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죽음의 가면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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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흑백영화를 볼때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떤 내용이든 간에, 꿈을 꾸는 것 같은 음산한 몽환이 느껴진달까.
요즘 영화는 아무리 재밌어도, 그런 독특한 느낌을 가지기 힘든데,아마도 그런 것이 고전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지어진 공포소설을 보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되는데
이런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공포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와 러브크래프트이다.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축축한 공포는 악몽과도 같다.
삐뚤어진 욕망과 광기-흡사 그들의 소설은 광기를 찬양한다.
(에드거 앨런 포가 "엘레오노라"에서  "광기야말로 최고의 이성"이라 말했언 것처럼...)
요즘 공포소설처럼 자극성은 좀 떨어질지라도, 좀더 끈적이고, 한기가 느껴지며, 낭만적이기마저 한 구석도 있다.
그래서 내가 고딕문학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음산하며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은 것은 내가 초등학교때인데,
그 책의 제목은 "검은 고양이"로, 검은 표지에 고양이 눈구멍이 그려져있던 책이었고,
에드거 앨런 포의 가장 유명한 단편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황금충같은 작품들이 실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마음에 읽었던 "검은 고양이"가 어찌나 무섭던지,
기회가 닿는대로 친구들에게 무서운 얘기를 들려준다며 여러번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도 친구들도 무척 어렸기 때문에, 그 얘기에 무서워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지 안좋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괜히 자극한게 아닐까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되기도 한다.)

새로 출시된 에드거 앨런 포의 고딕 공포단편집 "붉은 죽음의 가면"에 수록된 작품중에
이미 봤던 것도 있고 처음봤던 것도 있지만,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것들은 간혹 내가 약간 곡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어셔가의 몰락"같은 경우는 어린아이가 읽기에는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광기와 그에 반하는 양심의 불안정한 조화는 에드거 앨런 포 공포소설의 특징-
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살인이나 악행을 자기 스스로 정당화 시키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마음속의 양심으로 불안함에 떨며, 그것이 파멸을 초래한다.
이런 예민하고 극도록 신경질적인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의 성격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
"베레니체". "리지아", "엘레오노라"같은 여자이름이 제목인 단편들은
지금은 죽은 사랑했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이는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이 죽음의 강을 건너게 내버려 둘수 밖에 없었던 과거 여인들에 대한 그리움이 잘 나타나있다.
특히 "베레니체"같은 경우는, 이 당시 소설이라고 믿기 힘들게도 시체애호증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한층 음산하고 불쾌해지는 단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는 <M 발드마 사건의 진실>, <베레니체>, <검은 고양이>, <폴짝-개구리>,
<아몬티야도 술통> <어셔저택의 붕괴>가 재밌었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오는 고딕 기담문학 총서-내용은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양장이 예쁘고
삽입된 그림들도 이야기와 잘 어울어져 전체적으로 무척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책실이 없어서 읽는데 굉장히 불편해서, 겉보기에는 예쁘지만 가독성이나 편리함은 많이 떨어진다.
(결국 띠지로 책갈피를 대신해 가며 읽었다. 계속 접어놓았더니 띠지가 찢어지려고한다.)
또, "어셔가의 몰락"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굳이 "어셔저택의 붕괴"라고 번역해놓은 점은
어딘지 굉장히 거슬린다. 뜻이야 거기서 거기로 비슷하지만,
어감상 어셔가의 몰락쪽이 익숙하고 마음에 드는 건 괜한 생각일까.
또 앞으로 나올 소설들을 보니, 이미 나왔던 소설들도 몇개 보여서 아쉽다.
이미 가지고 있는데 또 사고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왜 냈던 것만 계속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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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4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 2007-08-05 22:50   좋아요 0 | URL
네...제 아이디와 함께 나온다면 저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없는 글솜씨이지만,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ㅠ ㅠ흐흑...
 
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읽을 책이 많아서 쌓여있는 책을 바라보며 한참 고민하다가 마신유희를 딱 펼쳤더니,
전작 "점성술 살인사건"과 너무 다른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읽기 싫어져서 잠시 밀쳐둔 것이-
지난달의 일.
결국 몇일전 다시 펴보았는데, 아아!!! 왜 이걸 이제 읽었지?!!!!하면서 후회했다.
그래. <점성술 살인사건>과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
그야 그럴수 밖에.
<점성술 살인사건>이 1981년에 세상에 등장해서 그 사이에 미타라이 시리즈가 굉장히 많이 나왔으니
첫 시리즈부터 20년이나 지난 2002년에 등장한 <마신유희>가 다를수 밖에.
트릭을 이용한 토막연쇄살인이라는 점은 동일하나, 어쩐지 작품분위기가 거의 정반대일정도로 다르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무리 여자들이 토막나서 잘려나가더라도 퀴즈 풀이같은 아기자기함이 있었던데 비해,
<마신유희>는 그야말로 박력이 넘친다. 엄청나게 음산하고 우울하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마신유희>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헨리 다거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가난하고 조용하고 고독하게 청소부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죽었고,
집정리를 하러 그의 방에 들어선 집주인은 그의 집에 숨겨진 놀라운 그림들과 글을 찾아낸다.
그리고, 오려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낸 헨리다거 혼자만의 예술품 <비현실의 왕국에서>는
결국 그가 죽고 나서야 빛을 바라고, 헨리 다거는 가장 유명한 아웃사이더 아트 화가중의 하나가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기억의 화가' 로드니 라힘을 보며 헨리 다거를 떠올리는 것은 나뿐일까.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모자란 사람, 측두엽 간질증세와 기묘한 정신병,
그저 그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나 볶으며 근근히 살아가고,
그마저도 정신병이 재발하면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는 이상하지만 소외되어있는 유대인 로드리 라힘.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깡그리 없어져 버렸는데, 마음속에서 알수없는 충동이 그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한번도 그림을 그려본적 없는 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장면, 어떤 순간들을 그리지 않고는 못배기게 된 것이다.
발작적인 드로잉-스스로 "캐논"이라 부르는 로드리 라힘만의 그림속의 세계.
그 그림은 그에게 화가의 칭호를 붙여주고, 그는 화가로 대성하게 된다.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발작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는 '캐논'은 사실 티모시라는 스코트랜드의 마을이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티모시에서는 알수 없는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60대 여성들이 말할수 없이 거대하고 힘센 누군가 손으로 찢어놓 듯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채 발견이 되고,
'기억의 화가' 로드리 라힘의 광기와 분노 어린 수기가 교차되 듯 보여진다.
로드리 라힘이 신봉하는 구약성서속의 모세와 야훼(여호와)의 전설-
힘없고 평범한 모세에게 나타나 이집트에게서 이스라엘을 구하라는 야훼.
이스라엘인들을 군림하며 학대하는 이집트인들의 사지를 잡아뜯는 흉폭하고 강력한 신 야훼.
피속의 붉은 마신.
유대인들은 때때로 복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인들은 빼앗기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로드리 라힘의 위험한 정신세계와 그의 기억속의 마을 티모시에서 일어난 사건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살인 자체에 트릭이 있었던 <점성술 살인사건>과 달리, <마신유희>는 텍스트에서만 허용되는 트릭을 가진 소설이다.
로드리 라힘의 위험한 수기에서 나타나는 심리묘사는 섬뜩하기 그지 없으며,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음산하다.
이 알수없는 사건과 독자가 범인으로 확정지어가는 용의자-
후반부에 나타나는 꽉 짜여진 트릭에 또 한번 시마다 소지에게 놀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다 읽고나니 책 제목이 스포일러라는 생각도...^^)
 
여기서 잠깐! 그나저나, 이 소설 일본 소설 아냐? 미타라이가 탐정 아냐?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미타라이가 나오는 일본소설이기는 하나, 배경이 스코트랜드로 되어있고 사람들도 모두 스코트랜드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는데, 시리즈가 20년이 넘게 이어져 오면서 주인공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점성술 탐정이었던 미타라이가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다국어를 원어민처럼 말할수 있고,
낭비다싶을 정도로 많은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으나 막상 여성혐오자이며,
비행기 운전도 할줄 아는 IQ 300의 슈퍼맨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설 외적으로 실망한 점은 이런 지나치게 인위적인 탐정의 설정이었다.
나는 조금은 멍청하고 게으른 탐정이 좋더라.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렇게까지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다. 왜냐면 이건 소설이니까.
 
IQ 300에 못하는 것 없는 울트라슈퍼맨 미타라이가 그냥 박학다식한 열혈독서가 교고쿠도와
그다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드는건 또 왜인가.(알고보면 교고쿠도도 IQ 300일지도.)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엉뚱하고 게으른 미타라이의 성격도 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어있어서,
이렇게 공격적이고 냉정한 미타라이가 너무나 어색했다.
아아, 귀여운 미타라이를 돌려다오!!!!!
 
어쨌거나 막판에 소설 후반부에 드러나는 인위적인 미타라이의 프로필이 어색했던 점 말고는,
시간을 완전히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던 책으로 정말 몹시 재밌었다.
7월에는 어쩐지 너무 바빠져서 체력이 딸려서인지 시간나는대로 체력을 보충할수 밖에 없어서인지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는데, 그럼에도 이번달에 읽은 책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재밌었다.
독서가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소설을 읽으며 즐긴다기보다는 다 읽는게 목표가 될 때도 있는데,(소설이 지루할 때 특히 그렇다.)
지나고 나면 그런 독서는 항상 후회가 든다. 심지어는 스토리도 금방 잊어버리니까-.
독서란 즐거운 것이다. 트릭은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 이제 또 무엇을 읽어볼까나?
 
p.s 그나저나 그렇다면 <마신유희>쯤 와서 미타라이의 나이는 대체 몇....?=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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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역시 탐정이 맘에 안 들었어요. 그런의미에서 이 책보다는 <점성술 살인사건>에 손 들어 주고 싶어요.

시마다 소지는 사람 몸 해체하는걸 좋아하는 걸까요? 아님, 우연찮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들만 그런걸까요?

Apple 2007-07-28 06: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것도 여자들 해체해놓는걸 특히 즐기는듯..^^;
확실히 미타라이는 점성술에서 더 귀여웠어요. 이렇게 차갑고 똑부러진 탐정이라니...
갭이 너무 커서 어색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트 모양 상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0
조 힐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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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이지만, 선뜻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어쩌면 너무나도 유명한 그의 아버지의 글과 비교해보기 위한 악취미적인 관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영화배우 가족들이 있고, 조상 대대로 각기 다른 예술 분야에서 활약을 펼쳤던 예술가 가족도 있는데,
이 아들과 아버지는 공포소설을 대물림하고 있다.
현대 공포소설에서는 이름처럼이나 왕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 스티븐 킹의 아들이 바로 조 힐.
내 어찌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수 있겠나.
하여간, 이런 다소 잔인한 관심으로 보게된 책이었지만, 그의 소설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는 찾아볼수가 없다.
그들은 둘다 공포소설가이지만, 표현 방식, 문체, 이야기 구조부터 주인공의 설정까지
비슷한 구석은 그다지 찾을수 없다.
이 점이 바로 이 작가 조 힐에게 기대하고 싶어지는 점인 것이다.
 
간혹, 헤비메탈이나 록커들은 악마신봉주의자처럼 보인다.
이것은 대부분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위한 철저한 이미지 마케팅으로
실제로 그렇다 믿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순진한 사람이 되겠다.
닭피를 뒤집어쓰고, 아무 여자나 끌어안으며, 온갖 역겹고 비상식적인 짓을 해도,
그들은 결국 인간이지 악마나 악마신봉주의자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늙그막에는 가족용 리얼리티 쇼도 찍은 오지오스본이 있지 않나.
<하트 모양 상자>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악의 화신 록스타 주다스 코인이다. (이름부터 뭔가 필 오지 않나?)
과격한 짓을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기괴하고 음산한 헤비메탈로 신봉자도 만들었다.
쉰살이 넘어서도 정신 못차리고 젊고 탱탱한 아가씨들을 옆에 끼고사는 전형적인 록커 주다스 코인-
그는 은밀히 스너프 필름이나 정상적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유령 양복을 판다는 메일이 왔는데, 어찌 그가 이런 제안을 모르는 척 한단 말이냐.

"죽은 아버지의 복을 팝니다. 유령까지 덤으로 드립니다."
어느 날 누군가 옥션에 내놓은 유령양복을 호기심에 산후
주다스 코인과 그의 스트리퍼 여자친구 조지아는 집안에서 도사리는 유령의 실체를 느끼기 시작한다.
배달되어온 양복을 입은 노인이 음산하게 복도에 멍하니 앉아있질 않나,
그 유령을 본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지 않나, 알수 없는 명령에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질 않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호기심에 산 양복 하나가 주다스 코인의 일상을 좀먹을 줄이야!
직접 행동을 하기보다는, 인간의 마음에 파고들어 심리를 조정하는 위협적인 유령의 출현에 잔뜩 겁을 먹은
주다스 코인과 조지아는 유령을 피해, 그리고 유령을 없앨 방법을 찾기 위해 무작정 집으로 부터 도망치는데....
이것이 끝일까?
유령은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다.
 
경악할만한 반전이라던가, 막판에 놀랍게 유령이 등장해 깜짝 놀래키거나 하는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초반부터 유령이 등장하고, "너를 죽일거야"라는 유령의 메시지도 초반에 분명히 등장한다.
그런데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볼수 있게 되는 스릴있는 소설인지라,
보는 내내 "아, 잘만들어진 대중성있는 공포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며 감탄을 하면서 보았다.
아버지 스티븐 킹과는 달리, 조 힐은 섬세한 묘사보다는 롤러코스터처럼 속도감있는 스릴을 건내준다.
이 점이 이 소설이 젊은 공포소설이라 느끼는 점이 되었다.
빠르고, 정확하며, 으스스한 장면 연출도 더할나위 없고, 군더더기 없으며 결말 또한 명확하고 깔끔하다.
스티븐 킹과 조 힐, 어느쪽이 더 재밌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버지의 유명세에 눌리지 않고, 또다른 매력으로 독자를 매혹시킬줄 아는 멋진 공포소설 작가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거침없는 속도감과 그림처럼 그려지는 이미지 때문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은 영화화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닐조단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단다.
아아, 정말 기대가 되는 영화가 아닐수 없다!!!!
 
한여름에 읽기 제격인 멋진 공포 소설.
무덥고 지루한 여름밤도 <하트 모양 상자>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p.s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순간순간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에 키득대면서 볼수 있을 것같다.
오지 오스본에서부터 콜드플레이까지-유명한 록커들의 이름들과 노래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나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
이런 기분은 마치 모르는 동네에서 옛날에 친했던 동창생을 만난, 멀고도 친숙한 기분이랄까. 에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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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아사다 지로의 책은 "사고루 기담"을 처음으로 하나씩 생각나는대로 읽고 있다.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것같지도 않고, 묘사가 엄청나게 훌륭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호기심을 자극할수 밖에 없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 찢어지게 슬프거나, 보고나면 행복해지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읽게되는 이유는 아마도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들에는 인간냄새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특별할 것도, 아주 시시할 것도 없는,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
"장미 도둑"에서 아사다 지로가 건내주는 이야기들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해맑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상처로 인해 내면이 일그러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야망을 위해 인간성을 버리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사람은 살기 위해 자존심을 팔아넘기고,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를 질투해 추문을 옮기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냉담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무심하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인데, 겉으 로 보기에는 다 비슷한 사람들인데, 사람은 사실 모두가 다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남들이 알수 없는 것처럼, 남이 살아온 인생을 내가 완전히 알수도 없다.
 
아사다지로의 "장미 도둑"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은 모두 하나씩 엇나간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인간적이다. 추한 면 역시 미워할수만은 없게 만든다.
인간의 추한 면이나 삐뚤어진 부분을 묘사함에 있어서, 인간에게 혐오감이 드는 소설들도 많지만,
아사다 지로만의 특별함은 이런 못생긴 내면마저도 정감넘치게 그린다는 점이 아닐까.
저마다 짊어지는 삶의 무게나 절망을 그리면서도 슬프지가 않다.
부자가 나와도, 가난한 사람이 나와도, 이 사람들은 모두가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정리해고 당한 남자가 퇴색한 온천지에서 나이든 스트리퍼를 만나 동반자살하기로 하는 <수국꽃 정사>.
쉴세 없이 사람들 사이를 나도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은 남자의 소문과 함께
저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나락>,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고통없는 죽음을 맞아가는 <죽음 비용>,
술집에 다니는 엄마, 엄마를 좋아하는 12살 아래의 연하의 남자, 그리고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여자아이의
외로움과 상처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 <히나마츠리>,
배타고 나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상류층 어른들의 권태와 일탈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천진난만하게 풀어나가는 표제작 <장미 도둑>,
가장 짧지만, 가장 유쾌한 <가인>까지,
이 소설에는 아사다 지로의 사람 냄새 가득한 수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가슴 절절한 감동은 없다. 그렇다고 요절복통 코미디도 없다.
똑같은 단어이지만, '인간'이라는 차가운 말보다는 '사람'이라는 따뜻한 말을 붙여주고 싶은 사람들.
이제는 퇴색해버린 많은 것들에 대한 향수.
강렬한 양념 없이도, 충분히 담백하고 맛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밋밋해보일지도 모르는 인간과 삶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고 해도,
조금도 지루할 것 같지 않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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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1-2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산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답니다-_-
얼른 읽어야 할텐데....

Apple 2007-11-2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고 좋아요.^^ 겨울에 읽으면 더 좋을지도...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어디에 붙어있어도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인지,
작가 와타야 리사의 이름에도 역대 최연소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메겨져있다.
(그것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라 할수 있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이라니....)
그러나 책을 보면서 대체 왜 상을 받았을까 의아할뿐이었는데,
책이 도저히 내취향과는 너무 맞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극히도 평온한 세계에 살면서, (순전히 자신의 문제로 인한 것에) 별일없이 소외감을 느끼고,
그런 평범하고 무난함에서 오는 권태로운 우울함을 달콤하게도 즐기는 소녀.
일본 문학에서 많이도 등장하는 이런 소녀류의 여자들(진짜 소녀일수도 있고, 어른인데 나이값을 못하는 성인여자일수도 있다.)을 나는 싫어한다.
주인공 하세가와 하츠역시 그런 소녀류의 여주인공.
아웃사이더인척 하면서 사실은 너무나도 평범해서, 자신의 성격 문제로 변변한 친구하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나름대로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속물같아 보이는 주위 친구들을 비웃지만,
자신이 비웃는 애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아니, 실은 비웃으면서도 동경하는 그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자신을 위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쩌나.
사람속에 섞이고 싶어 어쩔줄 모르는데, 섞이지 못하는 것이 아웃사이더란 말인가.
그냥 그건 비참한 왕따일뿐이다. 하세가와양, 착각마시길...(너 가끔 성격 이상하더라.)

어쩌다 알게된 같은 반 녀석의 집에 갔더니, 유명모델 오타쿠인 이녀석은 손님을 앞에두고도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어폰으로 듣는다.
어쩐지 참을수 없게된 하세가와는 등짝을 발로차주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차고 있었다.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름 귀엽게 보이지만, 이 소설의 별 재미는 모르겠다.
고딩시절의 미묘한 연애감정을 포착한 소설. 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느 여고생의 일기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나는 굳이 시간 내, 남의 일기같은 글을 소설처럼 읽고싶은 사람은 아닌지라,
피식 웃으면서 "아..그래..."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엉뚱하게도 뚝!하고 끊겨버려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뒤에 이어지는 장황한 역자후기가 더 섬세해보였다.)

왜 이 소설이 최연소 어쩌고...하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지만,
사실 무슨 상을 받았건, 작가가 몇살이건, 그런건 상관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 타이틀 역시 일본 최고권위라는 아쿠타가와상의 타이틀을 위한 이벤트 타이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기에는 너무 나이들어버린 독자인지라,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심심한 독서가 되어버렸다.
이런 소설을 보고,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 내가 너무 냉담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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