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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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눗셈 및 진법

 
요약한 줄거리입니다. 어머니가 쿠키를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2명의 아이가 쿠키 6개씩 먹을 수 있습니다. 2명이 아이가 방문하면서 4명에게 3개씩 할당됩니다. 2명의 아이가 더 참여합니다. 1인에게 2개씩 할당됩니다. 6명의 아이가 더 참여하게 됩니다. 1인당 1개의 쿠키가 할당됩니다. 마지막에 할머니가 방문하면서 많은 쿠키를 가져옵니다.

* 나눗셈
 
처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초등학교 시절에 나눗셈에 대해 추억입니다. 덧셈, 뺄셈, 곱셈은 마음에 부담감이 없었는데, 나눗셈은 나머지가 남는 계산이 있어 이유 모를 찜찜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곱셈은 덧셈의 반복에서 유래했고, 나눗셈은 뺄셈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셨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은 나눗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곱셈의 역산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설명 마무리에 아이들의 이해를 확인하기 위해 “나눗셈의 유래는?”하고 물으셨는데, 제가 “곱셈의 역산이요.”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 때에, 저는 선생님으로 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요.)

* 진법
 
왜 사람들은 10진법을 택했나? 10을 신神의 숫자로고도 이야기하지만 10진법을 택한 가장 합리적인 이유는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외계에 한 팔과 7손가락을 갖은 지적 생물이 살고 있다면 7진법을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약수가 많은 것이 유용할 때가 많은데, 12진법을 상용했으면 더 편리했을 것입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60진법을 기본으로 사용했지요. 현재도 12 (또는 60)진법의 사용한 것이 있는데, 각도나 시간에 관해서는 12 (또는 60) 진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법에 관해 얼마의 이해를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뒤엉킨 일이 있었습니다.

 
예들 들어 십진법 수 321(10)가 있을 때, 7진법으로 바꾸려면 7로 나눠 45, 나머지 6, 45를 다시 나무면 6과 나머지 3. 6은 7로 나눠지지 않으니 636(7)이 됩니다. 다시 숫자를 (역산의 통해) 10진법으로 바꾸려니 계산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해보니 아직도 어색하다.) 그래서 결국 6*7**2 + 3*7 + 6으로 계산했습니다. 다시 의문이 발생했습니다. 7진법 숫자를 10진법을 거지치 않고 5진법으로 바로 갈 수 없을까? (잘 안 되었습니다.) 잘 안 된다면 어떤 훈련이 안 되었기 때문일까?
 
여러분도 한번 321(7)을 10진법을 거치지 않고 5진법으로 바꿔보세요.

* 카오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끝에는 할머니가 쿠키를 많이 갖고 오십니다. 여태까지의 나눗셈의 이야기가 무의미한 것으로 끝납니다. 아이가 쿠키를 한 개씩 밖에 먹지 못한 것에 대한 동정적 의미로 할머니를 등장시켰을까요? 아니면 카오스적 변화를 염두해 두고 글을 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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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4-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에게 나눗셈이란 분배의 문제라고 설명했고, 이 책은 저의 설명과 잘 부합됩니다. 만약 인구가 급증해서 분배할 모수가 작은 게 문제라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거지요.

마립간 2011-04-12 09:47   좋아요 0 | URL
위 동화에 관한 사회과학적 해석을 하셨네요. 저는 사람을 중심으로 고려할 때 카오스적 상황은 대개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고 sond 법칙보다는 sein 법칙에 관해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해석을 하려 했습니다.
 
자꾸자꾸 시계가 많아지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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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의 생각은?
- 어린이들은 무슨 생각하게 될까?

 
제가 어렸을 때, TV 만화영화 ‘아톰’, ‘빠삐’ 등을 몰입해서 보고 있으면 어른이 오셔서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라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제 생각은 어른이 만화 영화를 재미없어 하는 것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것을 왜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할까? (왜 공감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보니 어린이와 공감이 잘 안 됩니다. 머리속에 ‘어린이는 만화도 좋아하고, 장감도 좋아해.’라고 생각하며 관용은 하지만 공감은 안 되어 ‘뭐 이런 것이 좋다고, 뭐 이런 것이 재미있다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린이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면 어린이 용품 사업이나 어린이 문화 사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왜 이렇게 사방팔방, 뽀로로와 토마스가 많은지.)

 
<자꾸 자꾸 시계가 많아지네>는 조선인님으로부터 제 아이 책으로 추천받은 책입니다. 우리 딸아이는 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주로 아빠 책을 색깔로 구분하기나 책으로 악어집 만들기 등을 하는 방식으로 좋아합니다. 책은 보지도 않지만 (그림도 안 봐요.) 책이 택배로 배달 될 때, 자기 책이 없으면 없다고 불평합니다.

 
<자꾸 자꾸 시계가 많아지네>를 읽어 주려하니 2페이지도 넘어가지 전에 딸아이가 딴청을 피웁니다. 읽어주는 것을 그만 두었습니다. (네 인생 네가 살지, 내가 대신 살아주냐?) 이 책을 읽는데, 30초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머리 속에 남는 의문이 ;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까? 아니 초등학교 1학년이 읽었다고 가정했을 때 무슨 생각을 할까?’

 
저는 읽는 데는 1분 이하로 걸렸지만, 몇 가지가 연상되었습니다. 우선 시간을 측정하는 기계인 시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시간, 마지막으로 동시성이라는 것에 대해.

 
그런데,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글쓴이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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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4-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계 바늘을 직접 돌려보게 하면서 읽어주면 어떨까요? 우리 애들은 이 책으로 '시간'을 배웠는데, 누고가 큰 관심을 안 보였다니 좀 아쉽네요.

마립간 2011-04-01 14:29   좋아요 0 | URL
제가 누고에게 진짜 탁상 시계를 주었더니 시계바늘은 안 보고 시계 뒤의 나사를 드라이버로 뜯어 보려고 해요.^^ 숫자를 좋아해서 종이 판에 시계 바늘이 있는 것도 사 주었는데, 시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반딧불,, 2011-04-0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한걸요. 일단 시계는 5세 말기에서 6세경이 가장 배우려는 때거든요. 그리고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듯이 어른들도 성향 다 다르잖아요. 책도 무엇도 다 취향이 있더라구요. 그나저나 마립간님이 이런 책 리뷰를 쓰시니 무지 이상하고 반갑기도 하고..ㅎㅎㅎ

마립간 2011-04-04 09:13   좋아요 0 | URL
딸아이가 저와 비슷하다는 것에 놀라고 또 다른 것(누굴 닮았을까? 엄마?)에 놀랍니다. 저는 저의 철학과 교육철학에 의해 양육하지만 집안에서 조차 저,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각기 다른 양육방식을 보입니다.
독서의 미지 분야인 문학에 이제 막 발을 들여 놓았고, 어린이 도서는 예전 부터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저 나름대로 서평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서 직접동기가 생긴 것이죠.

반딧불,, 2011-04-03 21:10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군요. 저절로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배울거고 알아서 사람과 섞이는 법을 알게 되겠군요. 그게 어른들하고 크는 아이들의 좋은 점이거든요(단점은 굳이 열거할 필요 없으리라^^;) 미지의 분야라뇨.금새 익숙해지고 또 더 잘알게 될걸요.이쪽이 참 무궁무진해요, 환영합니다!!
이론과는 또 다른거지만 참 신기한게 아이들 다 제각각이고요. 또 어느때 생각도 안한 곳에서 닮은 곳 발견하고 흠칫하고.

마립간 2011-04-04 08:53   좋아요 0 | URL
미지의 분야에 '문학'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오타가 있었네요. 아이와의 팽팽한 긴장감이 삶의 활력소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4-0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아빠가 읽으셨군요? ^^
아이가 꼭 예측대로 하는 것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거 같아요.
30초 만에 딴짓하고, 그래도 자기 책 없냐고 불평하는 따님이 너무 귀여워요~

마립간 2011-04-02 12:46   좋아요 0 | URL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 입장을 견지할 뿐이지요. 슬슬 아버지와, 부모와 갈등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의천도룡기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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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적인 인물들

 
<의천 도룡기>의 서평은 두 사람에 대한 인물 평가로 하려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무기와 그의 아버지 장취산이겠지만 인상 깊은 인물은 장삼봉과 하태충입니다.

 
먼저 하태충은 곤륜파의 장문인입니다. 곤륜파는 정파라고 불리는 무술 집단 또는 학파인데, 정파라고 불릴 만큼 지명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파의 장문인의 인간됨이 올바르지 못합니다. 비겁한 술수를 여러 번 사용합니다. 이런 느낌을 처음 받은 것은 <소호강호>를 읽을 때, ‘악불군’입니다. 겉으로는 군자검이라고 칭송을 받지만 속내는 그리 깨끗하지 못합니다. ‘무협소설 속에 정파를 폄하하는 이야기도 있다니!’하고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소설을 읽기 전에 9대 문파, 또는 9대 문파 1방이라고 하는 정파를 알고 있었습니다. 손에 꼽아보니, 소림, 무당, 아미, 곤륜, 점창, 화산, 청성, 개방은 알겠는데, 나머지 1개 (또는 2개)는 몰라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정하지가 않았습니다. (나머지에 공동파, 모산파, 전진교, 종남파, 해남파 등이 있습니다) 무협소설을 역사적 사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아마 제 생각으로는 9가 갖는 수비적數秘적, 심미적인 이유로 9가 채택된 것으로 여깁니다.

 
그런 이유로 사파와 비교되는 정파는 이후에 형성된 선전이거나 카르텔, 아니면 문화(무협지) 활동을 통해 미화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중세시대의 기사騎士도 (정치) 깡패와 군인의 중간 정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카우보이도 깡패와 노무자 중간 정도로 여깁니다.
 
곤륜의 장문인의 인품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예전과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인물은 장삼봉입니다. 이 사람은 고려인(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한국 사람에게는 많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저는 장삼봉에 관한 무협지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무협소설에 어떻게 묘사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의천 도룡기>를 통해 묘사된 인품은 정말 반할 만합니다. 정파, 사파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지만 학계學界에서는 학계(대표적으로 대학의 교직) 내에서만 있던 사람 (정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다른 곳에 취직을 했던 사람, 교육기관이 아닌 곳에 있는 사람, 1~2년 정도 쉬었던 사람)과 알게 모르게 거리감을 둡니다.

 
장삼봉이 장취산의 아내 은소소를 보고 선입견이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장삼봉은 장무기를 위해 소림사를 찾아가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한 문파의 창시자로서 아집과 명예욕에 잡혀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기 힘듭니다. 대개의 그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멸절사태와 같은 성격을 갖고 그와 같이 행동 합니다.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닌 경우를 이야기하면 뇌를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은 스페리(Roger Wolcott Sperry) 교수님을 들 수 있습니다.

<제 7의 감각> p 72 무엇보다도 스페리는 훌륭한 과학자였다. 그는 자기가 말한 것을 믿었다. 그러나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알았다.

 
노벨상이 어떤 상입니까? 그런 노벨상을 탄 학자 분이 본인이 연구한 업적에 의심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한 포용력이 있지 않고 어려운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계의 분위기는 자신의 선생님의 연구 업적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버릇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님이 하셨던 이야기나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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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 Incep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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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 층위의 원순열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으나 저는 조금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주제의 영화 <13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 <13층>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872435068

 사실 영화가 주제나 줄거리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영화를 주제, 줄거리, 배우의 연기, 영상미, 이렇게 네가지 부분을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주제와 줄거리에 관심을 두고 보았기 때문에 평가가 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의식의 층위적 구조가 있다는 것인데, 영화 <13층>의 경우 현실( 엄격히 말하면 현실로 여기지는 의식의 위치)을 0으로 놓았을 때, +1, -1의 의식 층위가 있다면 <인셉션>의 경우는 현실을 0으로 했을 때, +1, +2, +3의 층위를 갖습니다. 주제에 관한 통찰만 비교할 경우 <인셉션>의 경우가 (0과 )자연수라면 <13층>은 정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 <13층>이 보다 확장된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식의 층위가 자연수이든, 정수이든 간에 무한함을 갖고 있는데, 혹시 의식의 층위라는 것은 원순열과 같이 유한한 것은 아닐까? 옛날 사람들은 땅이(나 우주가) 무한하다고 생각했지만 현대에 밝혀진 것은 [땅이] 유한한 것과 같이.

 - 인셉션은 기대만큼의 영화는 아니었음. 이 글을 읽고 영화 <13층>의 스포일러가 되었다면 당신은 혹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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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1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러봅니다~
13층이란 영화도 있었군요. 역시 영화도 애인(수학)을 등장시켜 분석하시는군요.^^
인셉션은 흥미롭게 봤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헷갈리는 영화였어요. 그래서 더욱 후편이 나오기를 기대하고요.^^

마립간 2011-03-18 13:15   좋아요 0 | URL
애인(수학)은 재주도 많거든요.

2011-03-1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군협지 - 전10권 세트
와룡생 지음, 이선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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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더 행복할까?

 
초등학교 5학년 전 후때의 일입니다. 당시 공중파 방송은 동양방송 TBC, 한국방송 KBS, 문화방송 MBC 3사였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채널이 더 있었는데, AFKN입니다. 흑백 화면이었고 채널은 로터리 방식이었습니다.

 
방과 후에 한국 방송은 시작되지 않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영어에 슬슬 관심 같기 시작한 터라 AFKN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만화영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이 변신을 하는데, 새 모양의 복장을 하였습니다. 리더격인 남자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는 햇빛 속에서 전투기로 변합니다. 영어를 모르니 대사를 모르고 대사를 모르니 줄거리를 모르고. 화면만을 보고 막연한 기대감에 대단한 줄거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화면도 멋있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입학 후 이 만화영화는 독수리 5형제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방송에서 방영을 하였습니다. 중학생이 된 후에 본 이 만화영화는 그저 그랬습니다. 이 만화영화를 대학교 졸업할 때 쯤 다시 보게 되었는데,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습니다. (속된 말로) 유치찬란하였죠. 옆에 있던 친구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저런 것을 보고 좋아했단 말이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화면도 왜 그렇게 조악하던지.

 
만화 영화가 모두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플란다스의 개’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중학교 3년에, 그리고 대학교 졸업할 때 쯤, (물론 중학교 때나 대학교 때는 몇 편 못 봤지만) 모두 3번을 봤지만 한결같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끔 ‘알프스의 하이디’나 ‘신밧드의 모험’ 만화를 본다면 ‘플란다스의 개’와 같을까 아니면 ‘독수리 5형제’와 같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읽은 <군협지>는 통속적인 무협지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우선 2단 세로쓰기로 되어 있었고, 삽화도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술에 대한 묘사가 세밀한데, 대개 간단하게 ‘무슨 무술로 10합을 겨뤘다.’라고 서술되지 않고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글이 있습니다.

 
거승은 상대방이 맹렬히 공격해 오는 위세를 보고는 감히 얕잡아 볼 수 없겠다고 느꼈던지, 급하게 몸을 옆으로 홱 돌리고 오른손을 번개같이 들어 서원평이 가로 후려 때리는 왼손을 막고 곧이어 그 손으로 휘진청담식(揮塵靑談式)으로 바람을 베듯이 맹렬히 오른쪽 팔을 휘둘렀다.
 
서원평은 급습해 오는 상대방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순식간에 손을 위로 휘두르며 덤볐는데, 오른손으로는 낭타초암법(浪打礁岩法)으로 두 가지를 병용해서 한 가지 술법으로 반격했다.

 
이와 같은 묘사는 현장감을 주면서 글 자체가 치밀함을 보여 줍니다. 고등어 잡는 그물을 보다 멸치 잡는 그물을 본 느낌이랄까. <의천도룡기>가 수십년 동안 진행된 이야기라면 <군협지>는 일년 정도 기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줄거리가 엉성하다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전에 읽은 부분이 소림사 장경각에서 탈출한 직후까지 읽었기 때문에 막연한 줄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무협 소설을 읽었다는 즐거움이 교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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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1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소설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도 무협소설을 좋아하는데 시리즈로 나오니까 기다리는데 지치네요.

마립간 2011-03-18 12:21   좋아요 0 | URL
저, 사실 문학과 별로 안 친하고 문학중에서 소설과 더욱 안 친한 사람입니다. 이제 문학 분야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무협지도 읽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