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쇠의 생활백서 #9
-성공신화(디지털 카메라편)
저번주 토요일 기어코 마님의 윤허를 얻어 디카를 지르게 되었다.
23일 이내로 배송이 완료된다고 하니 조만간 내 수중에 나의 3번째 디카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1달간 준비한 작업이 빈틈없이 맞아 떨어졌고 23일 그 결과물이 트로피
마냥 나의 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I.작전발의
약 한달전부터 디카를 하나 장만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당쇠는 철저한 마스터플랜을
짰다. 어떻게 하면 잡음없이 구입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금의 출혈을 가장
극소화 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모델로 구입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마님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 물건을 장만 할 수 있을까..
II.작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들.
1) 필요성
디카의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 현재 집안에는 필카만 3개가 굴러다니고 있는 상황을
확대포장해 마님의 이해를 구한다. 디카를 처음 접한 것도 아닌 마님은 필카보다 디카
의 편리성에 대해선 몸으로 체험을 했으므로 적절한 전문용어와 왜!! 디카가 필요한지
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2)동정심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하다. 절대적인 마당쇠의 연기력이 좌우가 되고 결국은 결과의 승
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싶다. 1달동안 궁핍한 생활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이면서 용돈을 모아 현금으로 디카를 살려고 하는 마당쇠의 근면성과 순
진성을 부각시킨다. 아울러 이런 궁핍생활이 6개월간 지속이 되야 쓸만한 디카를 구입
한다는 암시를 몸으로 입으로 보여주어여 한다. 그리고 2번째 디카의 사연을 아주 애
절하게 묘사를 해야 한다.( 내 두번째 디카는 월급 밀리는 사무실에서 결국은 팔아서
주니어 분유값으로 충당한 아픈 추억이 있다.) 마님은 마당쇠의 습기어린 안구의 모습
과 20%비음과 30%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간 처량한 목소리에 크나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는 사실 또한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3)자료수집
틈틈히 웹서핑과 TV홈쇼핑의 황금시간대(대략 밤10시부터~ 새벽2시)에 나오는 디카 매
물의 상세한 자료를 수집한다. 카드 무이자로 사더라도 돈이 나가는 건 나가는 것이기
에 가격의 정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전이 절정에 다달았을 때 기막힌 타이밍에
맞춰 지르는 순간을 위해 자료의 수집은 탄탄한 기초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4)장래성
이 부분또한 중요하다. 마님에게 이번 연봉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귀뜸
을 한번정도 흘려주면 된다. 너무 자주하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바 스쳐 지나가는 말로
슬쩍 흘려주면 그 효과가 배로 된다. 잠자기 전 약간 졸린 마님에게 슬쩍 언급을 했더니
도시락 반찬이 달라졌다..(귀도 밝으셔라..)
5)충성심
작전발의 후 한달동안 기존의 출력보다는 두배의 출력으로 마님의 집안일을 도와라.
자질구래한 청소 설겆이 그리고 빨래부터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상은 쓰지 말고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도 않는 이마의 땀을 연출하여
손등으로 슬쩍 훔치는 페인트 모션도 보여줘야 한다. 멘트는 좀 덥네...하하하 이정도로..
남발하면 마님의 마음에 의심의 뿌리를 심게 되는 계기가 되므로 자중하도록 한다.
아울러 2)동정심과 함께 발동시키는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는 중 틈틈히 마님이 좋아하는
도넛과 커피우유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너무 자주보이면 궁
핍한 생활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 1회에서 2회정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III 작전실행
결과는 앞에서 말했지만 이번 작전은 하늘이 도와줬던 것 같다.
마님은 저번주 일주일 동안 지방공연을 갔었다. 하루에 2~3번 정도 오는 확인전화에 하루
걸러 `보고 싶어요~~' 혹은 `맛있는 것 많이 챙겨먹어~~ 등의 진심어린 멘트(?)를 날렸다
내내 야근과 새벽 퇴근을 강조하는 피곤한 목소리지만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이다.
토요일(3/18)마님의 귀환과 함께 작전은 물에 오른 느낌이였다. 5일만에 보는 마님을 보
며 생글생글(절대 오바금지)웃으면서 `힘들었지...이따가 내가 주물러줄께' 멘트 후 귀환
후 내내 주니어를 물고 빨고 품에서 놓지 않는 마님께 ` 자기는 주니어만 이뻐해~~' 라는
뵤로통한 약간의 삐짐성 멘트와 모션도 잊지 않았다.
더군다나 C모 홈쇼핑에선 새벽 2시에 디카를 특가에 판다는 정보도 미리보기로 입수해 놓
은 상황이였다. 그 시간에 마님이 비몽사몽 상황이라면 이번 작전의 금상첨화가 되는 것
이였다.
새벽2시 어김없이 방송은 시작되었고 방송마감 10분을 남겨놓고 마님을 살펴보았다.
빙고~! 비몽사몽.. 긴 여정의 지방공연으로 마님은 골아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였다.
꿈나라 일보직전 마님을 살짜쿵 흔들면서 조용히 귀에 속삭였다.
(비음 섞어 약간의 하이톤, 마님의 꿈자락에 방해가 안되는 음성으로)
`자갸...지금 홈쇼핑에서 아주 상콤하고 알뜰한 가격으로 기똥찬 디카를 팔고 있는데에~~
무이자로 무려 10개월~!! 이래.. 나 디카 하나 사면 안될까아~~!! 응...자갸...!!'
돈나간다는 소리엔 언제나 움찔하는 마님은 예의 그 모션을 취하셨고 난 순간 긴장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마음대로 하셔요...용돈에서 깔꺼야.....!!' (빙고)
허락이 떨어진 상황에서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난 열심히 그 모 홈쇼핑 전화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마님의 강력한 테클이 들어왔다.
`(졸려죽겠다는 목소리로) 아우~~ 그걸 꼭 사야해..? 그게 꼭 필요하냐고...??'
억장이 무너졌다. 최소한 잡음없이 해결할려던 나의 치밀한 작전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자 마당쇠 처량하게 투덜거렸다.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로) 자기가....싫다면..말지 뭐....에휴......'
잠깐의 정적 후 마님의 목소리는 천사의 나팔마냥 내귀를 두들겼다..
`(여전히 누워서 비몽사몽하면서 체념한 듯이..)
에휴.. 용돈 한달에 얼마 받는다고.. 그 홈쇼핑 내 이름 등록되어 있을 꺼니까 내카드로
결제해... 반땅이야 반땅...알았지..??'
이렇게 난 디카를 질렀고 반땅..아라는 낭보로 디카구입에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3일만 지나면 내 품으로 그 디카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예정했던 모델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보다 더 나은 똑딱이가 드디어...나에게 오는 것이다..오 놀라워라~!!
뱀꼬리 : 그런데 말이다. 한달간의 치밀한 작전과 실행을 했었지만 왠지 난 마님 손바닥에
서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단 말이다. 저 멀리 꼭대기에서 팔짱을 끼고 거만하
게 므하하하! 웃고 있는 마님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으니 말이다.
혹시..디카가 내 품에 들어오는 순간. 등가교환의 법칙이 실행될것 같은 이 느낌이 사라지
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