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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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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펭귄 클래식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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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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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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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 표지가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빨간색이라면 죽고 못하는 나로써는 올해 나온 일본 미스테리 소설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지가 아니었나 싶다. 색감과 제목모양과 적당한 폰트, 모든 것이 딱 좋다 싶을 정도여서, 단순히 표지가 너무 예쁘기 때문에 샀던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나 내용도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관시리즈로 유명하다는 아야츠치 유키토의 소설은 이번 소설이 처음인데, 꽤 두꺼운 책임에도 그닥 막히는 부분 없이 쉽게 쉽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장도 재밌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데, (몇몇 미스테리 소설 빼고는...)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가 이 소설에 상당부분 들어있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빠져들지 못하고 계속 눈살을 찌푸리면서 봤던 것 같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키리고에 저택"이라고 불뤼우는 저택에 갖히게된 연극단 "암색텐트" 회원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아름다운 대저택, 어딘지 비밀스러운 집 사람들, 꼼짝할수 없을 정도로 내리 퍼붓는 눈, 노래나 시에 빗대어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비유 살인까지- 그 유명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비롯한 많은 추리소설들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구조이다.
이 저택에 분명 존재하지만, 정체를 알수 없는 한사람의 존재, 집안 곳곳이 주인공들의 이름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앞으로 죽을 사람의 이름의 예언까지 하는 신비로운 저택, 여러가지 요소로 극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삽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척 재미없게 읽었던 나로써는 이 모든 것에 환상성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으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사건 풀이등이 황당하다고밖에 할수 없었다. 환상성을 필두로 두고, 현실성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마지막 진범의 살인 동기는 터무니 없었으며, (살인 동기도 그렇지만, 그것을 납득시키는 힘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범인의 자멸 또한 그저 처리하기 곤란한 캐릭터를 죽여버린다-는 식의 어설프고 무책임한 전개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의 단순한 나열에 가까운 문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비유살인이라던가 이제는 황당하게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우니 아름다울때 죽어라-"라는 삐뚤어진 탐미주의같은 것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도 어색하다.
환상성과 현실성, 두가지 요소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와서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옛 추리소설의 방식이 지금의 현대인에게는 맞지 않는 탓일지, 최근에 와서는 그닥 발견할수 없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클로즈드 서클은 피할수 없는 유혹이 아닐까.)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점을 찾자면 표지가 예쁘고, 재미없음에도 그냥저냥 읽을수는 있을 정도랄까.
이 소설이 어설펐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올해 읽은 가장 재미없었던 추리소설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이 처음 만나는 야아츠치 유키토라는 작가의 방식이라면, 내게 맞지 않으니 앞으로 보지 않는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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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12-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에서 이 책이 신간으로 들어와있길래 집었다 놨다가하다가
다음에 봐야지하고 냅두고 왔는데,
어째 이런 리뷰를 보면 되려 더 혹하는건지 ㅎㅎ
내년에 봐야겠어요 ㅎ

Apple 2008-12-31 06:05   좋아요 0 | URL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게 아닐까요? 각자 취향이라는게 있잖아요..^^
이매지님에게는 외려 마음에 드는 소설일지도 몰라요~다만 저는 상당히 불만이어서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화가 좀 났다는...=_=;

totori 2008-12-3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거의 비슷한 감상을 받았어요.
아야츠지 유키토 작품은 거의 대동소이하더군요. 대체로 그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약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추리소설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매력이 확 떨어진다고나 할까.... 그런 반면 추리소설의 정통성에 강하게 집착하기에 그쪽의 매니아들에게는 끄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Apple 2008-12-31 06:06   좋아요 0 | URL
아야츠치 유키토의 다른 소설들도 읽으셨군요..^^
서평을 다 쓰고 다른 분들 서평을 보니 재밌게 보신분들이 더 많더군요. 제가 이상한 건지 저는 왜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요? 재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이런 얘기가 길기까지 하다는 점에 약간 화가나기도...-_-;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몇일전 구입하여 읽고 있다. 두꺼운 장정에 비해 글자수가 적당해서인지 진도는 빨리 빨리 나가는 책인데, 보다보니 영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나만 거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어투의 대화들과 직역같은 느낌의 문장들이 어쩐지 보기 좀 그렇더라. 비교적 건조하고 딱딱한 문체를 가진 <제물의 야회>를 보고난 후라서인지 이런 식의 간단명료한 문체를 보고있으려니 적응이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책을 한참 보다가 왠지 "이런거 나만 어색하게 느껴지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책에 종이를 끼워 표시해보기 시작했다. 와... 어느 순간에서부터 걸고 넘어져가면서 보기 시작하니, 정말 많더라..=_= 대표적인 것 세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p112 미즈키가 난색을 표했지만,

"들키면 들켰을때야. 설마, 그렇다고 바로 집을 나가라 같은 무리한 소리는 안하겠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듯한 문장이 상당히 많다. 따옴표만 찍혀있고, 마침표를 찍기전에 "...라고 누구누구가 말했다"이런 말따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슨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건 원래 원문부터 이랬으리라 생각하고 넘어가겠지만 "들키면 들켰을 때야"라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일까? 앞뒤를 살펴보아도 문장의 뜻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들키면 어쩔수 없는거지 뭐..."이런 뜻으로 쓰인 문장일까? 이런 식으로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드는 문장이 꽤 많다.

p130. "그런건 아니고. 다만 요즘 아무래도 뭐라고 하면 좋을까. 감성이 슬럼프 상태라서. 무엇을 봐도 무엇을 해도 이렇게 마음속까지 울리는 게 없어."

=>다만, 요즘, 아무래도, 뭐라고 하면 좋을까......부사가 두개나 쓰이고있는 문장...딱히 강조할 문장도 아닌데 거추장스럽기도 하거니와 원문에 나온대로 그냥 갖다붙인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걸까. 조금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은 내가 너무 까탈스럽게 걸고 넘어지는걸까?

p 145 "나, 미즈키 씨에게 찬성이야. 이름점이든 뭐든 점같은 거 믿을수 있을리가 없어." ....(중략)

"훗. 이래뵈도 나, 원래부터 현실주의자라서."

등등의 대화체가 많이 등장한다. "어쩌고 저쩌고, 해서 , 어쩌고 저쩌고 했어." "나, 누구누구가 뭐라고 생각해." 같은 지극히 일본말투같은 말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 원문에서야 당연히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이렇게 번역을 했겠지만서도, 이런 점들이 책 전체를 가볍게 보이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할수 있을리가 없어." ".....하지 말아주세요."같은 피동의 표현들이 굉장히 많이 쓰이는데, 그런 말투자체가 문장의 멋을 더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할수 없어요."내지는 "....하지 마세요."같은 말투로 고쳐주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보려니 나 자신도 피곤하고 해서 더이상은 체크해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약 160페이지 정도 읽은 부분까지는 솔직히 실망스럽다. 160페이지까지 긴장감도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이런 점에 초조함을 느껴서는 아니고, 앞에 열거한 여러가지 부분들이 내게 이 책의 이미지를 몹시 가벼운 청춘소설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물론 꼭 무거워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책 전체를 감돌고 있어야할 이미지와 내가 받은 이미지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실망적일게다. 아쉽지만 글을 다루는 것 자체의 매력은 거의 찾을수 없는 작가이다. 그 점이 사실 너무나 아쉽긴 하지만, "점성술 살인사건"같은 소설들은 글자체의 매력이 없어도 즐겁게 읽었으니 앞으로의 독서도 그런 정도의 만족감만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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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1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 정도 읽고 있어요. 흠, 저는 말을 빼느니, 다 들어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단어와 문장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빼는 것은 생각만해도 좀 싫은데요. 일어를 모르는지라 어떤 것이 좋은 번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만, 글자 위에 땡땡표시로 강조하는건 좀 싫습니다. (원서에 그렇게 표시가 되어 있는거겠지요, 분명) <암흑관의 살인>은 축약본이라도!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문체였지만, 다 읽고 나서는 뭐, 괜찮네. 하는 마음. 제가 너무 대인배;; 인가요 ㅎㅎ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끝까지 읽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아야츠지 유키토 작품중 제일 재밌네요.

Apple 2008-12-19 17:31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색하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꽤 많아서요. 별로 이런데 관심을 갖고 보지는 않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자꾸 걸려넘어지더라고요;; 저도 글자위에 땡땡표시 강조는 별로 좋지 않아요. 여기가 힌트야!힌트!!!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해요.
근데, 저는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은 처음인데 이게 제일 재밌는건가요?^^;;;

하이드 2008-12-1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다들 호오가 있을듯 ^^: <시계관>과 <십각관> 정도, 그리고 구하기는 어렵지만 <미로관>을 최고로 꼽지 싶어요. 저는 요런 분위기와 함께 나오는 자잘한 일본문화 이야기들이 재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위적이고, 억지스럽지만 재미는 있는 작가가 바로 시마다 소지와 아야츠지 유키토에요. 뭐, 재미라도 있으면, 하는 심정으로 매번 사보게 되지요. (그런 이유로 시마다 소지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 빼고는 죄다 방출, 아야츠지 유키토는 아마 이 책 빼고 다 방출크리네요.)

Apple 2008-12-20 00:24   좋아요 0 | URL
오오...방출이라..+_+그래도 저는 시마다 소지는 <마신유희>까지는 재밌게 본터라..^^ 다 읽고나서 재밌기만 바랄따름입니다.허허..

쥬베이 2008-12-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안 읽었고, 누나가 먼저 읽었어요.
근데 반응이 별로네요ㅋㅋ 등장인물 이름이 짜증난다던데요ㅋㅋㅋ

Apple 2008-12-30 23:02   좋아요 0 | URL
푸헤헤...저도 별로였어요.^^;; 그래도 책표지가 예뻐서 그냥 참습니다.-_-;
 
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방대한 분량의 소설인 "제묵의 야회"를 다 읽고 덮으면서 아득한 피로감을 느꼈다. 두꺼운 책을 사랑하는 나로써, 고작 600페이지 조금 넘는 소설을 읽는 것에 에너지를 다 소비해버려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아마도 책을 보면서 주인공들이 지쳐나가듯이 나도 지쳐나갔던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섬뜩하고 복잡한 존재인지, 동물처럼 간단명료하게 삶을 살아낼수는 없나-라고 생각해도, 단순히 삶을 영위하다가 죽는 것이 "인생"이라면 슬프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오랜만에 읽은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는데, 두꺼운 분량과 녹록치 않은 사건의 스케일덕분에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소설이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한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결말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작은 어느 하프연주자의 손목부터이다.
"범죄자 피해가족 모임"을 돌아오던 두명의 여자가 살해되고, 한명은 손목이 잘린 채, 또 한명은 머리가 파손된채 발견된다. 사건을 조사해나가던중, 머리가 파손된채 죽어있는 메도리마 미나미의 남편의 존재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게된 형사 오코우치는 그녀의 남편 메도리마 와타루를 조사하기로 하지만 이미 그는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아내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로 온 남자는 경찰서의 아무것도 만지지 않은 상태였다. 즉, 자신의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또 아내의 죽음 이후 경찰이 찾아갔을 때에도, 몇년간 살았던 가정이라 불뤼우는 집에서도 그의 존재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프로페셔널의 솜씨. 행방이 묘연한 메도리마 와타루의 존재감이 궁금한 가운데, 두 여자의 살인 사건후에 증거는 없지만 심증만으로는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난다.
용의자로 지목된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인 나카조라고 하는 인물은 19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이었다.
학교 친구의 목을 잘라 교문위에 올려놓았던 이상한 엽기범죄자 소년이었던 나카조는 청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처벌받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투명한 친구"가 있고, 그가 자신을 부추긴다고 말하는 소년의 말은 당연하게 정신이상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을까. 사건이 일어난 19년후에 나카조의 담당정신의였던 정신과의사의 제자가 이 사건의 풀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잘려진 손목, 함께 살해된 여자, 존재감조차 알수없는 프로페셔널 킬러, 19년전의 엽기살인사건, 19년전의 사건에 반기를 든 심리학자, 그리고 성실하고 집요한 전형적인 형사 오코우치. 이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제물의 야회>는 형사 오코우치처럼 끈질긴 근성을 가지고 봐야하는 소설이다.
이 모든 사건에 연관성은 분명히 있어서, 차근차근 사건을 제대로만 이해했다면, 어느 순간 연결고리가 나타난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결국 밝혀지는 범인의 범죄동기가 그동안의 스케일에 비해 약하게 드러내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정도라면 충분히 이름을 남길 만한 꼼꼼하고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설속에 등장하는 "메도리마 와타루"라고 이름을 댄 프로페셔널 킬러의 매력에는 누구나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지극히 이성적인 차가운 얼굴뒤에 감추어진 파란만장한 성장과정과 아내를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에의 집념은 이 소설을 연애소설로 봐도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또, 메도리마 와타루와 그의 파트너 후루야의 대화는 어딘지 한없이 슬퍼져서, 읽다가 숨을 한번씩 몰아쉬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할줄 모르는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관계이면서도, 세상에 믿을수 있고 의지할수 있는 사람이 둘밖에 없기 때문에, 말 하나하나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살인자이면서도, 그 살인에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메도리마 와타루에게 단지 그것이 일이기 때문인데, 이점은 종국에 밝혀지는 "투명한 친구"인 남자의 살인동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살기 위해" 살인을 선택한 것과 "호기심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 범죄인 것은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심연을 너무나 응시한 나머지 심연에 먹혀버리는 범죄자의 살인동기보다는 그나마 납득하기 쉽다. 살다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위해 사냥꾼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터이다. 어떤 사람은 동급생을 엽기적으로 죽이고도 잘 먹고 잘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살해를 선택했을 따름인데도 평생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이런 식으로밖에 질수가 없어서, 결국은 킬러가 되어버렸다.
불합리한 삶과 세상,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 사회의 모순을 언젠가는 제거하고자 더 끈질기게 살아남기로 한 오코우치의 의지에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메도리마는 사람을 죽인뒤에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살아가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킬러를 정당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사람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부분에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책임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어떠한 감정도 어떠한 집착도 삶에 의지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오코우치는 책임을 지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또다른 살인자인 나카조는 자신을 책임지지 못해 죽음마저 타인의 손에 맡겼다. 그리고 "투명한 친구"는 그 책임감이라는 것이 아예 희박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존재을 책임지지 않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삶을 살것인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삶을 살 것인가. 그래도 아직까지는 후자를 택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자신에 대한 애정과 주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스릴러 특유의 정교한 범죄심리분석, 결코 급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히 치고 들어가는 서스펜스, 남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경찰소설, 연애복수극, 스릴러-뒤섞여있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막판에 반전을 등장시키려 하는 노력이 그닥 보이지 않아서 좋았고, 사건이 방대한 만큼 섬세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아픔이 있어서 좋았다.
집필기간만 6년이 걸렸다던데, 그만큼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는 소설이다.
앞으로도 이 이름도 생소한 작가 "가노 료이치"의 새로운 소설을 보고싶다.
올해에는 즐겁게 읽은 일본소설이 얼마 없는데, 얼마전에 읽은 "도착의 론도"와 함께 내게는 올해 가장 재밌었던 일본 미스테리 소설이 될 것같다. 아니, 오히려 <도착의 론도>보다 더 무게감이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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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조심★


"녀석이 한 말은 틀렸어....
초조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고, 당신이 위험을 수월하게 헤쳐나와 내 곁에 돌아올 때마다 정말 기뻤지...게다가 언제나 당신 손만 더럽히게 해서 미안했어...."
그는 다시 한 번 후루야를 불렀다. 그러나 후루야는 더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ㅡ또다시 혼자다.
그는 가슴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그저 멍하니 피웠다.
2,3분 후에는 살아남기 위해 현실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계기를 찾았다.
그의 인생에서 보면 혼자인 것은 익숙하다. 고독이라면 뼈아플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고독으로 되돌아온 경험은 별로 없었다.
담배를 주검의 입술에 끼워주니 해풍이 그 끝을 빨갛게 태워 한순간이지만
후루야가 살아서 그의 옆에 앉아 맛있게 담배를 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파트너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충동을 그는 간신히 억눌렀다.

:가노 료이치-제물의 야회 中에서...

간혹, 책을 읽다가 어쩔줄 모르겠는 순간들을 맞딱드릴 때가 있다.
어떤 책들은 분명, 내가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겉잡을수 없이 슬퍼지는 감정들을 전해주는데,
그것이 독서가 주는 은혜라면 은혜일 것이다.

<제물의 야회>에는 그런 가슴짠한 슬픔을 전해주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킬러 파트너 후루야와 히로.
후루야는 일류고등학교, 일류대학을 나와 엘리트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교도소신세를 지게 되고,그 일을 계기로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버리고, 교도소에서 알게된 연줄로 암흑의 세계에 발을 붙이게 된다.
이 남자가 하는 일은 계획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 파트너가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다.
히로는 좀 더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사람이다. 고향 오키나와에서 미군을 죽여버린 것이 그의 나이 열살 시절. 어머니와 죽도록 고생해서 대만으로 도망쳤고, 대만에서 조직생활을 하게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떤 계기로 인해 도망치기 위해서, 하염없이 걷는다. 그리고 둘은 파트너가 되었다.

개인적인 말은 전혀 하지 않는 사이. 감정따위는 조금도 나누지 않는 냉랭한 사이.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속내를 털어놓는 융통성없이 미련한 관계.
그저, 계획자와 실행자-딱딱한 일관계의 사람들인데, 둘의 사이는 묘하게 끈끈하고 서글프다.
어젯밤 책에서 후루야가 죽는 대목을 읽으면서 목구멍에서 울컥하고 뭔가 올라오더라.
아마도 이 장면은 소설속에서, 또는 영화속에서 내가 보았던 가장 멋진 흡연씬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 꽤 지독하다. 한순간에 마음이 싸늘해지게 만드니까.
책두께만큼이나 진도도 잘 나가지 않지만, 어쩐지 오래오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랜만에 뻑적지근할 정도로 묵직한 일본소설을 만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마저 한다.

p.s 나는 야오이나 BL을 좋아하지도 않지만서도, 이 두남자는 어쩐지 이어주고 싶은 생각이.....(?) 그래!!!사랑은 늘 감사하면서 미안해하는거라규!!!!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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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1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잊고 있었네요. (살때까지만 기억하는 붕어머리;;)
다음주에 읽을책으로 찜입니다. 스포 있다고 해서, 글은 안 읽었지만, 애플님이 여기 이렇게 페이퍼까지 쓴걸 보면 재미있는게 틀림없군요.

Apple 2008-12-16 05:33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아껴읽고 있어요.ㅠ ㅠ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