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90년대 중반 혈기왕성한 10대 후반 (닥쵸!) 정정 20대 중반
이때는 밥 한끼 먹고 뛰다 오면 또 배가 고파지는 참으로 식욕 왕성한 시기였었다.
한마디로 바위를 씹어먹고 자갈X을 쌀 수 있었던 시기...
그날도 분명 어딘가를 신나게 싸돌아니고 놀다 허기진 배나 채우자고 허름한
한식집에 들어갔었다. 일행은 나를 포함한 3명...식사때가 아니였던지라
손님이라고 우리가 전부였었고 메뉴판 스윽 살펴보고 아무생각없이 친구1이
선창을 부른다.
"순두부여~~" " 그러자 질세라 나머지 두놈이 후렴구를 부른다. "나도"."나도"
잠시 후 주방에서 방금 나온 보글보글하며 얼큰한 순두부 뚝배기 3개가 우리가
앉아있는 식탁에 대령된다. 양도 제법 푸짐하고 반찬도 그닥 떨어지진 않고 우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입천장을 디어가면서 퍼먹기 시작했다.
밥을 절반쯤 비웠을까 선창을 부른 친구1 놈의 오만상이 찡그려진다.
"윽..이게 뭐야..Ssyang..! 아저씨..!"
나를 포함 후렴구를 불렀던 두 명은 퍼먹던 액숀을 멈추고 친구1 뚝배기 안을
들여다 봤다. 이런.....토실토실한 바퀴 한마리가 완벽한 완숙으로 순두부
국물에 익혀져 있는 상황...하지만 워낙에 배가 고픈 나와 친구2는 낄낄 거리며
"재수 열라 없네"를 외치며 각자의 뚝배기에 또다시 코를 박고 퍼먹기 시작...
이윽고 달려온 아저씨 친구에게 백배 사죄하면서 음식값 안받고 다시 끓여다
주겠다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돌아서는 아저씨의 혼자말은 결국
나머지 두 인간마져 밥숟가락 놔버리는 사태에 이르게 되버린다.
"이상하네...한 솥에서 같이 끓인건데..뚝배기에 덜 때까지만 해도 안보였는데..."
선창부른 친구1 급방긋.. 후렴구 부른 두 명은 급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