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고약한 놀부 심보처럼 어젯밤마냥 장대 같은 빗줄기가 하루 종일 쏟아지길 바랬다면 이건 분명히 진심이었을 것이다. 빨간 날 출근하는 것도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하겠다지만 이놈의 일이라는 게 진도가 안 나가고 쌓이기만 하니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뿐이다. 오늘도 역시 터벅터벅 사무실로 아니군…….차 끌고 갔군. 도착하여 열심히 일해주시다 점심 식사 때가 되어 양계장의 닭마냥 모이를 먹으려고 계획했으나 소장마마의 명령아래 걸어서 10여분거리에 있는 국수전골을 하는 가게로 향하게 되었다.

음식점에 도착했더니만 이 가게 꽤 오래된 가게였다는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오래되었냐 하면 내가 초등 학교 때 이 가게를 들렸던 적이 있었으니까. 못해도...삐리릭정도의 세월을 견뎌온 가게라는 사실.. 실내인테리어는 기억이 날 리가 없지만 결코 요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손님도 달랑 한 팀만이 존재하는 약간은 한적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메밀국수로 만든 전골을 머릿수에 맞춰 주문하고 샤부샤부식으로 면과 쇠고기 몇 점 그리고 야채를 건져먹으니 남아있는 국물에 밥을 투하하고 죽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음식 맛은 먹을 만했고.(요즘 컨디션으로는 장금이가 만한전석을 가져다 준 다해도 기똥차게 맛있다. 라는 표현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 서빙중인 종업원 두 명이 먹는 걸로 싸우지 말라는 서비스정신을 보여주셨기에 냄비에서 덜어먹는 수고는 덜게 되었다.

열심히 먹고 후식으로 나온 수박 한 쪽과 식혜 한잔을 마시고 자리를 뜨면서 카운터 옆을 지나칠 때 벽 한 귀퉁이에 어색하게 매달려 있는 바구니를 발견하게 되었다. 안을 살펴보니 요즘 음식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냥”이 들어 있었다. 물론 음식점의 건물 사진과 함께 상호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1980년대 풍 주머니쏙 사이즈의 성냥....

밖에 나와 사무실 일행들과는 다른 루트를 통해 호적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담배를 하나 물고 성냥불을 그었다. 매콤한 황 냄새가 퍼져 올라오며 제법 운치 있게 담뱃불을 붙인 후 손 사례를 털어 성냥의 불을 끊다..햐얀 가루 같은 연기가 남아있는 숯검댕이 나무토막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할 쯤 들이마셨단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날씨가 원하는 대로 안되었다지만 그나마 답답한 속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단지 “성냥” 하나에 말이다. 이리 단순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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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7-1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로맨틱하신 메피님. ^^
담배 냄새는 싫지만 담배피는 사람은 멋져보이더니, 메피님 때문이었군욧!
그나저나, 여전히 바쁘시군요. ;;;

Mephistopheles 2007-07-19 01:42   좋아요 0 | URL
아..담배 피는 사람이 사실 항개도 멋지진 않아요..
담배 쩔은 냄새도 나고 주머니는 지저분하고..^^
그냥 그림상으로 입에서 연기 뿜는 모습이 멋있어 보일진 몰라도
실제로 보면 괴수가 브레스 뿜는 모습일 가능성이 높을 껍니다..ㅋㅋ

바람돌이 2007-07-1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담배는 성냥을 그어 불을 붙여야만 맛나다는 후배녀석이 갑자기 생각나요. 조그마한 체구에 땅콩같이 동글동글 중학생같이 생겨서는 무슨 인생의 진리라도 되는듯 성냥만을 고집하던.... 점점 더워지네요. 건강 챙기시구 힘내세요.

Mephistopheles 2007-07-19 01:44   좋아요 0 | URL
물론 성냥으로 불을 붙여야 하는 담배들도 존재하긴 해요..
파이프 담배나 혹은 시거나...그런데 꼭 필터담배를 성냥으로
붙여야 한다..는 건..그냥저냥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냥 에티켓도 기억나는군요..라이터는 손윗 사람을 먼저 붙여주고
성냥은 자기가 먼저 불을 붙인 후 윗사람에게 붙여야 한다는..^^
바람돌이님도 여름 즐겁게 나세요..^^

짱꿀라 2007-07-1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 날 출근하는 님의 심정 이해합니다. 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빨간날 쉬어야하는데도 쉬지 못하고 나가서 일을 하는 심정 오죽하겠습니다. 그래도 메피님, 화이팅 힘내시구요.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정말 여름에 나가서 현장 돌아보시려면 건강이 최우선 입니다. 건강하시구요. 몸은 바쁘지만 마음만이라도 행복하소서.

Mephistopheles 2007-07-19 01:45   좋아요 0 | URL
다행히..협의나 기타 외근은 죄다 실장이 떠안았습니다..
전 그냥 사무실에 처박혀 공장마냥 일만하면 되는데...
그것도 제법 따분하더군요..^^

chika 2007-07-1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래된 음식점과는 상관없이 제가 아는 한 식당 한군데와 해안도로쪽의 까페 한군데에서 성냥 줍니다. 전 거기 갈때마다 성냥 들고 옵니다. 집에서 초 켤때 라이타 보다는 성냥이 와따 좋거든요. ^^

Mephistopheles 2007-07-19 01:46   좋아요 0 | URL
촛불은 성냥이 더 편하긴 하죠..
그래서 케익에 라이터가 아닌 성냥이 들어 있는 이유랍니다.
(말도 안되는 억측주장.)

건우와 연우 2007-07-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냥을 그었을때 쓰윽 피어오르는 유황냄새...
잠시 추억이 스쳐지나가 주었던가봐요.^^
여름이 울울창창해져가네요. 건강하세요.^^

Mephistopheles 2007-07-19 01:47   좋아요 0 | URL
그 기분에 그 성냥으로 여림히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데...
성냥이 확실히 불편하긴 해요..그어놓고 담배에 붙일려는 순간
차라도 지나가면 확 꺼지고...ㅋㅋ

nada 2007-07-1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여기까지 황 냄새가 풍기는 거 같아요. 아이구 구수해라.
성냥불에 머리 태우시지 않게 조심하세요. 안 그래도 몇 가닥 안 남았는데..=3

Mephistopheles 2007-07-19 01:51   좋아요 0 | URL
순간적으로 고바우영감을 생각했었는데...
행동거지로 봐서는....고바우영감까지는 아니고..
바로바로...호모 심슨이 연상되버리는군요....
혹시..신문지 냄새는 향기롭지 않으시던가요..?? 혹시 혹시..

비로그인 2007-07-1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카페마다 다니면서 성냥 모아서 어항에 담는 친구가 있더라구요.
알고보니 영화에 나온 장면이었던가? 영웅본색인가 뭐던가...
주윤발의 성냥씹기 가 생각나요 :)

Mephistopheles 2007-07-19 02:05   좋아요 0 | URL
아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썬그라스 끼고 누더기 버버리입고
쌍권총을 휘두르죠...그리고 성냥 물고...^^
왜 그런걸 물고 총을 쏴댔는지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폼 나잖아! 라는 해석이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토트 2007-07-1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바쁘신게 끝나시려나. 기운내세요!!! ^^

Mephistopheles 2007-07-19 01:53   좋아요 0 | URL
아마도 7월말까지는 정신없을 테고...8월달도 안바쁘진 않지만
지금처럼은 아닐 듯 싶긴 하지만...워낙에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지라 장담은 못하겠어요..^^

아영엄마 2007-07-18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오빠랑 동네 친구들 모여서 불장난 하다 불나서 하마터면 집을 태울 뻔 한 적이 있어서인지 저는 불이 무서워서 20살이 넘을 때까지 성냥이고 라이터고 불 켜는 거 무서워서 못했답니다. -.- 요즘은 성냥 구하기 힘들어서 아이 학교 준비물로 성냥 준비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슈퍼가서 돈 주고 샀다는거 아닙니까..

Mephistopheles 2007-07-19 01:54   좋아요 0 | URL
제 누나가..40이 코앞인데..아직도 성냥불을 못킨다죠...
그렇다고 라이터도 역시 못키고..^^ 그런데 그게 아마
유년기의 트라우마일지도 몰라요..^^

플레져 2007-07-1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메피님 홧팅! ^^

Mephistopheles 2007-07-19 01:55   좋아요 0 | URL
간만에 출현(?)하신 플레져님...서재에서 자주 좀 뵙시다요..^^

춤추는인생. 2007-07-1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인 메피님..^^
성냥 요즘은 통 못구하는거죠. 성냥 촛불. 등등 소중한것들이. 마냥 어디론가 묻혀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아니. 우리가 싫어서 그들끼리 조용히 달아나는걸까요?

Mephistopheles 2007-07-19 01:5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네들은 변함없을 듯 해요..
우리네 생활이 워낙에 빨리빨리 변화하고 바꿔다보니까..
잊혀지는 건 아닐까 싶어요...^^

향기로운 2007-07-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작은 성냥이 연일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답답한 메피스토님을 잠시간 해방을 시켜준거네요^^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읽게되면 담배피우는 사람들 모습을 다시 한번 보게되요^^ 오래전 커피숖 가면 늘 가져오던 것이 작은 성냥갑들이었는데^^ 성냥갑 모으던 사촌오빠 덕분에 심부름 많이 했더라죠^^;;;

Mephistopheles 2007-07-21 20: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옛날엔 정말 성냥들 많이 있었는데..요즘은 그 목적이 라이터로 바꿔더니만 그나마 금연열풍으로 그마저도 사라져가고 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