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는 행위를 외식이라고 한다.
같은 외식이라도 분명 레벨은 존재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뭐 하나 먹겠다고 비행기를 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알맞은 곳에서 한 끼를 해결하곤 한다. 그게 점심시간 할인해주는 빠스트 푸드가 될지, 길거리 허름한 식당의 저렴한 백반이 될지, 아니면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깔아 논 중저가의 대중적인 음식들일지 그건 각자 선택의 몫이다.

내 연봉과 더불어 소비 수준을 따진다면 당연히 난 후자다. 그것도 처절하게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한 곳을 찾아 헤맨다. (물론 소장님 지갑을 터는 회식의 경우는 예외다.)

그리하여 어제 직원들과 찾아간 곳은 12000원에 막걸리 세병에 안주가 무료라는 집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과 거리도 멀다. 하지만 집하고는 가깝다. 조금 늦으면 자리 잡기 힘들다는 그 집을 방문하려고 계획을 잡았더니 사무실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거래처 망할 놈은 5시에 정확히 전화 걸어 2시간짜리 분량의 변경거리를 던져 놓는다. 전화 끊으며 내일 아침까지 주문도 잊지 않는다. (망할....X)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일을 끝내고 그 곳을 향해 갈 때 내심 불안했다.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예상은 적중. 버스타고 20분 걸려 도착한 그 집엔 이미 만석이다. 찬바람은 불지 배는 고프지 직원들 의견이 분분하다. 딴 데 가자. 아니다 나란히 서서 그 집에서 술 먹는 사람들 좀 째려보자. 날씨가 예상보다 싸늘했기에 주변 유명한 족발집(장사 잘돼 분점까지 내다니.)도 만석이다. 남도식 포장마차 역시 만석. 그냥 만만한 전집을 들어가려고 했더니만 마침 자리가 났다.

조그만 가게 허름한 인테리어 파는 음식 또한 시골풍. 드럼통으로 만든 동그란 상에 6명이 겨우 낑겨 앉아 생각했던 메뉴를 주문했다.

전주 사선 막걸리 3개 먼저 주세요.

잠시 후 아주머니가 주전자와 막걸리 3병을 가져 오신다. 막걸리를 냅다 흔들어 주전자에 들이 붓고 각자의 양은 대접에 한 잔씩 따라낸다. 여섯 잔이 돌아갈 즈음 한 상 가득 안주거리를 내오신다.

마탕, 데친 오징어와 야채, 땅콩, 번데기, 뚝배기 우거지선지, 뚝배기 계란탕, 메추리 알, 호박무침, 마카로니 샐러드, 마늘 대와 마늘무침. 모듬전, 푸짐한 두부김치, 기타 등등....

한상가득 안주가 튀어 나온다. 배들이 고파서 그런지 아무소리 안하고 안주를 처치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먹다보니 아저씨가 숯불을 내오신다. 아마도 같이 주문한 돼지 부속고기 한 양푼(3인분-16000원)이 나올 모양이다. 잠시 후 자리가 좁아 처리하고 남은 빈 접시 내가고 부속고기가 나온다. 껍데기, 염통, 허파, 간, 막창, 귀. 등등 온갖 부속고기들이 육수에 절여 나온다. 열심히 굽고 또 먹는다. 술이 동이 나 다시 한 번 막걸리 3병을 시키니 이번엔 커다란 김치전과 꼬막이 데쳐 나온다.

우린 히딩크 마냥 아직도 배가 고픈지 계속 굽고 찢고 먹어 재낀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다들 한마디씩 한다. 싸고 맛있다. 우히히(술이 들어가면 나오는 감탄사). 그동안 술들이 고팠는지 또 막걸리 3병을 더 시킨다. 이번엔 홍어와 과일이 나온다. 더불어 첫 번째 안주에서 유난히 맛있었던 선지우거지와 계란찜을 더 달라 하니 아무 말씀 안하시고 내오신다.

이렇게 웃고 떠들며 배터지게 6명이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52000원이란 저렴한 견적이 나온다. 가게 좁고 허름하지만 맛있고 아주머니 손 크고 나 같은 서민에겐 이런 집이 딱이다.

뱀꼬리 : 사진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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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9-12-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걸리와 돼지부속구이라니. 먹고 싶어요. 포장마차에서 돼지껍데기 탄불에 구워 콩가루 찍어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나저나, 아무리 여섯이라지만 정말 엄청나게 드셨네요!

Mephistopheles 2009-12-04 15:40   좋아요 0 | URL
아 맞다..부속고기 나올때 매콤한 양념간장과 콩가루도 같이 나왔죠. 그리고 불판엔 그 부속고기 담궈 논 육수하고 야채를 밥공기에 채워넣었고요. 부속고기 한 점에 그 밥공기에서 살짝 익은 파 곁들여 콩기름, 매콤간장 찍어서...암튼..맛있어요..호호 그리고 워낙 잘 먹는 집단들이다 보니..(어쩌면 다들 스트레스성 폭식일지도..)

비연 2009-12-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거기가 어딥니까!!?! 입맛 다시고 있는 비연..

Mephistopheles 2009-12-04 15:34   좋아요 0 | URL
아니 거기가 어딥니까...라고 물어보시면...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자 휘모리님 대답해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4 15:54   좋아요 0 | URL
사실 상호명은 잘 생각이 ㅎㅎㅎ
막걸리 한상이라고 적혀있던것 밖에는..

Mephistopheles 2009-12-04 16:05   좋아요 0 | URL
아..휘모리님께 슬쩍 떠넘길려고 했는데..
상호는 '장군집'입니다. 노란 간판에 빨간글씨고요..

http://blog.naver.com/leejk_74?Redirect=Log&logNo=10068674752

여기 가시면 사진 볼 수 있습니다.

Forgettable. 2009-12-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 혹시 신림동쪽에 있는건가요?

Mephistopheles 2009-12-04 15:34   좋아요 0 | URL
정확히는 신림동은 아니고요. 신림동 못가서 있어요. 자세한 위치는 휘모리님께...

무해한모리군 2009-12-04 17:21   좋아요 0 | URL
뽀님 제게로 오라니까요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거기가 맞군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09-12-04 15:35   좋아요 0 | URL
딴 분들은 몰라도 휘모리님은 분명 알꺼라고 생각했다는...족발집도 알고 남도포장마차도 안다면 당연히 이집도...^^

무스탕 2009-12-05 09:49   좋아요 0 | URL
이거이거...
두 분 서로가 모르게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머문 적이 있었을듯 싶어요 +_+

Mephistopheles 2009-12-05 20:14   좋아요 0 | URL
으흐흐 전 이제 휘모리님과 같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알아 볼 수 있어요..하지만 휘모리님은.?? 모르시겠죠...ㅋㅋ

바람돌이 2009-12-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하나 먹어보겠다고 기차타는 쪽에 끼고 싶군요. ㅎㅎ

Mephistopheles 2009-12-04 16:01   좋아요 0 | URL
기차 타고 오셔서..족발-부속고기-남도포차-마무리는 계란말이 김밥..으로(다 먹긴 벅차지만) 풀 코스 돌으시면...아마 남는 장사일껍니다..^^

개인주의 2009-12-0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터졌겠다..ㅎㅎㅎ

Mephistopheles 2009-12-04 16:40   좋아요 0 | URL
터지진 않았고 실금만 갔습니다..^^

메르헨 2009-12-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가 어딘지 정말 정말 궁금하네요.^^ 배도 고프구요.ㅜㅜ

Mephistopheles 2009-12-05 20:15   좋아요 0 | URL
댓글 살펴보시면 위치 및 다른 블로거의 사진이 첨부된 리뷰가 보일 껍니다..^^

레와 2009-12-0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지금 이 시간에 아무리 인증사진이 없다고 해도
이미 머릿속은 저 음식들이 날아다니고........ㅠ_ㅠ

메피님 미워욧! 엉..엉..ㅠ_ㅠ

Mephistopheles 2009-12-05 20:15   좋아요 0 | URL
음식만 날라다니면 안됩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와 소리, 막거리 들이키고 캬~ 하는 감탄사...까지...(아주 미울 짓만 골라서 합니다..ㅋㅋ)

토토랑 2009-12-0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막걸리 *.* 게다가 저 엄청난 안주들은 ~~ 가고싶어욧

Mephistopheles 2009-12-05 20:16   좋아요 0 | URL
서울변두리동네는 강남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저렇게 푸짐하고 저렴하고 그리고 잔정이 살아있어서 좋습니다. 거품같은 것도 없고요..^^

Kitty 2009-12-05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시간에 왜 이 글을 클릭했을까요...그냥 손가락을 때려주고 싶을 뿐이고 ㅠㅠ
부속고기라는 것도 있군요 첨 들어봤어요 ㄷㄷㄷ

Mephistopheles 2009-12-05 20:17   좋아요 0 | URL
마장동시장이나 도축시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특유의 냄새와 식감이 살코기에 비해 질기기에 어떻게 손질하느냐가 승부가 되는 부위랍니다. 잘 손질해서 양념만 잘 처리하면 살코기와는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꿈꾸는섬 2009-12-0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볼만한 곳이네요. 안주한상이 그냥 차려지다니요.

Mephistopheles 2009-12-05 20:18   좋아요 0 | URL
더불어 안주 하나하나가 빠지지 않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이모라고 부르면 됩니다.) 투박하면서 정감있는 장사수완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실 2009-12-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오프 모임 저기서 하면 좋겠네요. 메피님이 번개 치면 갈텐데.....헤헤~~~
부속구이가 그 뜻이군요. 선지국 먹고 싶어라~

Mephistopheles 2009-12-05 20:19   좋아요 0 | URL
오프모임하면 부담없고 좋긴 한데..워낙 장사가 잘되고 가게가 좁습니다. 평일은 5시 30분 정도면 벌써 자리가 꽉 찬다고 합니다..^^ 선지국엔 우거지까지 듬뿍 더불어 나옵니다. 진짜 맛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12-0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선 홍어를 어떻게 요리해 내놓나요? 그리고 호남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홍어를 잘 먹나요? 궁금해요.

Mephistopheles 2009-12-06 16:48   좋아요 0 | URL
거기선 홍어를 흔히 우리가 아는 홍탁 삼합식으로 제대로 삭혀서 나오진 않습니다. 그냥 홍어는 홍어인데 돼지고기 수육이나 묵은지가 더불어 나오진 않고 그냥 간단한 술안주로 나오는거죠..^^ 그래도 삭힌 홍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대중화 되어 있더군요. 톡 쏘는 맛과 그걸 내리 누르는 탁배기 한 잔의 맛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2-06 21:42   좋아요 0 | URL
홍어를 썰어 무와 미나리 넣어 고추장 양념에 식초 넣어 무치는 것과 홍어회를 초장에 찍어먹는 거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맞나요?

Mephistopheles 2009-12-07 00:26   좋아요 0 | URL
홍어무침까지는 아니고 그냥 심플하게 아무 양념 없는 홍어에 초고추장 찍어 먹는 구조랍니다..^^

웽스북스 2009-12-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서 막걸리골목 갔던 기억이 나요. 거의 컨셉이 비슷한 것 같은데.
어훗. 맛있겠다. 그런데 5시반 매진이라니 ㄷㄷㄷ

Mephistopheles 2009-12-07 00:27   좋아요 0 | URL
아마 비슷할꺼에요. 저 가게가 막걸리를 두가지 팔아요 서울 막걸리와 전주의 지역 막걸리인 사선막걸리. 전주 막걸리가 서울 막걸리보다 약간 묽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먹고 나서 숙취가 없다는 크나큰 장점이 존재한다죠..^^ 5시 반 만석이라서 다음에 다시 방문할땐 선발대를 먼저 보내는 방법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