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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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인가, 잠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 보았던 기리노 나쓰오의 <다마모에>. 이제서야 책으로 보게 되었다. 기리노 나쓰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인지라 기대도 컸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 자체의 심심함에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작가의 매력은 그런게 아니라고, 단정짓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따위 갖지 않고 보았던 책이지만, 의외로 굉장히 재밌었다.
아마도 시기가 시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면 제대로 된 삶을 살게되는 것인지, 20대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미래를 알수 없는 것처럼 도무지 알수 없는 문제였다. 아마도 30대를 정리하면서, 40대를 정리하면서도 마찬가지이겠지.
그런 때 읽은 <다마모에>. 혼이여 타올라라!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의문점은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될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가고, 인생에서 모르는 것이 아직도 넘쳐나도, 용기만 있다면 혼은 언제든지 타오를수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다마모에>의 주인공 도시코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주부이다.
살면서 남편에게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남편이라는 이름에 아주 걸맞는 성실한 남자였다. 그러나 단한번도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소심한 그녀에게는 사랑의 열정 보다는 삶의 안정감이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가슴 떨리는 경험 한번 해본 적 없고, 결혼후에는 직장을 다닌 경험도 없었고, 집밖의 일상이란 그닥 알고 있는 것이 없는 여자- 59세의 나이에도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여자가 이제 홀로서기를 하려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은 죽어버렸고, 다 큰 자식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을 가지고 어머니와 다투기까지 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죽은 후에 그에게 10년이나 사귀어온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가족에 대한 배신감은 넘쳐흐르는데, 도시코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화내는 법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씩 경험해보기로 한다. 살면서 한번도 해오지 않았던 일들,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채워나간다.
캡슐 호텔이라는 곳에도 가보고, 아내 있는 남자와 살짝 바람도 피워보고, 자식들에게 화도 내보고, 예쁜 옷도 사고, 거기에 어울리는 가방과 구두도 사본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변해간다.

영화 <다마모에>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도시코의 죽은 남편의 내연녀 아키코의 발에 칠해진 페티큐어를 클로즈업 했던 씬이다. 남편에게 향을 드리러 왔던 중년의 여성 아키코의 발에 칠해진 페티큐어는, 영화의 런닝타임이 한참 흐른 후 막바지에는 지워져있다.
소설속에도 아키코의 페티큐어 얘기는 등장한다. 겨우 발톱에 칠해놓은 페티큐어따위가 무엇이 특별하단 말인가. 그것은 그 페티큐어가 <다마모에>에 등장하는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희망과 자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내연녀에게 절대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싶지 않았던 도시코는 평소 바르지도 않던 립스틱을 바르고 아키코를 맞지만, 아키코의 발에는 페티큐어가 칠해져 있었고, 도시코는 일단 거기에서 폐배감을 느낀다.
여기에서 중년 여자가 발톱에 페티큐어를 했다는 것의 의미란- 당연히 손톱에는 메니큐어가 칠해져 있을 것이 뻔하다는 뜻이고,  손톱이나 발톱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치장하는 여자가 옷을 대충입을리가 없으며, 때마다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는 것이 분명하고, 공들여 화장을 하는 여자라는 뜻이 된다.
신발을 신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발톱까지 치장하는 여자-중년의 여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아직까지 그녀가 여자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비록 불륜이지만, 남자에게 사랑받던 중년 여자 아키코는 그가 죽은 후에 그 "희망"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두 여자 도시코와 아키코는, 한 남자의 죽음으로 전혀 다른 방향의 변화를 겪게 된다. 도시코는 남편을 잃은 후에 자유와 삶의 열정을 되찾았으며, 아키코는 남자를 잃은 후에 희망을 잃었다.
소설속의 도시코의 다소 소심한 일탈들은 그녀가 하나씩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계절에 걸맞는 옷을 사고, 구두를 사고 가방을 사고- 이런 것이 자아회복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은 남자들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의 변신과 자아회복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거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초라하지 않는 자신이 되는 것.
여자의 자신감에서 그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도시코보다 한살 어린 우리 엄마는 나와는 달리 활발하고 사교적인 분이시다.
그리고 아직도 유행에 민감해서, 매년 유행한다 싶은 것들은 한번쯤 해보고 싶어하고, 가끔은 내 옷도 훔쳐입는다. 어린 시절에는 잘꾸미고 다니고, 또래 아줌마들보다 훨씬 동안인 엄마가 자랑스러웠고, 조금 더 커서는 조금 짜증을 냈었다.
가끔씩은 엄마가 자식들보다도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더 나이가 들고보니, 그런 생각은 돌고 돌아 어린시절처럼 그런 엄마의 성격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자식에게 희생하는 부모는 싫다. 우리 부모가 그랬다면 나는 숨이 막혀 죽어버렸을런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여자"인 우리 엄마가 좋다.
아직도 거울앞에서 한시간동안 화장하는 것이 보기 좋고, 때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질러 버리는 우리 엄마가 좋다.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여자만큼이나 매력없는 여자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나도 그런 여자가 되고싶다고 생각한다. 쉰살이 넘고, 일흔살이 넘어도, 폐경기가 찾아오고, 인생의 쓴 맛에 좌절해도, 그래도 언제까지나 여자인 여자가 되고싶다.
남편이 죽고나서야 자신의 "여자"를 찾은 도시코 여사처럼 뒤늦게 깨닫기는 싫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이 들고, 누구나 죽는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생명이 붙어있는 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에 모든 것을 양보하는 무기력함에 찌들어서는 안된다.
살아있는 한, 숨을 쉬는 한, 심장은 언제든지 세차게 뛸 준비가 되어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대기중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꿈들은 하나씩 포기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혼은 다시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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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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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가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빨간색이라면 죽고 못하는 나로써는 올해 나온 일본 미스테리 소설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지가 아니었나 싶다. 색감과 제목모양과 적당한 폰트, 모든 것이 딱 좋다 싶을 정도여서, 단순히 표지가 너무 예쁘기 때문에 샀던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나 내용도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관시리즈로 유명하다는 아야츠치 유키토의 소설은 이번 소설이 처음인데, 꽤 두꺼운 책임에도 그닥 막히는 부분 없이 쉽게 쉽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장도 재밌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데, (몇몇 미스테리 소설 빼고는...)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가 이 소설에 상당부분 들어있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빠져들지 못하고 계속 눈살을 찌푸리면서 봤던 것 같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키리고에 저택"이라고 불뤼우는 저택에 갖히게된 연극단 "암색텐트" 회원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아름다운 대저택, 어딘지 비밀스러운 집 사람들, 꼼짝할수 없을 정도로 내리 퍼붓는 눈, 노래나 시에 빗대어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비유 살인까지- 그 유명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비롯한 많은 추리소설들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구조이다.
이 저택에 분명 존재하지만, 정체를 알수 없는 한사람의 존재, 집안 곳곳이 주인공들의 이름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앞으로 죽을 사람의 이름의 예언까지 하는 신비로운 저택, 여러가지 요소로 극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삽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척 재미없게 읽었던 나로써는 이 모든 것에 환상성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으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사건 풀이등이 황당하다고밖에 할수 없었다. 환상성을 필두로 두고, 현실성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마지막 진범의 살인 동기는 터무니 없었으며, (살인 동기도 그렇지만, 그것을 납득시키는 힘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범인의 자멸 또한 그저 처리하기 곤란한 캐릭터를 죽여버린다-는 식의 어설프고 무책임한 전개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의 단순한 나열에 가까운 문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비유살인이라던가 이제는 황당하게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우니 아름다울때 죽어라-"라는 삐뚤어진 탐미주의같은 것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도 어색하다.
환상성과 현실성, 두가지 요소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와서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옛 추리소설의 방식이 지금의 현대인에게는 맞지 않는 탓일지, 최근에 와서는 그닥 발견할수 없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클로즈드 서클은 피할수 없는 유혹이 아닐까.)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점을 찾자면 표지가 예쁘고, 재미없음에도 그냥저냥 읽을수는 있을 정도랄까.
이 소설이 어설펐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올해 읽은 가장 재미없었던 추리소설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이 처음 만나는 야아츠치 유키토라는 작가의 방식이라면, 내게 맞지 않으니 앞으로 보지 않는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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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12-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에서 이 책이 신간으로 들어와있길래 집었다 놨다가하다가
다음에 봐야지하고 냅두고 왔는데,
어째 이런 리뷰를 보면 되려 더 혹하는건지 ㅎㅎ
내년에 봐야겠어요 ㅎ

Apple 2008-12-31 06:05   좋아요 0 | URL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게 아닐까요? 각자 취향이라는게 있잖아요..^^
이매지님에게는 외려 마음에 드는 소설일지도 몰라요~다만 저는 상당히 불만이어서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화가 좀 났다는...=_=;

totori 2008-12-3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거의 비슷한 감상을 받았어요.
아야츠지 유키토 작품은 거의 대동소이하더군요. 대체로 그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약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추리소설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매력이 확 떨어진다고나 할까.... 그런 반면 추리소설의 정통성에 강하게 집착하기에 그쪽의 매니아들에게는 끄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Apple 2008-12-31 06:06   좋아요 0 | URL
아야츠치 유키토의 다른 소설들도 읽으셨군요..^^
서평을 다 쓰고 다른 분들 서평을 보니 재밌게 보신분들이 더 많더군요. 제가 이상한 건지 저는 왜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요? 재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이런 얘기가 길기까지 하다는 점에 약간 화가나기도...-_-;
 
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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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방대한 분량의 소설인 "제묵의 야회"를 다 읽고 덮으면서 아득한 피로감을 느꼈다. 두꺼운 책을 사랑하는 나로써, 고작 600페이지 조금 넘는 소설을 읽는 것에 에너지를 다 소비해버려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아마도 책을 보면서 주인공들이 지쳐나가듯이 나도 지쳐나갔던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섬뜩하고 복잡한 존재인지, 동물처럼 간단명료하게 삶을 살아낼수는 없나-라고 생각해도, 단순히 삶을 영위하다가 죽는 것이 "인생"이라면 슬프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오랜만에 읽은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는데, 두꺼운 분량과 녹록치 않은 사건의 스케일덕분에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소설이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한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결말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작은 어느 하프연주자의 손목부터이다.
"범죄자 피해가족 모임"을 돌아오던 두명의 여자가 살해되고, 한명은 손목이 잘린 채, 또 한명은 머리가 파손된채 발견된다. 사건을 조사해나가던중, 머리가 파손된채 죽어있는 메도리마 미나미의 남편의 존재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게된 형사 오코우치는 그녀의 남편 메도리마 와타루를 조사하기로 하지만 이미 그는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아내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로 온 남자는 경찰서의 아무것도 만지지 않은 상태였다. 즉, 자신의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또 아내의 죽음 이후 경찰이 찾아갔을 때에도, 몇년간 살았던 가정이라 불뤼우는 집에서도 그의 존재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프로페셔널의 솜씨. 행방이 묘연한 메도리마 와타루의 존재감이 궁금한 가운데, 두 여자의 살인 사건후에 증거는 없지만 심증만으로는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난다.
용의자로 지목된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인 나카조라고 하는 인물은 19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이었다.
학교 친구의 목을 잘라 교문위에 올려놓았던 이상한 엽기범죄자 소년이었던 나카조는 청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처벌받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투명한 친구"가 있고, 그가 자신을 부추긴다고 말하는 소년의 말은 당연하게 정신이상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을까. 사건이 일어난 19년후에 나카조의 담당정신의였던 정신과의사의 제자가 이 사건의 풀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잘려진 손목, 함께 살해된 여자, 존재감조차 알수없는 프로페셔널 킬러, 19년전의 엽기살인사건, 19년전의 사건에 반기를 든 심리학자, 그리고 성실하고 집요한 전형적인 형사 오코우치. 이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제물의 야회>는 형사 오코우치처럼 끈질긴 근성을 가지고 봐야하는 소설이다.
이 모든 사건에 연관성은 분명히 있어서, 차근차근 사건을 제대로만 이해했다면, 어느 순간 연결고리가 나타난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결국 밝혀지는 범인의 범죄동기가 그동안의 스케일에 비해 약하게 드러내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정도라면 충분히 이름을 남길 만한 꼼꼼하고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설속에 등장하는 "메도리마 와타루"라고 이름을 댄 프로페셔널 킬러의 매력에는 누구나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지극히 이성적인 차가운 얼굴뒤에 감추어진 파란만장한 성장과정과 아내를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에의 집념은 이 소설을 연애소설로 봐도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또, 메도리마 와타루와 그의 파트너 후루야의 대화는 어딘지 한없이 슬퍼져서, 읽다가 숨을 한번씩 몰아쉬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할줄 모르는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관계이면서도, 세상에 믿을수 있고 의지할수 있는 사람이 둘밖에 없기 때문에, 말 하나하나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살인자이면서도, 그 살인에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메도리마 와타루에게 단지 그것이 일이기 때문인데, 이점은 종국에 밝혀지는 "투명한 친구"인 남자의 살인동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살기 위해" 살인을 선택한 것과 "호기심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 범죄인 것은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심연을 너무나 응시한 나머지 심연에 먹혀버리는 범죄자의 살인동기보다는 그나마 납득하기 쉽다. 살다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위해 사냥꾼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터이다. 어떤 사람은 동급생을 엽기적으로 죽이고도 잘 먹고 잘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살해를 선택했을 따름인데도 평생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이런 식으로밖에 질수가 없어서, 결국은 킬러가 되어버렸다.
불합리한 삶과 세상,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 사회의 모순을 언젠가는 제거하고자 더 끈질기게 살아남기로 한 오코우치의 의지에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메도리마는 사람을 죽인뒤에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살아가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킬러를 정당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사람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부분에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책임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어떠한 감정도 어떠한 집착도 삶에 의지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오코우치는 책임을 지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또다른 살인자인 나카조는 자신을 책임지지 못해 죽음마저 타인의 손에 맡겼다. 그리고 "투명한 친구"는 그 책임감이라는 것이 아예 희박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존재을 책임지지 않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삶을 살것인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삶을 살 것인가. 그래도 아직까지는 후자를 택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자신에 대한 애정과 주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스릴러 특유의 정교한 범죄심리분석, 결코 급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히 치고 들어가는 서스펜스, 남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경찰소설, 연애복수극, 스릴러-뒤섞여있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막판에 반전을 등장시키려 하는 노력이 그닥 보이지 않아서 좋았고, 사건이 방대한 만큼 섬세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아픔이 있어서 좋았다.
집필기간만 6년이 걸렸다던데, 그만큼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는 소설이다.
앞으로도 이 이름도 생소한 작가 "가노 료이치"의 새로운 소설을 보고싶다.
올해에는 즐겁게 읽은 일본소설이 얼마 없는데, 얼마전에 읽은 "도착의 론도"와 함께 내게는 올해 가장 재밌었던 일본 미스테리 소설이 될 것같다. 아니, 오히려 <도착의 론도>보다 더 무게감이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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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Medusa Collection 3
아이라 레빈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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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이라 레빈의 다른 소설들의 소식을.
우연히 (조금 뒤늦게)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부랴부랴 사지르기 시작해서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읽었다. "로즈메리의 아기"와 "죽음의 키스"로 나를 사로잡아 버린 아이라 레빈의 1976년도 작이다.
소재면에서는 살짝 뒤쳐지는 감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저 세월 탓이리라.
만약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당시에 읽었다면 굉장히 충격적인 작품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의학소설이나 SF소설이 넘쳐나는 지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오히려 이런 소재를 거장답게 조리있고 매력적으로 잘 풀어가는 아이라 레빈의 필력에 다시금 감탄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말은 해도, 사실 냉정히 생각해 이런 일이 세상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은 역시나 조금 무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브라질에서 시작된다. 브라질의 어느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 모인 남자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 한명 한명이 요원이 되어서, 세계로 퍼져있는 어느 특정 남자들을 죽이기로 한다. 그들은 거의 공무원직에 속한 사람들이며, 65세 가량 된 사람이고, 이런 사람들이 94명이나 된다. 65세가량의 공무원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별 다를것이 없는, 게다가 특별히 누군가에게 살해될 만큼 악의적인 사람들도 아닌 그저 성실하게 살아왔던 공무원들이 왜 이제서야 살해당해야 하는 것일까.
배후에는 나치가 관련되어있다. 이 프로젝트를 조종하는 사람은 아우슈비츠의 악마의 의사 멩겔레. 위대한 아리아 제국의 재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고작 65세의 아무것도 아닌 공무원을 살해하는 것이 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치친위대 대원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멩겔레만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다른 곳에서 이들의 대화를 녹취하는데 성공한 한 대학생이 있다. 그는 이 소름끼치는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듣고, 일명 "나치 사냥꾼"이라고 불뤼우는 유태인 리베르만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걸려온 황당한 제보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나. 리베르만이 긴가민가 하는 사이, 청년이 살해당하고, 이제 노인이 되어 나치를 잡아들이기도 힘겨운 리베르만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 찾아든다.

미리 말했듯이 이 책은 나치와 히틀러의 신봉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소설속에 투입해서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한참 읽으면서 대부분 노인들밖에 등장하지 않는 이 소설에 소년이 언제 등장하나 궁금해했었는데, 책을 반이상 읽고 나야 왜 브라질에서 소년이 왔는지 알게되었다.
만약에 요즘같은 세상에 히틀러가 다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예전같은 참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를 "신봉"까지 하기에는 너무나 영악하고, 정보는 넘쳐나고 있으며, 잠시 판단력이 흐려지더라도 사람들은 금새 그 "신봉"에도 질려버리고 만다. 더이상 순진하고 무지몽매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집단 광기에서는 조금 벗어날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히틀러가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그의 지나친 자신만만함자체가 웃음거리에 지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970년도에 이런 색다른 소재의 책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센세이션했을 것이다. 물론 악마주의를 다룬 "로즈메리의 아기"라던가 나쁜 남자의 끊임없는 나쁜 짓을 다룬 "죽음의 키스"역시 그랬지만.
영화로 본 "슬리버"라던가 "스텝포드 와이프"같은 경우에도 고전에서는 보기힘든 색다른 소재들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슬리버"나 "스텝포드 아이프"도 소설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있다.) 독특한 소재 선택과 거침없는 흡입력, 매력적인 캐릭터설정같은 것에서 아이라 레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맛볼수 있다.
"브라질에서 온 소년"은 전에 읽었던 "로즈메리의 아기"라던가 "죽음의 키스"보다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지만,그래도 역시 여타 시시한 스릴러 소설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것이 고전의 힘, 거장의 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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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공모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직업을 찾아야하는 사람들은 그 공모전이라는 시스템이 자신을 얼마나 많이 소모시키며 성장시키는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공모전이라는 게 떨어지다, 떨어지다 못해 나중에는 히스테리까지 생기게 된다는 것도.
하긴 어딘가에 속해야 돈벌이를 하고 살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취업에 대한 고충은 있겠지만, 공모전이라는 시스템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재능을 단칼에 평가받을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냉정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공모전을 통해 당선되는 부류는 거의 신경이 보통 사람보다는 조금 더 예민한 예술가인지라,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일에 더더욱 예민할수 밖에 없다.

이 책 "도착의 론도"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지나쳐왔던 공모전들을 떠올리며 은밀히 작가에게 공감하고 있었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권위있는 공모전, 에도가와 란포상이나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모두에 떨어졌던 작품이란다. 어쩌면 오리하라 이치는 이 작품 이전에도 더 많은 공모전에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작품이 태어나게 된 것에는 이 작가 오리하라 이치가 그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을 재능으로 이끌어낸 작가에게서 놀라운 낙천주의를 발견했다면 착각인 걸까?
게다가 에도가와 란포상을 위한 소설을 써내려 가면서, 뻔뻔하게도 책속의 주인공이 에도가와 란포상에서 고배를 마시는 장면을 집어넣은 작가의 재치와 센스에 웃을수 밖에 없다.
비록 공모전에서도 떨어지고, 옆나라 대한민국에는 20년이나 늦게 소개된 작품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이 책은 몹시 "익사이팅"한 소설이었고,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멈추지 않고 보았던 소설이다.

소설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는 월간 추리상에 도전하기 위해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다니던 출판사도 그만두었고, 모아놓았던 돈은 떨어져가는데,
시골에 사는 어머니는 다 때려치우고 내려와서 농사나 지으라고 성화이다.
그래도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소설을 완성시킨 야마모토 야스오는 친구 기도에게 소설을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달라고 부탁하게 되는데, 친구 기도는 밤을 새워 타이핑한 복사본과 원고을 가져오던 중 지하철에 놓고 내리는 실수를 해버리고 만다.
이에 낙심한 야스오는 기도의 사과도 뒤로한 채 절망에 빠져있다가 급하게 다시 원고를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또 한편에서 어떤 남자가 기도가 지하철에 놓고 내린 원고를 발견한다.
찾아주려다가 호기심에 원고를 읽게 된 남자는 상금과 인세에 눈이 멀어 이 소설을 자기가 가로채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고, 당선이 되면 방해물이 될 "야마모토 야스오"라는 원작자를 제거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죽인 사람은 진짜 야마모토 야스오가 아니라, 원고를 운반하고 있었던 친구 기도였다.
이 사실을 알게된 남자는 다시한번 야마모토 야스오를 제거하려 하고, 자신의 작품의 도작이 월간추리상을 받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야마모토 야스오는 "시라토리 쇼"라는 멋진 필명으로 데뷔하게된 이 도작작가에게 살의를 품게 된다.

요즘에는 서술형 트릭으로 독자를 혼란의 도가니로 빠트리는 작품들이 꽤 많이 등장해서, 1989년에 출간된 이 책의 트릭이 대단할 정도로 기발하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이 재기넘치는 반전의 연속들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나는 반정도는 예상하면서 보고 있었지만, 그외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도 많이 등장해서, 소설이 결말로 치닫을 때까지 속아주는 즐거움에서 비롯된 웃음이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거울속에 거울이 또 있고, 그 거울속에 또 거울이 있는 것처럼 예상밖의 사건이 이어져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긴장을 놓칠수 없었고, 희한하게도 살인이라던가 도작이라던가 하는 끔찍한 행위들이 반복되는데도 무척 유쾌해졌다. 작가가 독자에게 걸어오는 이 게임이 그렇게나 흥미진진할 수가 없다.
도작과 도착이 반복해서 등장해 혼란을 일으키는 말장난처럼 이 소설을 단지 "즐거운 소설"라고 말하기에는 표현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 같고, 한바탕 장난을 치고 났을 때의 희열감이 느껴진다고 표현하고 싶다.
책소개에 누군가 평해놓은 글귀처럼 이 소설은 정말 "쿨하다!". 그리고 화끈하고, 유쾌하고, 멋지다.
세상에는 트릭이 전부인 소설이 있고, 또 트릭을 알고봐도 재밌는 소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후자쪽였던 것 같다.
이제 재밌다고 유명한 추리소설들은 왠만큼 읽었구나...싶어서 최근에 나온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일본 추리소설에서만 느낄수 있는 장난스러운 트릭의 즐거움을 한껏 만끽한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 후기 역시 소설의 일부분인 것처럼 이어놓은 작가의 센스에 반해버렸고,
예상밖으로 너무나 재밌게 봐서 다음 시리즈 또한 열렬히 기다리면서 보게될 것 같다.
(나는 가벼운 느낌의 표지를 가진 책들에 약간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표지들의 소설은 별로 기대하게 되지 않는데, 예상과 달리 무척 재밌는 경우에는 그런 표지를 영광으로 여긴다!)
얼핏 책뒤 소개를 보고나니 나머지 시리즈들에도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독특한 생각을 하는 작가같고, 텍스트에서만 느낄수 있는 즐거움을 잘 표현해낼수 있는 작가같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올해 읽은 일본 추리소설 중 최고였다고 말하면,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오츠이치의 소설들을 많이 읽었음에도-)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간단히 표현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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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1-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떨까 했는데, 재밌군요~! 공모전 하니 얼마전에 읽은 <미로관>이 생각나요.
재밌는 추리소설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는!

Apple 2008-11-28 00:28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습니다! 사실 저는 기대안하고 있었던 책이거든요.^^
빨리 다음 시리즈들도 읽고 싶어서 마음이 벌렁벌렁!!

보석 2008-11-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전 소설이란 말에 움찔했는데, 애플님 리뷰 보니 읽고 싶어졌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Apple 2008-11-28 16:3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재밌더라고요.^^ 근데 보석님 취향에도 맞으실지는 잘 모르겠어요.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