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60201

- 아이의 외박

 

1년 전에 아이가 부모(와 할머니)를 떠나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겠다고 했다. 내가 허락하기를 주저하자 주위의 사람들은 내게 아이가 걱정되느냐고 물었다. 아이 친구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하루 외박하고 오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나는 아이가 부모 없이 집 떠나 잠을 잘 만큼 성장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결국 딸아이는 한 밤 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 다시 한 번 아이의 외박이 논의되었다. 이번에는 운동하는 모임에서 1박을 하는데, 피교육생은 연령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몇 명이고 남녀가 함께 한다. 지도자 선생님도 남자 선생님과 여자 선생님이 계시다.

 

나는 물론 허락을 했지만, 안해는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안해의 가장 큰 걱정은 성범죄였다. 안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만약 이번 캠프를 참석시키지 못한다면 (외박이 필요한) 어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게다가 씨랜드 화재 사건, 세월호 사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 등을 생각한다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된다고 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 부정적 사고, 감정의 지나친 강조는 아이에게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해의 태도가 우유부단한 것과 같이 아이의 입장도 우유부단하다. 막상 외박을 감당하려 하니 용기가 필요한 모양이다.

 

여행 중 만났던 가족이 생각난다. 결혼을 앞둔 여성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여동생)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여성은 나에게 해외 배낭여행을 가려했는데, 어머니의 반대로 가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어머니께 왜 허락하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여자들끼리 여행을 가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허락을 하냐고 하셨다. 내가 그럼 남자와 함께 여행을 하면 허락하시겠냐고 여쭤 받더니, 남자와 함께 여행을 가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허락하냐고 하셨다. 그럼 어떤 조건이 허락하시겠냐고 다시 되물으니, 엄마의 마음을 아시면서...라고 답을 주셨다. 그러니까,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 없이 가는 여행 자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Go wild?) 그 이야기는 그것으로 일단락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생각은 어떠신지 여쭤볼 것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 身邊雜記 150720 실마리

http://blog.aladin.co.kr/maripkahn/7661564

(Speak loud?)

 

* 育兒育我 150423

http://blog.aladin.co.kr/maripkahn/7486945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8193135

(Think hard!)

 

아이의 치열한(이라고 쓰고 우왕좌왕이라 이해하는) 오랜 외박 논의 끝에 외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되었다. 아이와의 또 하나의 탯줄을 끊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Speak loud ; 알라디너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보호자 없는 여성 외박의 적절한 시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중고등학교 여학생이 친구들과 해수욕장으로 놀러 가려 한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딸을 둔 어머니인 알라디너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궁금하지만, 밤길을 무서워하는 미혼 여성을 포함하여, 남성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뱀발 ; 나는 Feminism Key Ring‘Go wild, Speak loud, Think hard’라고 써 있는 것을 며칠 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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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2-0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을 둔 알라디너의 의견이 우선 궁금하시다니~딸을 둔 알라디너로서 제의견을 살짝 적고 가겠습니다^^

중고생 여학생들끼리의 해수욕장 외박행이라??글쎄요??
저는 아직 딸아이들이 초등생이라 중고생이 되어 허락을 요구한다면 그때 상황에선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제심정으로선 쉽게 허락을 해주긴 힘들 것 같다는쪽으로 기우네요^^
아들과 딸을 키워보니 솔직히 육아방식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더군요
가령,밤 늦게까지 자식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들은 덩치가 작아도 실은 걱정이 덜 됩니다 그렇다고 내아들은 절대 성범죄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진 않으나 아들은 딸 보다는 걱정이 덜 됩니다
하지만 딸들은 다르더라구요
딸은..딸은..그냥 품게 됩니다
아마도 결혼을 하기전까지는 계속 걱정을 하며 품고 사는 것은 아닐까?결혼을 해서도 걱정을 하게 될 것인가?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여러 매체들을 통한 사건과 사고들의 상상들에서 아마도 평생 놓여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런생각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여자`인 엄마이고 딸들이 `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싶네요

댓글이 길어졌을 것 같아 얼른 결론을 내려야겠군요^^
저의 결론은 아마도 1박을 겸한 해수욕장행은 허락을 하긴 힘들겠지만 막상 그때가 된다면 약간의 여지는 둘 것 같습니다
1박이 아닌 해수욕장행이거나 딸 친구들의 됨됨이를 내가 얼마만큼 잘 알고 있느냐와 또한 내 딸들이 믿음직하게 어떻게 자랐냐에 따라 어쩌면 허락을 하지 않을까?싶네요
하지만,솔직히 자신은 없네요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엄마로선 아들 육아도 힘들지만 딸들 육아도 힘들긴 마찬가집니다
딸들을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파심으로 세상을 두려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마립간 2016-02-01 13:48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 님, 의견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가장 책읽는나무 님의 의견이 어머님의 생각 중 가장 보편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태우스 2016-02-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고교 여학생이라면 좀 위험하긴 하겠네요. 울나라는 그래도 치안이 잘 돼 있는 편이라고 들었지만, 우리가 느끼는 한국사회는 여성에게 위험한 곳이잖아요. 대학생쯤 됐을 때 허락해주는 게 어떨지요

마립간 2016-02-01 13: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 님.^^

제 서재에 뵙게되니 반갑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6-02-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부모님이 허락하셨다면 하루 외박은 괜찮아요? 너무 품안에만 가둬두려고 하시는 듯. 커서 지들끼리 여행가는 건 불안하지만 상대부모님이 허락하셨으면 보내도 될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색다른 경험이고 그림책중에서 친구네집에서 잔 날인가 하는 약간 오래된 그림책 있는데 아이랑 같이 읽어보세요. 아이에게 먹을 간식거리와 늦게 자지 않겠다는 다짐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초등까지는 허락했는데 증고등 되니깐 오히려 망설여지더라구요. 머리 크면 여행도 불안해서 반대하는데, 부모님 계시면 허락해도 될 것 같은데요!

마립간 2016-02-01 13:52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 님, 의견 감사합니다.

세 분이 의견을 주셨는데, 대체적으로 중,고등학교 학생 시절의 여학생 외박은 남학생보다 더 부정적으로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6-02-0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자 아이고 남자 아이고 간에
보호자 없이 중학교 때 아이들끼리의 여행은 보내지 않으려 해요. 고등학교도 역시
고3 정도면 여러 부분을 검토해보고 허락할 것 같아요, 또한 아이들의 발달 상태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구요.

하지만 이번처럼 선생님들이 계시는 모임이라면
아이가 원했다면 저는 보낼 것 같네요. 물론 염려스럽지만, 지나친 과보호는 아이의 활동 영역과 새로운 시도를 좁아지게 만들고, 성범죄를 염려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이런 마음을 자주 아이 앞에서 보인다면 세상을 너무 위험한 곳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려해보시는 편이 좋다는 것이 제 의견이랍니다. ^^

마립간 2016-02-03 07:4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 님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아이를 적극적으로 세상에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야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마 실제 결정은 마녀고양이 님과 거의 동일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성범죄를 포함하여 세상의 불의와 악덕은 제가 아이에게 일부러 알려주려하지 않지만, 아이가 물어왔을때, 대답을 회피하거나 은폐하지 않습니다.

제가 읽은 책에 의하면 두뇌 사용의 재편이 끊나는 시기가 대략 27세라고 하더군요. 논리적으로는 성년이 기준이 27세가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남녀의 구분 없이 고등학생까지는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설명절 연휴 며칠 남지 않았는데, (특히 주부에게 힘든 시기죠.)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