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채찍만 맞고 사는 직장생활에서 간만에 당근 한 토막이 굴러 떨어졌다.
그것도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지지 않은 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전날 아침에 당일치기 워크숍(말이 워크숍이지 놀러가잔 소리다.)으로 바다 보러 가자는 의견이 분기탱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원래 계획은 청량리역에서 새벽차 타고 동해 유람이었지만, 뒤늦게 소장마마 합류하여 "난 기차 안타!" 라는 초강수 땡깡을 부리기 시작하여 여차저차 차 두 대 수배하여 당일치기 동해바다 보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금요일 아침에 모여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출발을 하여 새로 뚫렸다는 경춘 고속도로를 내리 밟고 달리니 속초 앞바다에 11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거기서 잠깐 겨울바다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따듯한 바다 구경 잠깐하고 배고프다는 아우성으로 콩꽃마을 언저리에 위치한 황태구이집으로 달려갔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이 집은 원래 주 메뉴가 황태와 막국수인데 그보다 별미는 사실 두부다. 아무 양념이 안 된 뜨끈뜨끈한 모두부 한 뚝배기가 식탁에 먼저 오른다. 단순한 양념간장 살짝 뿌려 호호 불어 한 입 떠먹으니 부드럽고 고소한 콩 맛이 퍼진다. 살짝 묵은 배추김치에 싸 먹어도 역시 별미.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황태 찜과 황태구이는 사진으로 출현도 못하고 조역으로 밀려난다.  

 

비주얼은 소박 그 자체. 맛 만큼은 비싼 식재료와 대등하다.(황태찜, 황태구이는 패스~~)

동동주까지 한 사발 들이키고 아무 생각 없이 설악산으로 달려간다. (설악산 참 만만하다.)
역시 계획을 잡지 않고 행한 당일치기 여행이기에 어디를 갈까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설악산 달려가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까지 올라간다. 석 달 철야 야근으로 체력들이 개판 오 분 전이기에 어느 누구도 무리한 등산은 꿈도 꾸지 못한다. 

 
            

만만하다는 말은 농담이고 갈때마다 신비롭고 정감있다. 그만큼 익숙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내려와 다리 풀려고 흔들바위 거쳐 울산바위까지 오르려는 무리수를 두는 과정을 겪었으나 노쇠하여 높은데 올라가기 싫은 나는 슬쩍 빠져 국립공원 여기저기 곰처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3시간쯤 기다려보니 다리풀리고 눈 풀려 내려오는 일행들과 만나 저녁 먹으로 장사 항으로 향한다. 수협에서 운영하는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시스템을 가진 횟집으로 오직 자연산만을 판매한다고 하니 적당히 생선과 해산물 골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회가 나오고 게걸스럽게 먹기 20여분이 지난 후 아차 사진...하고 찍었더니 이미 반 이상은 뱃속으로 들어간 상태.(왼쪽 사진을 보면 하나 남은 가리비 조개살을 젓가락 잔상까지 남기며 집어가는 식탐 직원의 손놀림이 그 증거.)


주전부리 전무한 빈약한 상차림일지라도 메인디쉬가 우수하면 모든 것이 상쇄된다. 회는 신선하고 올라오는 해산물들 또한 알차고 실하다. 소라, 돌 멍게, 오징어, 성게까지 그리고 자연산 광어, 놀래미 듣고 까먹은 가지가지 생선들 등등 거기다 물 회에 무침까지...막판에 나온 매운탕까지 아주 배 터지게 먹고 나왔다. 아쉽게도 당일치기에 핸들을 잡아야 하는 관계로 술이라곤 소주 한 잔만 들이킨게 아쉬울 따름.

다시 서울로 내달리기 시작하여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달려 나간 일탈의 후유증인 존재하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았던 하루인 것 같다.

뱀꼬리 : 오늘은 소장마마가 2박 3일 제주 올레 코스 이야기를 슬쩍 흘리신다. 옆에서 열심히 꼬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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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님이 먹는건 뭐든지 따라먹고시픈 휘모리 ㅎㅎㅎ

Mephistopheles 2009-12-01 00:20   좋아요 0 | URL
그러다가 몸매까지 따라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ㅎㅎㅎ

꿈꾸는섬 2009-12-0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데요. 무계획 당일치기 여행이 이리 알차다니요. 부러울따름입니다.^^

Mephistopheles 2009-12-01 12:4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소장마마의 지갑이 함께 동행을 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ㅋㅋ

2009-12-01 0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12-01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막 눈물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러워서

Mephistopheles 2009-12-01 12:45   좋아요 0 | URL
떠.나.요. 제.주.도. 푸.른.별. 그.별.아.래.로.....ㅋㄷㅋㄷ

瑚璉 2009-12-0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유익한 워크숍을 보내셨군요. 우리도 저런 걸 본받아야 하는데...

Mephistopheles 2009-12-01 12:46   좋아요 0 | URL
워크숍이 뭐 딴건가요..알찬 세미나나 강연회도 좋지만...일단 저렇게 자유롭게 풀어줘야...^^

마늘빵 2009-12-0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좋군효! 그래도 회사에서 가는 거면 그닥 내키지는...

Mephistopheles 2009-12-01 12: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회사에서 가기 때문에 개인지출 경비는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

paviana 2009-12-0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슬 올해가 다 끝나가는군요.
구두님과 10킬로감량 다이어트 하시기로 한거 잘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ㅋㅋ


Mephistopheles 2009-12-01 12:47   좋아요 0 | URL
어쩌면 바람구두님이 부전승을 거둘지도 모릅니다 오호호호

깐따삐야 2009-12-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치 멋지네요. 그나저나 회가 먹고픈데 임산부는 날생선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어서 참고 있어요.ㅜㅜ

Mephistopheles 2009-12-01 12:48   좋아요 0 | URL
그 대신 먹고 싶은 회 목록을 하나하나 써놨다가 출산 후 옆지기에게 디밀어 보세요...^^

카스피 2009-12-0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부럽습니다.속초 앞바다라...속초 안가본지도 벌써 십년이 다되가네요^^

Mephistopheles 2009-12-01 12:49   좋아요 0 | URL
가서 알았는데..속초항이 사연이 깊은 항구더군요.. 이 곳 역시 일제때 무분별한 개발로 천해의 자연 경관이 망가졌다는 슬픈 사연이 있더라고요.

레와 2009-12-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이고, 부러워요!!!


침이 아주 그냥 미친듯이 나오고 있어요. 책임져요! 메피님! ㅎ

Mephistopheles 2009-12-01 12:49   좋아요 0 | URL
주소 불러주시면 성인도 충분히 착용이 가능한 턱받이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ㅋㅋ

비연 2009-12-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심! 부러울 뿐임다~ 제주도올레까지...고고씽~^^

Mephistopheles 2009-12-01 12:50   좋아요 0 | URL
제주 올레는 아마 연말에 수금이 좌라락 제대로만 된다면....실현 가능성 높겠죠...저 번 제주도 위크숍..진짜 알찼는데 말입니다..^^

antitheme 2009-12-0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요..

Mephistopheles 2009-12-02 14:11   좋아요 0 | URL
조금 무리하시더라도 인근 시외로 빠져보는 것도 어느정도 복잡한 심사가 조금이나마 해결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