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해보니 이 나이에 아주 우연하게 다방문화를 접한 기억이 난다.
다방이 주류가 아닌 시기 1990년대 중반쯤이였나....친하게 지내는 나이 한살 많으신 낭자(여자라구요!)분과 함께 우연히 연락이 되었고 별일 없는 나에게 자기 옷 사는데 같이 가자는 쇼핑 제안을 받게 되었다.
연인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후배 사이도 아니였지만, 그분과 나는 제법 죽이 잘 맞아떨어지는 비슷한 공통점을 소유하고 있는 관계였었다.
약속장소 정하고 마치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팔짱까지 끼고 이 백화점 저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그녀는 자신의 옷을 구입해 나갔고 난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앉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거나 아니면 고개를 끄떡끄떡해 가면서 그녀의 쇼핑시간의 양념장 역활을 했었다.
대충 쇼핑이 끝난 후 재미있는 곳에 가자고 제안을 한다.
타임머신 한번 타자는 솔깃한 제안에 강남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상가건물 지하로 향했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어둠컴컴한 복도를 지나 아주 옛날 티가 팍팍 나는 듯한 호프집 겸용 다방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때 당시 한참 여기저기 생겨나던 커피전문점에 비해 확실히 시대착오적인 인테리어에다가 좌석마다 독립성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높다란 칸막이에 60~7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안락하지만 고리타분해 보이는 쇼파까지......
거기다가 메뉴 또한 기가막힌다. 나보고 쌍화차를 시켜보라는 그녀의 지시에 아무생각없이 그걸로 정했었다. 잣과 호두 대추등..각종 건과류가 꼼꼼하게 조각나서 들어가 있는 걸로도 모자라 노란 계란 노른자까지 떠 있었다. (맛있더라.)
방송작가 일을 하는 그녀는 대학때 지인들과 자주 모이는 아지트였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지금이야 이렇게 한적하지만 옛날엔 꽤 붐비던 장소였단다 높은 칸막이에 주문한 음식만 갔다주고 외면해 버리는 종업원들 덕분에 연인들이 므흣한 행위를 하는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면서 초롱초롱 내눈을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뱀꼬리 : 한두번 당하나... 이런식으로 몇번 나에게 황당한 장난을 친 그녀에게 속아 넘어갈 뻔한게..... 그런 그녀가 화장도 안한 맨얼굴을 나에게 보여주곤 자취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었다. 어디서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