛 온천지의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해 근대의 사료부터 한문으로 된 조선 선비들의 입욕기까지 온갖 사료들을 뒤지고, 해운대에서 금강산까지 유명 온천지들을 발로 뛰며 한국인들도 몰랐던 한국의 목욕 문화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이는 이런 아저씨다. 역사 전공은 아니지만 사료를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고, 사실과 의견을 깔끔하게 구분하여 제시하는 데서는 오랫동안 학문적인 글들을 다루며 터득한 익숙함이 느껴진다. 덕분에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신뢰감이 든다. 일상적이면서도 좀처럼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소재를 골라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제시했고, 목욕탕 사람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알라딘의 책 소개에서 이 책을 보고 꼭 사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주무대인 동래온천이 내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온천장에 있는 여자중학교의 이름이 有樂이라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불건전한 상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어쨌든 그곳이 나의 모교이다. 중산층 거주지역이 가까운 여유 있고도 자유분방한 교풍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정든 거리의 풍경이 떠올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