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를 싫어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린데이를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Basket Case같은 메가히트작 덕분인지 그린데이의 이미지는 "세상도 쫌 싫고, 난 좀 삐뚤어져있는 게 좋고, 누가 뭐래든 나 좀 냅뒀으면 좋겠는" 악동의 이미지가 다 일 뿐이었다.
딱히 싫어하지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쩌다보니 앨범은 내내 계속 다 들어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그린데이 노래를 들으면 신났고, 그럼 그걸로 다니까.
그러나 나름 귀엽지만, 한없이 철없을 것 같은 가벼운 애송이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중독적이라든지, 매력적이라든지, 정말 멋지다든지 하는 말은 갖다붙이기 힘들었다.

빌리 조의 말처럼, 그린데이가 한국까지 오는데는 21년이 걸렸다.
애송이같던 시절을 지나서, American Idiot 앨범부터 갑자기 어른스러워진 그린데이를 듣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이 앨범 꽤 좋아서 그해에 꽤 많이 들었더랬지.
2005년에 America Idiot 공연실황을 어디선가 보고 "우와..생각보다 진짜 잘하잖아?"하는 마음이 들어서
언젠가 그린데이 공연을 꼭 보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의 기회로 그린데이 공연을 다녀오게 되었다.

정말 잘한다!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더라!
애송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창피할 만큼, 노래, 연주실력(+체력)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잘하고, 무대매너 끝내주고, 선동력은 세계최고인것같은 이 공연은 보는 내내 뜨겁고 즐겁더라.
(하긴 애송이라고 부르기엔 이제 이 옵빠들도 마흔줄에 접어들어버렸으니...ㅠ ㅠ)
너희들 모두 미쳤어!!! 라고 외치면서 자기는 더 미친듯이 공연장을 이리 저리 뛰면서도
음하나 안놓치고, 실수 하나 안하면서 뛰고 소리지르고 노래하는 빌리 조를 더이상 애송이라고 부를수가 있을까.
두시간 반 내내 앨범과 거의 똑같을 정도로 낭창낭창하게 목소리를 뽑아내는 걸 보니, 놀라울 지경이더라.
(그리고 예상외로, 락밴드들의 고질적인 버릇인 공연 지각 사태도 없었다. 성실하구나!)

2009년 새앨범에서 1,2,3번 트랙을 첫곡으로 연창 연주하더니,
2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5분도 없이 줄기차게 여러 레파토리를 뽑아내는데,
나도 미치고, 너도 미치고, 그린데이도 미쳐서 지치는지도 모르고 다들 잘 놀았다.
여느 밴드와는 다르게, 그린데이는 공연중에 관객을 무대로 참 많이도 불러재꼈는데, 한 4,5명이 무대에 올라가서 빌리조와 함께 노래하고 슬램하고 포옹하는 영광도 누렸다. (물론 기사에 난것처럼 한 여성팬이 올라가서 갑작스럽게 기타치고 있던 빌리조에게 기습키스를 하기도 했다. 꽤 오래했던데....? 그 아이는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을 것이야.)
관객에게 물도 마구 뿌리고, (겨울이라 물 맞은 사람들은 나중에 고생들 좀 했을듯....? 그새 다 말랐을까?)
휴지도 마구 풀어대고, 총으로 티셔츠도 마구 쏘았다.
좌석에 앉아있었지만, 공연 시작과 동시에 좌석에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해서 어쩌다보니 모두 스탠딩 공연이 되어버렸는데, 다들 정신줄 놓고 개슬램에 떼창에 덩실덩실 좋구나 우루이히~*
이리 하라고 그러면 이리하고, 저리하라고 그러면 저리하는 관객 덕택에 빌리조도 신나게 이래라 저래라 하더라.
뮤지션이 자신의 권력을 자랑할 곳은 공연장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잠깐의 시간 우리는 아티스트의 노예가 되어도 즐거울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시간에는 뮤지션이 아무리 거만해도 다 용서가 된다.

이제는 펑크락 밴드라고 말하기가 뭣해진 그린데이의 음악은 어디쯤 와있을까.
음악을 들으면서 Muse와 Snow Patrol과 The Strokes의 중간쯤 와있지 않을까...싶었다.
여전히 그린데이의 음악이 무겁거나 중독적이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과 원숙미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악동이지만, 이제는 철없는 악동이 아니라 할말 다 하고 사는 악동오빠들로 변해가고 있는 그린데이.
멋있다! 당신들 진짜 멋있어!!!!

빌리조는 몇번이나 그랬다. 너희가 미국보다 훨씬 낫다!고...
아마도 우리나라 공연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그렇게 말하는 듯 싶고, 몇몇 밴드들은 그 반응을 잊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계속 찾아오고 있기도 하고, 나 역시 우리나라 락팬들의 뜨거운 공연 열기는 참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연중에 사진 좀 그만 찍어주면 안될까...-_-;
작은 홍대 인디공연부터, 외국아티스트 공연들까지 우리나라 관객들은 마치 카메라가 없으면 공연도 못다니는 사람들처럼, 주구장창 사진들을 찍어대는데, 대체 공연전에 사진촬영 금지라고 말하는데도 왜 말을 들어먹지를 않나???????????????
좌석에 앉아서 내려다보니, 관객석에서 불빛들이 마구 떠있던데, 야광봉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핸드폰이나 디카...
분명 공연 시작전에, 촬영은 금지해달라고 했는데,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이 정도 밖에 안될줄이야!!!
이런 공연은 마음속에 남겨두자!!! 디카에 남기지 좀 말고!!!!


p.s 그나저나 무대까지 너무 멀어서 빌리조의 스모키 화장을 못본게 아쉬웠어....
p.s 2. 그래도....미안하지만....이번 앨범은 솔직히 좀 별로다.ㅠ ㅠ


Green Day - American Idiot MV (in "American Idiot" 20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비. 세계 문학 단편전집.



러시아 / 무도회가 끝난 뒤

알렉산드르 뿌슈낀 한 발
니꼴라이 고골 외투
레프 똘스또이 무도회가 끝난 뒤
안똔 체호프 슬픔 / 입맞춤
막심 고리끼 스물여섯과 하나
미하일 불가꼬프 철로 된 목
이삭 바벨 편지
나제쥬다 떼피 시간
예브게니 자먀찐 동굴
이반 부닌 가벼운 숨결 / 일사병
안드레이 쁠라또노프 암소








폴란드 / 신사숙녀여러분, 가스실로

헨릭 시엔키에비츠 등대지기
볼레스와프 프루스 파문은 되돌아온다 / 모직조끼
마리아 코노프니츠카 우리들의 조랑말
야로스와프 이바시키에비츠 빌코의 아가씨들 / 자작나무숲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마렉 흐와스코 구름 속의 첫걸음 / 창 / 노동자들






일본 / 이상한 소리


쿠니끼다 돗뽀 대나무 쪽문
나쯔메 소오세끼 이상한 소리
시가 나오야 오오쯔 준끼찌
미야모또 유리꼬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이단자의 슬픔
시마자끼 토오손 클 준비
카와바따 야스나리 망원경과 전화 / 삽화 / 산다화
오오오까 쇼오헤이 모닥불







중국 /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루쉰 아Q정전 / 고향
위따푸 타락
쳔충원 샤오샤오
빠진 노예의 마음
마오뚠 린 씨네 가게
스져춘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라오셔 초승달
띵링 밤
프랑스 /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드니 디드로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오노레 드 발자끄 붉은 여인숙
프로스뻬르 메리메 푸른 방
쥘-아메데 바르베 도르비이 무신론자들의 저녁식사
삐에르-쥘 떼오필 고띠에 죽은 여인의 사랑
앙리 르네 알베르 기 드 모빠쌍 밤
조르주 베르나노스 그림자들의 대화
마르쎌 에메 난쟁이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어떻게 왕부는 구원받았는가
장 지오노 씰랑스
알랭 로브-그리예 바닷가
쥘리앙 그라끄 코프튀아 왕
장-마리 귀스따브 르 끌레지오 륄라비
다니엘 불랑제 낙서

스페인,라틴아메리카 /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 안녕, 꼬르데라! / 삐오 바로하 마리 벨차
이그나시오 알데꼬아 영 산체스 / 아나 마리아 마뚜떼 태만의 죄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또스 까까머리 / 루벤 다리오 중국 여제의 죽음
오라시오 끼로가 목 잘린 암탉
알레호 까르뻰띠에르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
아르뚜로 우슬라르 삐에뜨리 비 / 후안 까를로스 오네띠 환영해, 밥
마리아 루이사 봄발 나무 / 훌리오 꼬르따사르 드러누운 밤
후안 룰포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후안 호세 아레올라 전철수
아우구스또 몬떼로소 일식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거대한 날개 달린 상늙은이
루이사 발렌수엘라 검열관 / 끄리스띠나 뻬리 로씨 추락한 천사
이사벨 아옌데 두 마디 말


독일 / 어느 사랑의 실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직한 법관 / 요한 루트비히 티크 기발한 페르머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주워온 자식 / 요한 페터 헤벨 뜻밖의 재회
후고 폰 호프만스탈 672일째 밤의 동화 / 토마스 만 루이스헨
아르투어 슈니츨러 장님 제로니모와 그의 형 / 헤르만 헤쎄 짝짓기
프란츠 카프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 헤르만 브로흐 바르바라
일제 아이힝어 달나라 이야기 / 하인리히 뵐 광고물 폐기자
알렉산더 클루게 어느 사랑의 실험
마리에 루이제 카슈니츠 제니퍼의 꿈
잉에보르크 바흐만 개 짖는 소리
지크프리트 렌츠 발라톤 호수의 물결
크리스토프 하인 인도로 가는 항로는 없었다




미국 / 필경사 바틀비


너새니얼 호손 젊은 굿맨 브라운
에드거 앨런 포우 검은 고양이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마크 트웨인 캘레바래스 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
헨리 제임스 진품
샬롯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찰스 W. 체스넛 그랜디썬의 위장
스티븐 크레인 소형 보트
셔우드 앤더슨 달걀
F. 스콧 피츠제럴드 겨울 꿈
윌리엄 포크너 에밀리에게 장미를





영국 / 가든파티

찰스 디킨즈 신호수
토머스 하디 오그라든 팔
조지프 콘래드 진보의 전초기지
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 구름 한 점
버지니어 울프 큐 가든 / 유품
D. H. 로런스 차표 주세요 / 말장수의 딸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도리스 레씽 지붕 위의 여자





창비에서 런칭한 세계문학단편전집.
요즘 전집이 진짜 많이 나오고 있어서, 어제 이 전집을 발견하고는 "쳇..또 나왔어..이건 또 단편집이야? 흥!ㅠ ㅠ"하면서 입을 씰룩씰룩대면서 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오늘 또 떡실신 상태로 자고 있는 중에 전화가 왔었는데, 못받았나보다.
(그 시간 나는, 다시 고딩이 되어 개학인데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우왕좌왕하는 꿈을 꾸고 있었더랬지..)
전화했던 곳이 알라딘인데, 담당자가 문자까지 날려서 나중에 전화 한통 달라고 하길래 왠일인가 싶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창비 세계 문학전집 얘기를 하면서, 창비에서 직접 파워블로거 5명을 뽑아서 세계 문학 전집 총 9권을 보내드리고자 하는데, 내가 뽑혔다는 것이다.ㅠ ㅠ
"9권 전부 다요?ㅇ.,ㅇ" "네. 전부 다요."

1,2권이라면 증정 받아본적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전집을 증정본으로 받기는 또 처음!!!
(게다가 아무 신청도 안했는데!! 간택받은 기분이다!!!!)
우흥흥....ㅠ ㅠ 나 파워 블로거 아닌데...ㅠ ㅠ 갈수록 책을 덜읽고 있긴 한데....ㅠ ㅠ
우흥흥.....암튼 너무 좋다..ㅠ ㅠ 로또맞은 기분이랄까?ㅠ ㅠ

우와....새해 초부터 나 복받았나보다.ㅠ ㅠ  
도서출판 창비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집 러뷰러뷰러뷰러뷰~*  


그러고보니, 연말에는 이런 책들을 증정받기도 했지....
이틀에 걸쳐서 집으로 찾아온 고마운 증정본들♥ 

*사놓은 셜록홈즈 전집은 대체 언제쯤 펼치기나 해보려나......(?)


댓글(8)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나도 자랑질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1-14 05:22 
    http://www.alad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091209_food    흥, 책따위,   먹지도 못하는거.    양념도 못하는 거. 저는 소금 당첨되었어요-  으쓱 - 소금은 신안이죠- 볶아서 미네랄 무기물이 많다네요.   볶은소금 1kg  ... 
 
 
비연 2010-01-1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습니다!

Apple 2010-01-13 19:31   좋아요 0 | URL
저도 제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잘......연초부터 횡재한 느낌이예요!^^

이매지 2010-01-1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부럽네요!!

Apple 2010-01-13 23:26   좋아요 0 | URL
헤헤...^^감사합니다~

다락방 2010-01-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살다보니 이런일이 있네요!! 진짜 새해부터 일이 잘 풀릴려나봐요. 초절정부럽!! 부럽부럽부럽부럽!!!! >.<

Apple 2010-01-13 23: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새해부터 세상에 이런일이!!!!!

Kitty 2010-01-14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부러워서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ㄷㄷㄷ
우왕 새해 운수대통이세요~~~~

Apple 2010-01-14 05:3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새해부터 내게도 이런 행운이...ㅠ ㅠ으흑흑....
 

보석님 서재에서 해봤다. 

대충 맞는 것같기도 하고....그러나 환타지이나 SF 소설들을 대부분 읽지 않기 때문에,(환타지, SF는 왠지 읽으면 읽을수록 구멍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내 취향으로 지명된 작가들의 책은 거의 몇권 읽지 않은 듯;;;
그러나 남의 독서취향같은데는 관심없이 나홀로 책을 고른다는 점같은 건 상당히 잘 맞는다.=_=푸흐흣;;
또 특이한 주제나 전개를 가진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상식과 논리에서 엇나가거나 감정선이 이랬다 저랬다 해서 도무지 공감이 일지 않는 작품들을 오류를 발견하는 순간 싫어지는 것도 테스트 결과와 같다.
좋아하는 작품의 색깔은 뚜렷한 편이지만, 재미있다면 베스트셀러도 좋아하기도 한다.
소녀취향의 책은 내게 극약이나 마찬가지이고, 내가 온다리쿠를 읽을수 없는 것은 소녀취향의 오글거리는 대화와 글을 참을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거 나름 신통방통한데?

테스트는 이곳에서 해볼수 있다.
http://book.idsolution.co.kr/index.php


외톨이의 초연함, "툰드라" 독서 취향 
쥐스킨트의 "향수"처럼 냉정한, 독창적인 비주류 책 좋아함
지루한 문학, 낭만적인 소녀 취향 책 싫어함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 끝자락에 나타나는 툰드라 지대는 태양빛이 워낙 약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계절별 온도차가 극심한 곳으로 일부 지역에선 겨울과 여름 기온차가 60도 이상 벌어진다. 지표 30cm 이하 토지는 영구동토층을 형성하고, 표토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극지 생명체들의 삶의 순환을 창조한다.

차갑고 황량하고 기이한. 툰드라는 당신의 취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후대입니다.

빙산처럼 관조적인:
툰드라 해안을 고요히 떠다니는 빙산처럼, 당신의 취향은 쿨하고 초연한 편. 기본적으로 당신은 남들이 어떤 책을 보는지 거의 관심이 없으며, 모든 책과 책에 대한 취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즐김.

단단히 얼어붙은:
동토층에 기반한 지대처럼 확고한 논리적/이성적 기반을 가진 스토리를 선호함. 기이한, 특이한 내용의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논리와 상식을 벗어나선 안됨.

얼았다 녹았다...:
좋아하는 책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거나, 이랬다 저랬다 함. 어떤 때는 비주류 성향의 픽션을 좋아하다가도, 어떤 때는 극히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베스트셀러에 빠지는 경우도 있음.
당신의 취향은 인터넷 출판 시대의 주류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출판 시장을 여성들(소녀 취향)이 장악하고 있다면, 현대 인터넷 시대에 온라인 출판 시장은 당신 취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취향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 반응하리라 예상됩니다.

어슐러 르귄
달의 주기에 맞춰 '발정'하는 성의 주기
성의 주기는 평균 26일에서 28일이다. 21일 또는 22일 동안 각자는 성적으로 활동이 없는, 잠재상태의 '소머'이다. 18일째 되는 날 뇌하수체의 작용에 의해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며, 22일째 또는 23일째 되는 날 각자는 '케머', 즉 발정기에 들어간다. 케머 첫 단계(카르하이드 말로 '세헤르'라고 한다)에서 그들은 완전한 자웅동체를 유지한다. 성의 발현과 발정은 격리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세헤르' 때 만일 혼자 있거나 케머 중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성적 결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성적 충동이 너무 강해서 그것이 그의 인격을 완전히 지배하며, 그 밖의 모든 충동을 억누른다. 케머 중인 파트너를 찾으면 호르몬 분비는 그들 중 한 사람이 남성호르몬 또는 여성 호르몬에 지배될 때까지 더욱 자극된다. 생식기는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상대의 변화에 흥분한 파트너는 자동적으로 다른 성의 역할을 맡게 된다. 가끔 케머 상대에게 동일한 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 어둠의 왼손 中

스타니스와프 렘
"이 과거의 망상이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하고 벌건 백주에 느닷없이 나타난다면? 자기에게 달라붙어 절대로 떨어지지도 않고 죽일 수도 없는 것이라면? 그럴 경우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어디서지?"
"바로 여기야. 솔라리스에서."
- 솔라리스 中

로저 젤라즈니
 냄새에 대해서도 민감해졌겠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구역질나는 냄새말고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사람 살이 썩어가는 냄새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악취가 오랫동안 풍겨왔던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누군가가 그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위병이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을 들여다볼 생각을 할 때까지, 도대체 몇 개의 빵, 몇 잔의 맛없는 스프가 손대지 않은 채로 그냥 썩어가야 하는 것일까?
- 앰버 연대기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더 로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세계의 끝에 선 두 부자가 여기에 있다.
세계는 망해버렸고, 그나마 생존자라고 있는 사람들은 약탈자가 되어버리거나, 또는 힘없이 당하거나, 또는 이 아버지와 아들처럼 끝없이 어디론가 걸으며 "생존"해 있을 뿐이다.
많은 말은 필요치 않다. 그들이 예전에 품었을 지도 모를 희망이나, 욕망이나, 분노나, 철학이나 예술.
당장 한시간 내에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고, 그들에게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괜찮아. 아빠 여기에 있어.
그냥 그런 말들. 이 무자비하고 황량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그런 말들이었다.
세상은 계속 무너지고 있고, 그들은 살아있다.
무언가를 꿈꾸고 있지는 않다.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세상은 무저갱이 되어가고, 초식동물처럼 이리저리 쫓기면서 그날의 양식을 얻을수 있으면 그 뿐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편할텐데, 왜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죽지 않는 것일까?
살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니 살아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간적인 외향만을 가지고 있을 뿐 동물과 다름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살아지기 때문에, 지친 몸을 끌고 정처없이 걷는다.
음식을 얻기위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남쪽으로 가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예정된 마지막을 향한 행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끝에 새로운 시작도 있었다.

종말후의 세상을 얘기하는 영화를 보고, 나는 다시 내게 묻는다.
살아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건지, 아니면 살아지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건지.
대부분의 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살아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종종 처참하고 비참해지는 인생. 그 길을 매일매일 걸어가면서 언젠가 나는 바다를 보게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이, 이 영화가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가혹한 세계에 내버려져도 희망이 남아있는 것이 당연한거라면, 그것만큼 소름끼치는 일이 또 있을까. 어디엔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희망때문에, 행복해질지도 불행해 질지도, 아니 그보다 먼저 살아있는 의미를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일일지.....신이 있다면 차라리 희망의 불씨조차 빼앗아가버리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이자 미덕이 아닐까.
오히려, 극한의 상황에 놓여진 주인공들을 통해, 살아지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삶의 고달픔과 허망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소설속의 그들의 여정이 무섭도록 고달프지만 서로를 위로하는 말들은 아름답고, 그 마지막은 슬펐던 것처럼,
이 인생이라는 길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코맥 맥카시의 원작소설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사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실망했다는 사실을 미리 말해두어야 겠다.
코맥 맥카시의 소설 <더 로드>에서 중요한 건 비주얼도 아니고, 플롯 자체도 아니다.
악몽처럼 처참한 공간에 내버려진 두 부자의 생존하는 방식, 아무것도 아닌 단어가 주는 마음 짠해지는 감동이 이 소설이 주는 미덕이요, 가치인데, 이 "비주얼로 풀이할 수 없는" 매력을 어찌 스크린으로 풀이해 낼 수 있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종말후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 영화로 풀이되면 분명 2012같은 느낌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실망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재밌게 보았던 소설이니,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냈을지 두고보자는 느낌이 강했는데,
막상 영화로 본 <더 로드>는 내 지례짐작보다 훨씬 괜찮고, 훨씬 멋있는 영화였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고, 실제로 아이의 엄마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소설속의 버석거리며 쓸쓸해지는 단어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싶기도 했는데, 비고 모텐슨의 목소리가 소설속의 그런 느낌들과 감동을 그대로 전해준다.
황량히 무너지는 세상에 내버려진 비고모텐슨의 한없이 지친 목소리로 읊조리는 대사들은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 괜시리 슬프고 가슴아프더라...
나 혼자, 몇번이나 눈물을 삼켰던지....
벅찬 감동이라고 할지, 먹먹한 슬픔이라고 할지, 어떤 감정을 남기고 영화가 끝나버렸는데,
원작만큼 재밌는 영화는 거의 본 적 없지만, 소설만큼이나 재밌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에 이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시간은 없고, 자꾸 다른 일들이 생기고, 영화를 보러가려고 하면 시간표가 맞지 않고....
그러던 중에 그냥 놓쳐버렸는데, 뒤늦게 <시간 여행자의 아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책을 보고 있을 때는, 반짝이던 영화의 트레일러가 생각났는데, 책을 덮을 때는 전혀 다른 감상이 이어졌다.
시간을 거스르는 사랑.
우리 사랑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시간 역시 방해할수 없다는- 다소 낯간지럽지만 로맨틱한 상상을 하면서 이 책을 보았는데, 다 보고 나니 물론 그런 추측도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정작 이 책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소설은 시간을 감내한다는 것, 시간의 무력감, 완벽한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주인공 헨리는 시간 여행자이다.
SF 영화처럼 약물의 오용이나, 현대 과학의 승리 따위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타고난 존재이다.
헨리에게 있어 시간 여행이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그냥 내던져 버리는 그런 종류의 "체질"에 가까운 장애이다.
막연하게 생각해보면 꽤 좋을 것 같지 않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실수들을 바로 잡을수도 있고, 미래로 갈수 있다면 면 로또번호라도 알아내거나, 오르는 주식을 미리 사놓을수도 있고, 미래의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모습도 훔쳐 볼수 있다.
그러나 시간여행에 이렇게 좋은 점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시간 여행을 몇번이고 되풀이 하면서 헨리가 얻게 되는 것은 벌어질 일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결국 벌어지고 만다는 운명의 무력감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으로 몇번이고 다시 돌아가 살아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사고도 막으려고 하지만, 이미 그는 그 세계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인간이고, 벌어질 비극은 필연처럼 피해갈 수 없다.
내일, 아니 당장 1분후에 어디로 사라질지도 모르기 떄문에, 어디론가 뿅!하고 사라져버려 알몸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타인들에게 그 모습은 상당히 이상한 모습으로 보일 뿐더러, 잘 모르는 사람 집에라도 떨어지게 되면 범죄자가 되는 건 순식간의 일.
때문에 헨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만나러 온 성인이 된 또다른 자기자신에게 도둑질하는 법, 자기 몸을 지켜내는 법, 열쇄따는 법 등의 잘못된 것을 배울 수 밖에 없다.
한때 좋아했던 밴드의 공연장에 떨어져도, 언제 죽을 지 뻔히 아는 사람의 공연을 보고있는 것이 마냥 신나지도 않게 되고, 미래에 벌어질 일의 원인이 자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나게 상처받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아무 시간에나 내던진다는 것이 헨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인생은 부질없고, 노력해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마음을 다치게한 사건은 잊어버릴수도 없게 계속 되돌아 가게 되고....
그 무력감과 허무함때문인지, 헨리는 한때 오염된 인생을 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오는 건지, 찾아가는건지, 기이한 인연으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여섯살. 그리고 헨리는 서른 중반쯤 되었다.
알몸으로 들판에 내던져진 헨리를 경계하면서도 자꾸 말을 걸어오던 이 소녀는, 미래의 자신의 아내이다.
어린 시절의 아내를 만났기 때문에 그 소녀가 자신의 아내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젊은 시절 만난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그 여자의 어린 시절로 내던져 지는 것인지, 이것이 운명인지 우연인지는 알수 없다.
헨리의 말처럼, 시간 여행을 하는 몸을 타고난 사람에게는 모든 시간이 뒤죽박죽 엉켜버리기 때문에.
나이든 헨리는 자신이 언제 나타날지를 적은 목록을 소녀에게 건네주고, 소녀는 그가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준비해두고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현실의 헨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러고나서도 헨리가 시간 여행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클레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캐릭터일까.
내가 보았던 시간여행자의 아내 클레어는 그렇지 않다.
나름 자기 의견과 취향이 확실한 전형적인 요즘 여자같은 이미지인데, 클레어는 현실의 헨리를 만날 때까지 단한번도 사랑에 빠지지 않은 채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헨리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고, 현실의 헨리가 자꾸 사라져버리는데도 초조함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왜 그럴까.

시간이 뒤엉켜버린 헨리를 만난 덕에, 클레어의 시간 역시 뒤엉켜 버렸기 때문이다.
자꾸 과거로 회기해버리는 헨리를 붙잡으려 해봤자 어쩔수 없는 일임을 알고, 또 그 시간 여행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헨리를 만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교적 초연한 태도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 얼마나 거대한 기다림인지.....
언젠가 찾아올 헨리를 만나기 위해, 클레어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기다린다.
그 찰나의 순간을. 또 바보같이 기다리게 된다.
마냥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다른 시간을 멤돌게 되는 사람.
그 "의지와는 상관없는"행위의 무력감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클레어는 한없이 기다린다.
그래도 그 시간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헨리라는 사람이 있었고,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 뿐이니까....
이 변덕스러운 시간과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 딱 하나 있다는 것을 클레어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기다림이 초조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클레어의 그런 현명함과 분명함이 나는 무척 부러웠다.

마냥 핑크빛 로맨스로 점철되어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시간이 주는 무력감.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버리는 운명의 속성같은 것은 시간 여행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장으로 갈수록 서늘하게 짠해지는 뭔가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걷고 있을까.
내게 주어진 운명은 무엇일까.
두근두근하면서도 두려운 상상들이 책을 덮고나서도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