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좋아하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라고 대답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수위까지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라고 재차 질문을 한다면 난도질 영화도 아무 거리낌 없이 불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혹시 인상적인 공포영화가 있었습니까? 라고 질문이 하나 더 날아온다면 수 만 가지 중에 “악마의 인형 처키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방금 처키 5편을 봤으니까...

1편이 제일 무서웠고 볼 만 했다.
악마의 인형 처키 1편은 꽤 무서웠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인형에 살인마의 악령이 깃든다는 설정 자체도 기발했고, 마치 터미네이터마냥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질릴 정도의 느낌도 들었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는 처키의 부활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다음 편 나와. 기대해!” 라는 장치까지 애교로 봐 줄 정도였는데............

2편부터 4편까지...역시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라는 법칙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이 영화도 역시 제이슨이나 프레디처럼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점점 시들해지기 시작하더니만 4편에서는 처키의 신부 티파니까지 등장시키는 전환점을 끼워 넣기까지 시도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5편...이젠 처키와 티파니로 모자라 그들의 자식까지 등장시켰으니....

대놓고 ET의 한장면 혹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포스터.
영화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허섭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나, 몇몇 장면 난 방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 한 장면.. 영화 속 티파니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제니퍼 틸리(연기력 확실한 배우 중에 하나)가 극중 헐리웃 스타의 위치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스타에게 따라붙은 파파라치 역을 맡은 늙은 대머리 아저씨를 주목해야 한다. 등장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처키와 그의 아들에게 염산세례를 받고 요단강 건너는 이 아저씨는 마이너 쪽으로 꽤 유명한 영화감독이시다. 이름하여 “존 위터스” (핑크 플라밍고라는 대단히 유명한 작품이 있음.)

존 워터스 감독...완벽한 까메오로 출연해 주셨다.
하필 처키가 자위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바람에 등장한 지 얼마 안지나 요단강 건너신다.
그리고 중간 중간 영화의 장면은 거장들의 공포영화의 완벽한 오마주를 표현해주고 있다.
영화 처음 처키와 티파니의 자식으로 나오는 인형의 악몽에서는 충실하게 “사이코”의 그 유명한 샤워실 살인 장면을 익살스럽게 표현했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 자신의 뜻을 거역한 티파니를 추적하면서 벌이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잭 니콜슨을 패러디하고 있다.

깔깔깔....난 이 장면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 아무도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대사를
직전에 날리더니만 정작 도끼로 문을 부신 후 내가 무슨말을 할려고 했는데..?? 라는 능청
스런 대사를 내뱉는다.
분명 허섭하며 쓰레기로 취급이 될 영화일수도 있겠지만, 조근조근 뜯어보면 제법 재미있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목격하게 된다. 이래서 일단 만들어진 영화는 버릴게 없나보다. 특히 공포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장면들은 유난히 배배꼬고 잔뜩 뒤틀었기에 그 재미가 배로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