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도시를 좋아하고 시골생활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유는 이 책에 모두 나와있다.
사람의 무리가 작으면 작을수록 점점 더 개인을 용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건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이 몇몇씩 짝지어 다니면서,
내가 이 생각을 하면 친구도 이 생각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처럼,
유치하고, 저열하며 폭력적이다.
사생활이 없어진다는 것은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것을 알려들고, 숨기고 싶은 문제도 캐내고 들려 하며,
멋대로 나를 동정하거나 조종하거나 충고하고 경고하려는 타인의 태도는 얼마나 불쾌한 것인가.
다정함과 친밀함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사실은 누군가가 술안주 삼아 씹을 치명적인 실수를 하길 바라고
그걸 두고두고 떠올리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모를 분노를 뒤집어 씌우는 간악한 행위를
어떻게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레이븐 블랙"에 등장하는 고립된 섬 셰틀랜드의 사람들이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롭고 모두가 친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들이 의식적으로 심어놓은
우열의 계급이 존재해서, 가장 우등한 것은 역시 부자들이나 교육자 쪽이고,
가장 열등한 것은 산속에 혼자 외로이 사는 지능이 떨어지는 못생긴 노인이다.
8년전, 소녀의 실종에 노인은 별 증거없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변태로 낙인찍혀 고립되었으며,
8년후, 또다른 소녀의 죽음에 노인은 영락없이 살인자로 찍혀버리게 된다.
너무나 외로워서 집앞을 지나는 누군가 그의 집에 들러 차를 한잔 마셔주면 몇년이 행복한 이 노인을
사람들은 늘 따돌렸었고, 사건이 터지면 노인부터 의심한다.
어쩌면 그들은 그가 당연히 범인이어야 한다고 몰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눈에 띄는 존재를 아무 이유없이 미워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인 셰틀랜드섬 주민들 중에서 유일하게 강한 사람은 이 노인 매그너스가 아닐까.
타인의 속좁기 이를데 없는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워하지도 않는 사람-
따돌림 당하면서 살아왔어도, 외로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사람.
모두가 똑같은 것을 행하고, 똑같은 것을 바라봐야 자신이 인정받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자신만으로 존재해왔던 사람.
좋은 사람이란 인기 있는 사람과 동일한 말이 아님에도, 인간의 편견은 무섭도록 가차없는지,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사람들은 가장 밖으로 나와 타인의 부러움을 받는 양지의 존재들을
가까이 두고 싶어한다.
 
어째서 일까.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진 것을 이용해 누군가를 해할수도, 이용할 수도 있는데.
무섭지도 않나.
편견에 갖혀 사람의 우열을 정해버리는 자신들의 은밀한 욕망이 누군가를 죽여간다는 것이
그렇게도 즐겁나.
 
<레이븐 블랙>은 자유분방하고 개인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캐서린이라는 소녀의 죽음을 통해
8년전에 소녀가 사라진 사건을 재조명하고, 셰틀랜드 섬 주민들의 파괴 욕망과 은밀한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미국식 스릴러 소설처럼 강렬하거나 속도감 있지는 않지만
영국식 추리소설 특유의 고전적이고 섬세한 맛을 간직한 소설로,
감각적인 제목처럼, 살인사건 역시 무척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게하는
비밀스러움이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미지도, 생각도 없이 속도감 뿐인 미국식 스릴러 소설을 싫어한다.)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났다.
큰 저택에 갖혀 사는 노인의 이야기.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을 만들었고,
어느 날 공놀이를 하던 아이가 굴러가버린 공을 줏으려다가 노인과 만나 그의 진가를 알게되는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얘기를 떠올리며,
누군가 매그너스 노인의 초라한 집에 들러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다정하게 말 걸어주기를 바랬다.
이 나약해보이지만, 강한 노인에게 누군가 행복할 권리를 쥐어주기를.
 
 
p.s 블랙 캣 시리즈는 언제나 표지가 예뻐서 소장하기 좋다.
(심지어는 재미없어도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표지만으로는 장르소설 출판사 중 최고가 아닐까-싶은 나 혼자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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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과 색다른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블랙캣 시리즈는 만족스럽죠^^

Apple 2007-06-2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넷...^^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돈과 신뢰.
세상에서 가장 매치되기 힘든 위험한 두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두가지를 함께 두고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관계는 완벽하다.
기리노 나쓰오의 2002년작, <아웃>을 쓰고, <부드러운 볼>을 쓰고, <그로테스크>를 쓰기전에 썼던
<다크>를 요약하는 가장 함축적인 말은 "돈"과 "신뢰"이다.
<다크>에서 등장인물들은 고작 몇백만원 되는 돈에도,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을, 사랑을 배신해버린다.
애초에 그들에게 얄팍하고 차가운 공생관계는 있었을 지언정, 신뢰가 바탕에 깔린 끈끈한 정은 없었던 것처럼.
 
사립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년의 여자 무라노 미로는 마흔살이 되면 죽기로 한다.
마흔살이 되려면 2년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녀의 삶은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에 쫓기고 있다.
엄마, 남편, 사랑했지만 자신이 배신했던 남자-모두 죽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꿋꿋히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 많은데, 미로는 왜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을까.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누군가를 믿지도 못하는 자신의 삶에 지쳐버린걸까.
여기서 그치면 참 다행이겠지만, 미로는 혼자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녀시절까지 조금 무뚝뚝한 부녀관계라고만 믿고 있었던 자신의 의붓아버지를 죽일 생각을 한다.
 
의도는 했지만,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의붓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한 결과 살인이 아닌 살인을 하게 되어버렸고,
마흔살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미로는 현장에서 도망쳐버리고,
장면을 목격(?)한 의붓아버지의 내연의 처가 죽이겠다고 미로를 찾아나선다.
의붓아버지와 친한 동료였던 대만 출신 야쿠자 데이 역시 다른 이유에서 미로를 찾아나서기 위해,
한때는 미로의 친구였던 게이 도모베를 구슬려 시각장애인 여자, 야쿠자, 게이-
어울리지 않는 세 사람은 미로를 쫓기 시작한다.
미로는 도망칠 곳을 찾아 거리를 헤메이다가 한국인 여권브로커 서진호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부산으로 도피하게 된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답게도 처음부분과 끝부분이 전혀 달라,
읽으면서 예상할수 없게도 만들면서 차츰차츰 변질되어가는 소설이다.
추악한 거리, 온통 괴이하도록 낯선 사람들, 하지만 차마 부인할수 없게 만드는 인간의 독-
기리노의 소설들이 늘 그렇듯이 암흑과 절망, 폭력과 독기로 가득차있으면서,
한가지 결과나 반전을 미리 정해놓고 쓰는 것 같지는 않은 즉흥성의 놀라움이 낯설게 읽는 내내 밀려온다.
 

인터뷰에서 기리노 나쓰오는 세상은 점점 희망이 없어질거라 말한다.
그리고 그 얘기를 자신의 딸에게도 해준다고 했다.
이 암흑과 불결한 독기로 가득찬 도시의 추격전을 바라보면서,
인간이란 참 믿을만한 존재가 못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녀가 이야기 했던 희망없는 미래는 이 소설에서 볼수 없었다.
어쩌면 진짜 세상에는 원대한 포부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은 이미 못말리는 몽상가일지도 모른다.
그런 원대한 포부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미래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무언가 있지 않은가.
"네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어."하는 소망들.
가끔은 누군가에게 요구받으므로써, 상대방을 들뜨게 하는 그런 소망들-그것이 희망이 아니라면 과연 뭘까.
마흔살이 되면 죽겠다던 미로는, 누군가를 만나 더 살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결심에 도장이라도 찍듯이, 아이를 낳기로 한다.
돈에 배신당했고, 돈때문에 누군가를 배신했던 여자-이 비열하고 간악한 여자는 사랑을 하고나서 변한다.
믿고 있는 사람이 있고, 보이지는 않아도 또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다시 만나겠다는 결심을 하는 이런 것이 희망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 특별히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은 완전히 암흑은 되지 않는다.
인간의 미래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한번쯤 얘기해본적이 있던가.
"날 믿어,제발"이라고.
기억이 나지 않아서, 언젠가 한번쯤 해보기로 했다.
정말로 믿을수 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초반부터 술술 잘도 읽혔던 책이고, 끝까지 도대체 얘기의 끝이 뭘까 궁금해하면서 열렬히 봤긴 하지만,
다 읽고나니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었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까지, 미로가 의붓아버지를 죽이려했던 정확한 이유를 감을 잡지 못했다면
내가 너무 둔한걸까.
전체적으로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소설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것이 "미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 소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기리노 나쓰오의 모든 소설중에서 가장 정통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소설이 아닐까도 싶고...
 
이 책은 칼보다는 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먼 거리에서 쏘아진 총알같았다.
비정하고, 투박하고, 한편으로는 애틋한-. 
 

p.s 책을 들추다가 깜짝 놀랐다. 표지의 여자와 그 뒷편에 인쇄된 기리노 나쓰오가 너무 닮아서...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표지가 아니어서,
겉포장을 무척 따지는 편인 나같은 얄팍한 독자는 그 점이 역시 아쉽다.
종종 오타가 나있거나, 따옴표 표시가 잘못되어있는 부분이 많이 보여서 편집 완성도 역시 아쉽다.
 
p.s 2. 생각보다 많이 우리 나라가 등장하고, 그중에서도 부산이 소설의 주무대라고 할수 있는데,
내가 서울에서만 살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나라소설이라서일까,
책 읽는데 왜 부산도 외국같이 느껴지는건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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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책이 모두 두꺼운 책이라, 책쌓기 놀이하는데 자꾸 무너지더군요.-_-;
깜빡 잊고 주문못한 레이븐 블랙과 기생충제국을 오늘 샀고,
(진짜 하루배송이 되나 시험해보고 싶어서 알라딘에서 아침에 레이블 블랙을 한권 주문했는데,
저녁때 집에 도착했더군요~오오오오~)
어쩌다보니 애꿎은 책이 하나 더 와버려서 새책 14종 세트 완성!!
책들이 거의 두꺼운 편이라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도 드네용.

와아...요번에 산 책중에 제일 예쁜 책!!!
종이질과 인쇄된 그림의 조화가 느낌이 굉장히 좋심미다.
노란색 트래싱 페이퍼 띠지도 참 예쁘고요.

음침한 기담문학집.
삽화도 예쁘고, 빽빽하지 않으 글씨도 그렇고, 꼭 암울한 동화책 같은 느낌이군요.^^
오랜만에 사는 블랙캣 시리즈.
블랙캣 시리즈의 책들은 딱히 완전히 실패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밌는 경우도 없다는...
가장 최근에 나온 시리즈 "저주받은 피"와 "레이븐 블랙".
둘다 두툼~합니다.
이번에 산 책중에 가장 얇은 두권의 책.
책 디자인과 재질이 굉장히 비슷해서 시리즈같습니다.
드디어 손에 넣게 되는군요. 기리노 나쓰오 아줌마의 다크...ㅠ ㅠ으흑...
기이한 성장기인 "가위들고 달리기".
책을 사면 DVD 추첨 증정 이벤트에 자동 응모되는데, 과연 이벤트에 걸릴수 있을까요?-_-?
뭐 이따위 책도 다 읽냐...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_-;
겉에서 보기엔 외계생물이 출현하는 쌈마이 SF 공포소설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냥 정말 기생충에 대한 생물학책입니다.-_-;
그냥, 기생충이 좀 궁금해서요.......
서문만 읽어봤는데, 서문부터 재밌습니다.-_ㅠ
5만원 이상 주문한 사람에게는 공짜책을 준다고 해서 "인생이 그림같다"를 신청했는데,
대체 "뼈 모으는 소녀"는 왜 온걸까요?-_-;
누가 실수한 것같습니다.^^;
아무튼 나야 그냥 주면 좋지..-_-이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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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위들고 달리기 님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Apple 2007-06-1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왠지 쑥쓰러운걸요..^///^후후

향기로운 2007-06-1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많군요^^ 쌓아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겠어요^^;

Apple 2007-06-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헤헤...책쌓기를 저도 해보고 싶은데, 책꺼내면 다시 집어넣기가 너무 귀찮아서
새로온 책들은 가끔 쌓아봅니다..^^헤헤..

2007-06-16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7-06-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문고에서 다크 샀는데 비닐 뜯으니 폰줄이 두 동강 되어 있던.... ㅠ ㅠ

쥬베이 2007-11-2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사진은 아름다워요ㅋㅋㅋ
<빅토리아의 발레> 책이 정말 예쁘네요. 저도 보관함에^^
 

알라딘 서재가 두 번째 버전으로 갈아입는다고-얼마전부터 공지를 해놓더니
어젯밤부터 드디어 바뀌어서 내 서재도 나름대로 단장을 해보았다.
현재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이거야 곧 안정화 될 것같고...
개인적으로 이전 서재에서 가장 싫어했던건, 디자인도 아니요, 기능도 아니요,
다름 아닌 띄어쓰기였는데, 띄어쓰기 간격이 너무 커서 리뷰를 쓸 때 다른 편집기를 이용해서 붙여넣기를 하는게
몹시 번거롭고 짜증이 났단 말이다.
고건 어떻게 고치지도 않냐.-_-;

왜 이렇게 띄어쓰기 간격이 큰걸까?
한줄쓰고, 왕창띄고, 또 한줄 쓰고 왕창띄고- 글을 완전히 다 붙여쓰면 읽기 싫고-
간격이 큰 띄어쓰기는 개인적으로는 외관상 몹시 엉성해보여서 싫어잉.

그리고 뭔가 네이버 블로그에 비해 디자인이 몹시 산만해보이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아마도, 링크 색지정을 각각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지정된 색깔이 배경과 어울리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포스트 배경색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흰색아니면 투명, 두 개밖에 없으니 이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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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1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점이 많이 보이죠 ㅜ.ㅜ

Apple 2007-06-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게다가 오랜만에 마이리스트나 한번 써볼까 했더니 상품검색이 안되네요.^^;;
요런건 곧 나아지겠죠 뭐...^^

어머 2007-06-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너무 예뻐요~ 분위기 좋아요~

Apple 2007-06-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헷..^^
 
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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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더더욱이, 원하든 원치않든 다소 세상에서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더 그렇지 않을까.
 
조용하게 삶을 영위해나가던 역사교사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의 인생은
어느날 동료교사가 추천해준 영화 한편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주 의미심장하게 추천한 그저그런 시시한 영화에 그의 삶이 흔들린 이유는
영화속에서 비중없는 한 무명배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똑같이 닮아버린 그 사람-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그의 존재에 자신의 존재감이 흔들려버리고,
무모하게 그의 존재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독일의 도플갱어 전설에 따르면 세상에는 나와 닮은 사람이 두명 더 있다고 한다.
얼굴에서부터 누구나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내 고유의 지문까지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 역시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처럼 그의 존재를 확인하려 애쓰지 않을까.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증명할수 있는 증거가 얼마나 될까.
자신에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을 사람이라면,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수 있을까.
나는 그것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에 의해서 증명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고, '나'를 알고 있으며, 나의 성격과 취향,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
부모, 사랑하는 사람, 친구에 의해서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임을 증명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닮아서 그들도 헤깔릴 지경이라면- 그리고 나를 똑닮은 누군가가 나를 연기하고 있다면,
그래도 증명될수 있을까.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에서 존재의 증명이 되는 것은 바로 옷이다.
외형으로 존재감이 흔들리고, 또다시 외형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책에서는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은 존재 증명이 될수 없다. 그들 역시 나의 존재감을 헤깔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인간불신주의에다가, 비관적인 생각일수 있겠다.
고작 바꿔입은 옷 하나로,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버린다.
그 속에 존재하는 나만이 알고 있는 나는, 타인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하면서 고개가 기웃거리면서도, 일면 수긍할수도 있는 이야기.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그의 도플갱어와 자신을 두고 "복제"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외형이 똑같은 것으로 내가 흔들려버린다는 얘기는 어쩌면 세상에 너무도 비슷한 사람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형이 다른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복제처럼 동일한 감각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그래서 껍데기 뿐인 외형이 똑같아져버리면, 구분할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그것이 일괄된 사회성의 폐해가 아닐까.

중반 부분의 흐름이 너무나 더디어서 읽기가 버겨웠는데, 속도감있는 후반부에서야 정신을 쏙 빼놓고 볼수 있었다.
띄어쓰기, 따옴표 표식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에서 지루한 흐름을 느끼거나,
순간의 이야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그 책을 그만 읽어야하는 뜻이 되기도 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에서 순간의 이야기를 놓쳐버리면 곧 흐름을 놓쳐버리고 헤메어버리기 때문이다.
무척 더디고 힘든 독서였지만, 흐름을 잃지 않아서 후반부에서야 내가 주제 사라마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느릿느릿 흘러가다 어느 순간 쥐도새도 모르게 반전을 맞이하고,
소설 내내 정체성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사실 말하고자 했던 것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만다.
의문을 던져놓고, 해결하기도 전에 또다른 의문을 던져놓는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무엇일까.
주제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눈먼자들의 도시, 동굴, 도플갱어-에서 말하고자하는
우리가 인간이 이유는 무엇일까.
이 노인 주제 사라마구는 인간이기 위한 조건으로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수치심,
<동굴>에서는 진실에의 탐구, <도플갱어>에서는 자신의 존재증명욕구를 제시한다.
인간을 인간으로써 바라보고자 하는 주제 사람마구의 소설들은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역설적이지만,
대부분은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인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그의 또다른 도플갱어인 자신의 책들에서는 말이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인간을 좋아할수도 있지만, 자신과 다른 인간을 동경할수도 있다.
내가 주제 사라마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절대로 가지지 못할 그 어떤 것이 그에게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눈뜬 자들의 도시>로 건너가볼까.
눈먼 사회에서 눈뜬 사회로- 그러나 언제나 눈멀어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 할아버지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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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1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 사라마구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ㅜ.ㅜ

Apple 2007-06-1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리뷰 다쓰고 다른 리뷰 훔쳐보는데, 물만두님 리뷰도 보이더라고용...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