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슬란드라고 하면 내가 떠올릴수 있는 것들은 뷰욕과 시규어로스 정도랄까.
몇몇 유명한 가수들 이외에는 전혀 모르기에 신비롭고 얼음같은 이름덕에 더더욱 신비로운 나라.
아이슬란드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낯설면서도
어딘가 우리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을 찾아서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다.
 
소설 표지처럼 비가 내리는 이미지, 끈적한 장마비같은 묵직하고 질퍽한 우울함을 남기는 소설 <저주받은 피>.
스칸디나비아의 추리소설상 '유리열쇄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한 노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자택에서 재떨이에 머리를 맞은 채 한 노인이 죽어있고, 현장에 도착한 형사 에를렌두르는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집에서 발견된 아이의 무덤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죽은 노인이 한때 강간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음을 알게된다.
4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린 여자아이, 딸의 죽음 이후 상심이 큰 나머지 자살한 어머니-
한때 그가 강간했던 여인과 그녀의 딸, 그녀의 일생은 이렇게 허망하게 사그러져갔고,
죽은 노인의 과거를 철저하게 따라올라가면서, 이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저주받은 피>는 여러가지 과거사건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소설인데,
범죄자체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과거가 속속들이 등장해 옥수수가 팝콘으로 튀겨지듯이
사건이 사방으로 부풀어져만 가서 읽는 내내 '이게 대체 살인사건과 무슨 상관이야?'라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결국은 그의 죽음에 이 모든 과거가 이어져있다는 결론에 도달할수 있었지만,
뜬금없이 부풀어져만 가는 수사의 모습때문에 꽤 당황하면서 읽었고,
동시에 과거에서, 더 먼과거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 죽은 노인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의 끈적한 집착이몹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피해자가 가해자였음이 드러나고, 사건 뒤에 왕년에 나쁜 짓만 골라 하고 돌아다니던  죽은 노인의 범인이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까봐 두려웠으면서도 그런 슬픈 사연이 있기를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차라리 수사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램도 해봤다. 죽은 노인이 그야말로 짐승같은 인간이기에.
죽어 마땅하며 누가 왜 죽었는지 알아뭣하리 하는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혀 생소한 이름들이 등장해 새로웠고,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름에 성을 쓰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성이 없어도 사람이 추적 가능하다는 게 더 신기하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도 기억하기에는 꽤 어려웠으나, 이 책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한"이라는 개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어느 나라에 사는 여자이든, 강간이라는 것은 평생 잊을수 없는 치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주위 시선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고, 평생 자기만 아는 비밀로 간직하고 그렇게 낳은 자식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어머니-어린 딸의 죽음에 결국 목숨도 놓아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생소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런 감정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느끼기기보다는 진심으로 마음 쓰라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비교적 여권신장으로는 동양쪽보다는 나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유럽에서도 이런 비합리적이고 여성비하적인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니 같은 여자로써 피가 끓어오르게된다.
우울하고 축 쳐져있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이런 감정을 극도화시키며,
비참하게 보이기마저 하는 형사 에를렌두르의 가정사와 일상 역시 마음을 짠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인구 30만의 단일 민족이며 타 민족과의 결합도 그닥 없기 때문에 유전학 연구의 산 실험실같다는 아이슬란드.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이런 추리는 가능하지 않았으리라.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속의 댄서>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장마비처럼 무겁고 축축하다. 음침할 정도로 슬프다.
지금까지 읽어본 <블랙캣 시리즈>중에서는 가장 내 취향과 잘 맞았던 소설이었다.
아흑...가슴 아파라....
 
p.s.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은 좀 촌스럽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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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7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캣 시리즈는 레이븐 블랙이란 책밖에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그 분위기가 많은 차이가 나지만 독특한 맛이 있더라고요. 저주받은 피에서도 그런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궁금증이 커지는 군요.ㅎㅎ

Apple 2007-08-07 14:23   좋아요 0 | URL
둘다 재밌는데, 저는 이 책이 더 재밌더군요..^^꼭보세요~
 
붉은 죽음의 가면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흑백영화를 볼때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떤 내용이든 간에, 꿈을 꾸는 것 같은 음산한 몽환이 느껴진달까.
요즘 영화는 아무리 재밌어도, 그런 독특한 느낌을 가지기 힘든데,아마도 그런 것이 고전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지어진 공포소설을 보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되는데
이런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공포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와 러브크래프트이다.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축축한 공포는 악몽과도 같다.
삐뚤어진 욕망과 광기-흡사 그들의 소설은 광기를 찬양한다.
(에드거 앨런 포가 "엘레오노라"에서  "광기야말로 최고의 이성"이라 말했언 것처럼...)
요즘 공포소설처럼 자극성은 좀 떨어질지라도, 좀더 끈적이고, 한기가 느껴지며, 낭만적이기마저 한 구석도 있다.
그래서 내가 고딕문학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음산하며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은 것은 내가 초등학교때인데,
그 책의 제목은 "검은 고양이"로, 검은 표지에 고양이 눈구멍이 그려져있던 책이었고,
에드거 앨런 포의 가장 유명한 단편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황금충같은 작품들이 실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마음에 읽었던 "검은 고양이"가 어찌나 무섭던지,
기회가 닿는대로 친구들에게 무서운 얘기를 들려준다며 여러번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도 친구들도 무척 어렸기 때문에, 그 얘기에 무서워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지 안좋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괜히 자극한게 아닐까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되기도 한다.)

새로 출시된 에드거 앨런 포의 고딕 공포단편집 "붉은 죽음의 가면"에 수록된 작품중에
이미 봤던 것도 있고 처음봤던 것도 있지만,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것들은 간혹 내가 약간 곡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어셔가의 몰락"같은 경우는 어린아이가 읽기에는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광기와 그에 반하는 양심의 불안정한 조화는 에드거 앨런 포 공포소설의 특징-
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살인이나 악행을 자기 스스로 정당화 시키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마음속의 양심으로 불안함에 떨며, 그것이 파멸을 초래한다.
이런 예민하고 극도록 신경질적인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의 성격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
"베레니체". "리지아", "엘레오노라"같은 여자이름이 제목인 단편들은
지금은 죽은 사랑했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이는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이 죽음의 강을 건너게 내버려 둘수 밖에 없었던 과거 여인들에 대한 그리움이 잘 나타나있다.
특히 "베레니체"같은 경우는, 이 당시 소설이라고 믿기 힘들게도 시체애호증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한층 음산하고 불쾌해지는 단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는 <M 발드마 사건의 진실>, <베레니체>, <검은 고양이>, <폴짝-개구리>,
<아몬티야도 술통> <어셔저택의 붕괴>가 재밌었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오는 고딕 기담문학 총서-내용은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양장이 예쁘고
삽입된 그림들도 이야기와 잘 어울어져 전체적으로 무척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책실이 없어서 읽는데 굉장히 불편해서, 겉보기에는 예쁘지만 가독성이나 편리함은 많이 떨어진다.
(결국 띠지로 책갈피를 대신해 가며 읽었다. 계속 접어놓았더니 띠지가 찢어지려고한다.)
또, "어셔가의 몰락"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굳이 "어셔저택의 붕괴"라고 번역해놓은 점은
어딘지 굉장히 거슬린다. 뜻이야 거기서 거기로 비슷하지만,
어감상 어셔가의 몰락쪽이 익숙하고 마음에 드는 건 괜한 생각일까.
또 앞으로 나올 소설들을 보니, 이미 나왔던 소설들도 몇개 보여서 아쉽다.
이미 가지고 있는데 또 사고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왜 냈던 것만 계속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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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4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 2007-08-05 22:50   좋아요 0 | URL
네...제 아이디와 함께 나온다면 저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없는 글솜씨이지만,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ㅠ ㅠ흐흑...
 
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읽을 책이 많아서 쌓여있는 책을 바라보며 한참 고민하다가 마신유희를 딱 펼쳤더니,
전작 "점성술 살인사건"과 너무 다른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읽기 싫어져서 잠시 밀쳐둔 것이-
지난달의 일.
결국 몇일전 다시 펴보았는데, 아아!!! 왜 이걸 이제 읽었지?!!!!하면서 후회했다.
그래. <점성술 살인사건>과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
그야 그럴수 밖에.
<점성술 살인사건>이 1981년에 세상에 등장해서 그 사이에 미타라이 시리즈가 굉장히 많이 나왔으니
첫 시리즈부터 20년이나 지난 2002년에 등장한 <마신유희>가 다를수 밖에.
트릭을 이용한 토막연쇄살인이라는 점은 동일하나, 어쩐지 작품분위기가 거의 정반대일정도로 다르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무리 여자들이 토막나서 잘려나가더라도 퀴즈 풀이같은 아기자기함이 있었던데 비해,
<마신유희>는 그야말로 박력이 넘친다. 엄청나게 음산하고 우울하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마신유희>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헨리 다거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가난하고 조용하고 고독하게 청소부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죽었고,
집정리를 하러 그의 방에 들어선 집주인은 그의 집에 숨겨진 놀라운 그림들과 글을 찾아낸다.
그리고, 오려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낸 헨리다거 혼자만의 예술품 <비현실의 왕국에서>는
결국 그가 죽고 나서야 빛을 바라고, 헨리 다거는 가장 유명한 아웃사이더 아트 화가중의 하나가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기억의 화가' 로드니 라힘을 보며 헨리 다거를 떠올리는 것은 나뿐일까.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모자란 사람, 측두엽 간질증세와 기묘한 정신병,
그저 그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나 볶으며 근근히 살아가고,
그마저도 정신병이 재발하면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는 이상하지만 소외되어있는 유대인 로드리 라힘.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깡그리 없어져 버렸는데, 마음속에서 알수없는 충동이 그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한번도 그림을 그려본적 없는 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장면, 어떤 순간들을 그리지 않고는 못배기게 된 것이다.
발작적인 드로잉-스스로 "캐논"이라 부르는 로드리 라힘만의 그림속의 세계.
그 그림은 그에게 화가의 칭호를 붙여주고, 그는 화가로 대성하게 된다.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발작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는 '캐논'은 사실 티모시라는 스코트랜드의 마을이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티모시에서는 알수 없는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60대 여성들이 말할수 없이 거대하고 힘센 누군가 손으로 찢어놓 듯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채 발견이 되고,
'기억의 화가' 로드리 라힘의 광기와 분노 어린 수기가 교차되 듯 보여진다.
로드리 라힘이 신봉하는 구약성서속의 모세와 야훼(여호와)의 전설-
힘없고 평범한 모세에게 나타나 이집트에게서 이스라엘을 구하라는 야훼.
이스라엘인들을 군림하며 학대하는 이집트인들의 사지를 잡아뜯는 흉폭하고 강력한 신 야훼.
피속의 붉은 마신.
유대인들은 때때로 복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인들은 빼앗기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로드리 라힘의 위험한 정신세계와 그의 기억속의 마을 티모시에서 일어난 사건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살인 자체에 트릭이 있었던 <점성술 살인사건>과 달리, <마신유희>는 텍스트에서만 허용되는 트릭을 가진 소설이다.
로드리 라힘의 위험한 수기에서 나타나는 심리묘사는 섬뜩하기 그지 없으며,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음산하다.
이 알수없는 사건과 독자가 범인으로 확정지어가는 용의자-
후반부에 나타나는 꽉 짜여진 트릭에 또 한번 시마다 소지에게 놀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다 읽고나니 책 제목이 스포일러라는 생각도...^^)
 
여기서 잠깐! 그나저나, 이 소설 일본 소설 아냐? 미타라이가 탐정 아냐?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미타라이가 나오는 일본소설이기는 하나, 배경이 스코트랜드로 되어있고 사람들도 모두 스코트랜드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는데, 시리즈가 20년이 넘게 이어져 오면서 주인공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점성술 탐정이었던 미타라이가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다국어를 원어민처럼 말할수 있고,
낭비다싶을 정도로 많은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으나 막상 여성혐오자이며,
비행기 운전도 할줄 아는 IQ 300의 슈퍼맨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설 외적으로 실망한 점은 이런 지나치게 인위적인 탐정의 설정이었다.
나는 조금은 멍청하고 게으른 탐정이 좋더라.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렇게까지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다. 왜냐면 이건 소설이니까.
 
IQ 300에 못하는 것 없는 울트라슈퍼맨 미타라이가 그냥 박학다식한 열혈독서가 교고쿠도와
그다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드는건 또 왜인가.(알고보면 교고쿠도도 IQ 300일지도.)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엉뚱하고 게으른 미타라이의 성격도 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어있어서,
이렇게 공격적이고 냉정한 미타라이가 너무나 어색했다.
아아, 귀여운 미타라이를 돌려다오!!!!!
 
어쨌거나 막판에 소설 후반부에 드러나는 인위적인 미타라이의 프로필이 어색했던 점 말고는,
시간을 완전히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던 책으로 정말 몹시 재밌었다.
7월에는 어쩐지 너무 바빠져서 체력이 딸려서인지 시간나는대로 체력을 보충할수 밖에 없어서인지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는데, 그럼에도 이번달에 읽은 책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재밌었다.
독서가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소설을 읽으며 즐긴다기보다는 다 읽는게 목표가 될 때도 있는데,(소설이 지루할 때 특히 그렇다.)
지나고 나면 그런 독서는 항상 후회가 든다. 심지어는 스토리도 금방 잊어버리니까-.
독서란 즐거운 것이다. 트릭은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 이제 또 무엇을 읽어볼까나?
 
p.s 그나저나 그렇다면 <마신유희>쯤 와서 미타라이의 나이는 대체 몇....?=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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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역시 탐정이 맘에 안 들었어요. 그런의미에서 이 책보다는 <점성술 살인사건>에 손 들어 주고 싶어요.

시마다 소지는 사람 몸 해체하는걸 좋아하는 걸까요? 아님, 우연찮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들만 그런걸까요?

Apple 2007-07-28 06: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것도 여자들 해체해놓는걸 특히 즐기는듯..^^;
확실히 미타라이는 점성술에서 더 귀여웠어요. 이렇게 차갑고 똑부러진 탐정이라니...
갭이 너무 커서 어색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트 모양 상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0
조 힐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이지만, 선뜻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어쩌면 너무나도 유명한 그의 아버지의 글과 비교해보기 위한 악취미적인 관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영화배우 가족들이 있고, 조상 대대로 각기 다른 예술 분야에서 활약을 펼쳤던 예술가 가족도 있는데,
이 아들과 아버지는 공포소설을 대물림하고 있다.
현대 공포소설에서는 이름처럼이나 왕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 스티븐 킹의 아들이 바로 조 힐.
내 어찌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수 있겠나.
하여간, 이런 다소 잔인한 관심으로 보게된 책이었지만, 그의 소설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는 찾아볼수가 없다.
그들은 둘다 공포소설가이지만, 표현 방식, 문체, 이야기 구조부터 주인공의 설정까지
비슷한 구석은 그다지 찾을수 없다.
이 점이 바로 이 작가 조 힐에게 기대하고 싶어지는 점인 것이다.
 
간혹, 헤비메탈이나 록커들은 악마신봉주의자처럼 보인다.
이것은 대부분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위한 철저한 이미지 마케팅으로
실제로 그렇다 믿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순진한 사람이 되겠다.
닭피를 뒤집어쓰고, 아무 여자나 끌어안으며, 온갖 역겹고 비상식적인 짓을 해도,
그들은 결국 인간이지 악마나 악마신봉주의자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늙그막에는 가족용 리얼리티 쇼도 찍은 오지오스본이 있지 않나.
<하트 모양 상자>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악의 화신 록스타 주다스 코인이다. (이름부터 뭔가 필 오지 않나?)
과격한 짓을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기괴하고 음산한 헤비메탈로 신봉자도 만들었다.
쉰살이 넘어서도 정신 못차리고 젊고 탱탱한 아가씨들을 옆에 끼고사는 전형적인 록커 주다스 코인-
그는 은밀히 스너프 필름이나 정상적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유령 양복을 판다는 메일이 왔는데, 어찌 그가 이런 제안을 모르는 척 한단 말이냐.

"죽은 아버지의 복을 팝니다. 유령까지 덤으로 드립니다."
어느 날 누군가 옥션에 내놓은 유령양복을 호기심에 산후
주다스 코인과 그의 스트리퍼 여자친구 조지아는 집안에서 도사리는 유령의 실체를 느끼기 시작한다.
배달되어온 양복을 입은 노인이 음산하게 복도에 멍하니 앉아있질 않나,
그 유령을 본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지 않나, 알수 없는 명령에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질 않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호기심에 산 양복 하나가 주다스 코인의 일상을 좀먹을 줄이야!
직접 행동을 하기보다는, 인간의 마음에 파고들어 심리를 조정하는 위협적인 유령의 출현에 잔뜩 겁을 먹은
주다스 코인과 조지아는 유령을 피해, 그리고 유령을 없앨 방법을 찾기 위해 무작정 집으로 부터 도망치는데....
이것이 끝일까?
유령은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다.
 
경악할만한 반전이라던가, 막판에 놀랍게 유령이 등장해 깜짝 놀래키거나 하는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초반부터 유령이 등장하고, "너를 죽일거야"라는 유령의 메시지도 초반에 분명히 등장한다.
그런데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볼수 있게 되는 스릴있는 소설인지라,
보는 내내 "아, 잘만들어진 대중성있는 공포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며 감탄을 하면서 보았다.
아버지 스티븐 킹과는 달리, 조 힐은 섬세한 묘사보다는 롤러코스터처럼 속도감있는 스릴을 건내준다.
이 점이 이 소설이 젊은 공포소설이라 느끼는 점이 되었다.
빠르고, 정확하며, 으스스한 장면 연출도 더할나위 없고, 군더더기 없으며 결말 또한 명확하고 깔끔하다.
스티븐 킹과 조 힐, 어느쪽이 더 재밌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버지의 유명세에 눌리지 않고, 또다른 매력으로 독자를 매혹시킬줄 아는 멋진 공포소설 작가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거침없는 속도감과 그림처럼 그려지는 이미지 때문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은 영화화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닐조단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단다.
아아, 정말 기대가 되는 영화가 아닐수 없다!!!!
 
한여름에 읽기 제격인 멋진 공포 소설.
무덥고 지루한 여름밤도 <하트 모양 상자>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p.s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순간순간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에 키득대면서 볼수 있을 것같다.
오지 오스본에서부터 콜드플레이까지-유명한 록커들의 이름들과 노래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나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
이런 기분은 마치 모르는 동네에서 옛날에 친했던 동창생을 만난, 멀고도 친숙한 기분이랄까. 에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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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느슨한 주말, 나를 황홀한 충격속에서 허우적대게 만든 이 작가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17세에 데뷔했으며, 일본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요상한 이름의 작가 오츠이치.
단조롭고 건조한 문체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도 그 짧은 문장안에서
독자의 감수성을 한껏 자극한다.
그 감수성은 낯섬, 공포, 기이함, 애수, 쓸쓸함이 모두 혼합되어 있어 뒤숭숭한 기분에 들게 한다.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고, 궁금하면서도 슬퍼져버리는 감성을 제대로 집어내는 이 작가.
대단한 상상력, 대단한 감수성을 가졌다.
정말로 멋진 작가를 만나버렸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소설이 앞으로도 만날수 있다고 하고, 현재 나와있는 것도 몇개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다.
 
어느날 불시에 습격을 당해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침침한 감옥에 갖혀있게 되는 두 남매의 이야기
 <SEVEN ROOMS>를 시작으로, 독자는 이 무시무시한 작가의 정체를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어두운 감옥속에서 어린 동생은 화장실 대용으로 놓여있는 작은 도랑을 타고,
그곳에 존재하는 7개의 방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 방들에 자신들과 똑같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고독과 두려움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자들을 만난다.
잡혀들어온 이유?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유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이유없음의 불쾌함과 알수 없음의 불안함이 아주 조금씩 꾸물꾸물 꿈틀거려
마음을 아주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버는 단편이다.
 
<SOㅡfar>에서는 예상치못한 낯선 현실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어느 날 엄마의 눈에 아빠가 보이지 않게 되고, 아빠의 눈에 엄마가 보이지 않게된다.
아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엄마와 아빠사이에 껴서, 어느 쪽이 죽어있는지조차 모른 채
그냥 그대로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인가, 엄마가 보일때는 아빠가 보이지 않게 되고,
아빠가 보일때는 엄마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소통의 단절에 대한 뼈아픈 이야기. 내내 낯설고 기분나쁜 느낌이 드는데,
속내를 알수 없는 기이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가 특유의 느낌이 잘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표제작 <ZOO> 역시 불쾌하기는 매한가지이다.
함께 동물원으로 놀러가기도 했던 여자친구가 어느날 살해된다.
그리고 남자의 집에는 여자친구의 시체가 조금씩 조금씩 부폐해져가는 과정을 담은 사진이
하루에 한장씩 배달되어 온다.
이 단편은 무척 섬뜩하면서도 공허한 상실감으로 가득차있다.
이 단편이 표제작이 된 이유는 이 단편집에 줄곧 흐르는 공포와 상실감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의 이름 오츠이치(乙一)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기도 하다. 오츠(乙)-Zoo)
 
<양지의 시>는 이 소설집이 가진 공통적인 느낌과 가장 상반되는 단편이다.
오츠이치의 소설들은 다크계열과 퓨어계열이 있다는데, 이 단편은 퓨어 계열일 것이다.
인류가 멸망한 시대를 알수 없는 SF의 느낌이 풍기는 만화같은 이야기.
어느날 자신을 창조한 인조인간이 창조자와 함께 살아간다.
병에 걸린 창조자는 자신의 집안일을 해주고, 죽은 후에 자신을 뭍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인조인간. 죽음의 의미를 가르쳐줘야하는 창조자.
그들 사이의 이야기인데, 무척 따뜻하면서도 아주 많이 슬프다.
아아, 나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너무....
읽는 내내, 알수 없는 노스텔지아와 슬픈 기분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이한 상상력을 어김없이 발휘하는 <신의 말>은 또 얼마나 절망적인지.
어린시절부터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운 아이가, 어느날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알게된다.
의지를 실어 달콤한 목소리로 원하는 것을 속삭이면 무엇이든 현실이 된다.
잔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 소설 내내 흐르는 자학이 불안할 정도이다.
 
또 하나의 불쾌하기 짝이없는 <카자리와 요코>는 콩쥐팥쥐류의 이야기의 변형이랄까.
쌍둥이로 태어나 하나는 엄마와 주위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카자리로 자라고,
하나는 부엌 쓰레기통 옆이 자기 방이 되어버린 요코로 자란다.
자학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하찮음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버리는 요코는
어느 날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 댓가로 어느 할머니의 집을 드나들게 되면서 내면이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 단편집중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이다.
자학이 당연시되어버린 요코의 일상은 얼마나 잔혹하던지.
 
<Closet>은 가장 추리소설다운 면모를 갖춘 단편이다.
어느날 살해되어버린 시동생. 범인은 분명 집안에 존재할 터인데, 시동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시누이와 올케가 한바탕 심리전을 펼친다.
과연 범인은 어디 있단 말인가.

<혈액을 찾아라>와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는 불쾌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블랙코미디이다.
<혈액을 찾아라>는 한때 사고를 당해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사라져버린 남자가
어느날 피투성이가 된 채로 깨어나지만, 고통을 느낄수가 없어 어디가 다쳤는지 알지 못한다.
옆구리에 칼을 꽂은 채, 살려달라고 외치는 남자의 옆에서
그의 유산을 노리는 맞아들과 새마누라, 너무 착한 나머지 멍청한 막내아들은
누구도 그의 목숨을 살리려 하지 않고, 대놓고 죽으면 유산을 받을수 있지 않냐는 얘기를 해댄다.
집안에서 사라진 혈액의 행방은?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에서는 5번을 재수를 했는데도 도쿄대에 가지 못해 삶을 비관한 젊은 남자가
총을 가지고 비행기안에서 사람들에게 함께 죽어버리자고 협박한다.
도쿄대로 날아가는 비행기안에서 두 남녀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죽는 순간의 고통이 너무나 두려운 여자에게 세일즈맨인 남자는 자신이 쓰려고 했던 안락사약을 팔고자
생애 마지막 세일즈를 벌이게 된다.
두 단편 모두 죽음을 담보로 깔고 우스운 상황을 진행시키는 소설들이다.
진지했더라면 무척 섬뜩했을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데,
블랙코미디 특유의 씁쓸한 웃음이 묻어나는 단편들이었다.
 
초반부 <SEVEN ROOMS>에서 느꼈던 낯선 불쾌함을 소설 막바지에 <차가운 숲의 하얀 집>에서 느낄수 있다.
백부집 마굿간에서 동물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남자가 어느날 쫓겨나 자신만의 '하얀 집'을 갖게 된다.
섬뜩한 잔혹함과 알수없는 공허하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가득찬 잔혹동화같은 이야기이다.
 
 

오츠이치의 10가지 짧은 단편들을 모은 <Zoo>라는 이 소설집에는 공통적으로 불쾌함의 미학이 흐른다.
시종일관 낯설고 확인하기 두렵고 잔혹하다.
이것 뿐이었더라면, 오츠이치는 평범한 공포소설작가였을텐데,
더더욱이 대단한 것은 이야기 전체에 무겁고 우울하고 쓸쓸한 감상들이 흩뿌려져 있다는 점이다.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같은, 아름답고 잔학하고 불쾌하지만, 그립고 슬픈 느낌들이
뭐라 말할수 없는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견딜수 없이 모순뿐인 현실과 자학, 고독과 절망감.
이 낯설고 불쾌한 세계속에서도 쓸쓸함이 내내 맴맴돈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꼭 확인해야 하는 마음속의 호기심과 공포와 욕망을 들춰본 것 같아서,
꾸다말은 악몽처럼 내내 찝찝하고 슬펐다. 
 

오랜만에 완전히 반해버린 소설가 오츠이치-
차갑지만 따뜻하고 슬픈, 너무너무 내 취향과 딱 들어맞는 책이어서 격하게 추천해본다.
특히 기리노 나쓰오의 불쾌한 감성을 사랑하거나, 박찬욱의 복수시리즈를 감명깊게 보았던 사람들은
반드시 볼 것!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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