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알게 모르게 맛있는 음식점을 마주치게 된다.
허름한 분위기에 그리 크지 않은 가게의 규모와 더불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식당을 간만에 들렸을 때 변함없는 모습에서는 일종의 향수 혹은 안도감 같은 감정도 느끼게 된다.
종종 이 집을 들리는 이유는 오래된 가게이며 옛날부터 자주 왕례를 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음식맛이 가장 큰 이유라고 치고 싶다.
주메뉴는 콩나물 국밥이며 모주라는 탁주를 팔기에 이에 딸려오는 술안주도 몇가지가 전부인 어찌보면 참으로 초라한 식당일지도 모른다. 허나 내가 그리 콩나물 해장국을 여러군데에서 먹어 본 경험은 없으나 지금까지 먹어 본 여러군데의 콩나물국밥집과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이 집의 대표메뉴 콩나물 국밥. 저렇게 펄펄 끓여 나오며 마지막 한 술을 뜰때까지 그 온기가 남아있다.

직접 빚는다는 모주. 인목대비가 창조(?)한 술이며 여러가지 좋은 효능에 대해 가게 한쪽 벽에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탁주가 그렇듯이 약간 텁텁한 맛이 나긴 하지만 알싸하고 쌀싸름한 인삼 혹은 한약냄새가 조금씩 난다. 탁주치고는 먹어도 다음날 뒷탈이 거의 없다. 한항아리 비우면 살짝 후끈 달아오르는 기분도 든다..
어제도 공연이 끝난 후 늦게 들어오는 마님을 모시러 마님의 직장으로 달려갔고, 마님이나 나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마님의 후배 부부와 함께 이집을 찾게 되었다. 두번째 방문인 셈..
저번엔 파전과 함께 생굴을 곁들여 모주를 마셨는데 이번엔 차도 있고 하니 술은 좀 자제 하고 먼저 국밥을 시켰다. 언제나처럼 뚝배기안에서 잔거품을 일으키면서 살벌하게 끓어오르는 국밥뚝배기가 나온다. 곁들여 나오는 파와 들깨가루를 투하하고 바로 휘휘 저어 같이 나온 앞접시에 새우젖으로 살짝씩 간을 하며 덜어 먹는다. 언제나 그렇지만 변함없는 맛.

위의 사진과 똑같은 콩나물 국밥.. 김이 펄펄 나기에 한쪽으로 비스듬히 찍는다고 찍은 사진...
그리고 함께 시킨 도토리묵이 나온다. 투박하게 썰은 야채와 함께 묵 역시 큼지막하게 썰어져 나온다. 간간한게 모주와 곁들이면 탁월한 맛이 난다.

짭조름하긴 했으나 투박하며 거친 맛이 자꾸 손이 갔다.
뭔가 아쉬워 시킨 보쌈은 양은 적었으나 싱싱한 배춧잎과 보쌈김치를 싸먹는 맛이 탁월하다.

양이 지나치게 적어서 문제이긴 했으나 만원정도 하는 안주이다. (사실 이집 안주는 비싼 건 없다.) 맛은 배추도 싱싱 보쌈김치는 매콤하면서 안에 들어있는 싱싱한 굴까지..제대로 맛있다.
이래저래 모주 한항아리와 식사와 안주를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나니 새벽 1시가 가까워진다.
이젠 집에 가서 쉴 시간이다.
뱀꼬리 :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식사류로 나오는 진상영양밥이라는 메뉴가 지워져있다. 이 집의 식사류는 콩나물해장국, 돌솥비빔밤, 진상영양밥 세가지 였으나 없어진 메뉴는 미리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 정도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였다. 아마도 그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단점 때문에 사라진 듯 하여 아쉽긴 하지만서도 나머지 음식들의 변함없는 맛이 자주 발길을 가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