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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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와 아랑의 사랑 얘기는 전설처럼 내려왔는데, 최인호씨가 이 글을 썼다고 해서 조금 놀라웠다.  그의 선 굵은 다른 저작물들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다.  이 짧은 페이지 안에, 그는 무엇을 담아내었을까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평범해서 놀라웠다.  전설로 내려오던 그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엇을 위해서 굳이 이 책에 "몽유도원도"라는 제목을 붙여서 책을 냈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중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이 역시 선입견이 불러낸 과도한 기대치가 아닐까 싶어졌다.  그냥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그러면서도 소탈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옛 이야기 들려주듯 정감 있게 얘기하고픈 것이었을 수도 있는데, 지레 짐작으로 큰 기대를 하고 먼저 실망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옛 이야기에서 남녀의 평등이라던가, 상하 관계의 평등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는 납득 안 가는 것도 많다.   그래서 또 '신' 도미와 아랑 이야기.. 뭐 이런 걸 내심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도미와 아랑의 이야기일 뿐이다.

두 나라가 서로 싸워 한 나라가 이겨버리면 이긴 자의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에 미화되고, 패자의 역사는 더 가혹하게 난도질 당하기 마련이다.  백제의 역사가 그리 되었을 테지.  그래서 패한 백제의 왕은 보다 추악하게, 게으르게, 형편없는 군주로 묘사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또 새롭게 해석한 비운의(?) 백제 왕 이야기... 뭐 이런 걸 공상하기도 했던 것 같다.(오버였지..ㅡ.ㅡ;;;)

도미는 아내를 믿었고, 아랑은 남편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또 지혜로운 여인이었지만, 제 목적을 위해 하녀를 희생시킨 것은 아무래도 우리가 봐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로 인해 벌어진 비운을 탓하며 스스로 얼굴을 망쳤지만, 도미는 이미 눈이 멀어 그런 그녀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두 사람은 여전히 행복하게 잘 살았노라... 이렇게 마무리 짓는데, 눈이 보이는 도미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삐딱한 생각이 삐져나왔다..;;

몽유도원도.. 꿈속에서 본 낙원의 모습.  그러나 깨고 보면 한낱 허망한 꿈일 뿐... 아랑과 도미를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개로왕이 미모의 여인을 탐한 헛된 미망을 꾸짖는 것일까?

대체... 모르겠다.  이렇게 가볍게 읽은 책에서 이토록 머리가 무거워져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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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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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아버지, 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오게 된 벨기에 소녀.

이 정도만 얘기해도 이 작품의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녀도 기라는 얘기는 안하지만 아니라는 얘기도 안 한다. ^^

주인공 소녀는 아직 십대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 비하면 더 성숙해지고 세상을 알아버렸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아이다.  그래서 지극히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그 우주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수가 있다.

이 작품은 매우 짧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으니까.  워낙에 아멜리의 책은 빨리 읽히는 경향이 있고, 지문보다 대사가 더 많기 때문에 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그래서 후딱! 해치우기 마련인데, 그 와중에 은은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도통 내 머리 속에 뭘 집어넣었는지 잘 생각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처음 아멜리의 작품을 접한 것은 '오후 네시'였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는 결국 내가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책들은 대개 남에게 빌려주는 용도가 된다...) 그밖에 그녀의 여러 책을 보았는데, 재밌는 것은... 어쩌다 보니,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은 소장하고 있고, 내가 그냥 그렇게 읽은 책은 도서관용이었다.  이 책은?

하핫, 도서관용이었다.ㅡ.ㅡ;;;;

뭐랄까.  너무 발칙해서?  혹은 너무 성숙해서?  그녀가 서양인이어서도 아니고,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가여서도 아니고... 그냥 참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가끔 난 그녀가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작품은 어린 소녀를 둘러싼 작은 세계 속의 전쟁(그래봤자 동네 꼬맹이지만 어쨌든...;;;)과, 또 그녀 안에 싹튼 사랑의 얘기...(쬐만한 녀석들이 독하게 사랑하더라..;;;;)를 담고 있는데, 어려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더욱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마음에 든 경우는 '오후 네시'뿐인 것 같다.  나머지는 다 제목이 이상해... 시간의 옷 빼고.ㅡ.ㅡ;;;)

그래서 아마, 이 작품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내가 보았던가?  까지 잊혀질 지 모르겠다.  아멜리를 불편해 하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내가 좀 이해하게 된 걸까.

결론은, 아멜리를 이전에 접해 보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첫 작품으로는 꼽지 않았으면 한다.  내성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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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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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소문이 분분했고, 공중그네도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 나는 기대가 아주 컸다.  그런데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아버지의 활약상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문제로 싸우는 장면 등이 더 나올 거라고 내심 기대했던 것이다.

짐작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작품은 줄곧 재밌게 읽혔다.  아버지를 기대했지만, 어찌 됐건 작품의 주인공은 12살 소년 지로니까, 녀석에게 이야기의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작품은 사회고발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또 넓은 둘레에서 보면 엄연히 성장 소설이다.  12살 지로는 너무 피곤하다.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과격한 아버지는, 도통 일이라고는 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케첩 하나에도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란 어마어마한 명칭이 돌아온다.  제도권 교육을 신뢰하지 않아 학교를 꼭 갈 필요는 없다고 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도쿄에서 사고를 치고 남쪽 섬으로 가자고 한다.  말려줄 줄 알았던 어머니는 더 재빨리 가구를 정리하고 짐을 싼다.  속전속결!  지로의 가족은 누나를 제외하고는 바로 남쪽 섬으로 날아간다.

2권의 시작은 바로 이 시점이다. 이들 가족이 도착한 남쪽 섬은 아열대 기후의 이국적인 풍모를 지닌 곳이다.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이 섬은, 일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점이 많았다.  사람들은 모두 욕심 없이 살았고, 제 집처럼 제 가족처럼 돌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베푸는 그 사람들에게 지로는 당혹함과 감격을 같이 느낀다.

그러나 사람이 사건을 몰고 다니는 것인지, 아버지는 이곳에서도 조용히 지낼 수 없다.  아니, 아버지의 탓은 아니다.  섬에 호텔을 지으려는 회사와 그것을 막으려는 섬 주민들, 그 한 가운데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집을 지은 땅이 호텔을 지으려는 회사의 사유지가 되어있던 것.  이들이 섬의 집을 지키려는 한판 승부는 경찰과 기자와 주민 모두와, 심지어 유대계 캐나다인 외국인과 그의 강아지까지 합세하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 모험이 되어버린다.

몹시 심각한 이야기인데도, 작품은 긴장감 대신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갖추어야 할 긴장의 끈도 놓치는 법이 없다.  1편에서는 딱히 밑줄긋기에 쓰려던 내용이 없었는데 2편에서 몰아서 나온 것만 보아도 그렇다. ^^

가족들과 따로 놀던 누나가 섬에 돌아와 갑자기 부모님을 이해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개연성이 좀 떨어지지만, 가족들이 부모님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또 응원하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아버지를 챙피하게 여기던 지로는 어느덧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아버지가 묘사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볼 때마다 나는 흠칫 놀랄 때가 많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조직 속의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 울타리를 거부한다던지 벗어난다던지의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고 거부할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 울타리란 결국 인간들이 만든 것이다.  내가 선택해서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게 돌이킬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닌 것이다.  제도권 교육에 너무 익숙한, 나란 사람의 머리 구조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서 나는 아찔하기까지 했다.

애초에 국가라는 것이 왜 생겨났는 지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가족 단위의 생활을 했을 인간은, 부족 규모로 커졌을 것이고, 그 규모가 더 커져서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때 '국가'라는 테두리가 필요해진 것은 침략에 대한 방어, 혹은 식량을 얻어내기 위한 침략을 위한 그룹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자마 의원은 섬 사람들을 위한 호텔 건설이라고 연설을 하지만, 섬 사람들은 바라지 않는 풍요일 뿐이었다.  누나 요코도 말한다.  남쪽 섬으로 오니까 갖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고... 언제나 문제가 되는 시작은 인간의 '욕심'이었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타인에게 해를 입히고, 그 욕심을 채우지 못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나라는 인간은, 그들처럼 대차게 남쪽으로 튀어!라고 외치지 못할 테지만,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아이들이 그 부모를 당당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도 그들을 지지하고 싶다.  아버지가 지로에게 말했듯이, 아버지는 그렇게 살지만,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지로가 똑같이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지지하며 응원하여도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를 다시 보게 되었다.  공중그네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인더풀은 그보다 많이 미지근했지만, 걸은 또 다른 이유로 통통 튀었지만 깊이는 많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가 내보였던 모든 장점을 다 아우른 명작으로 탄생되었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나가기.  그러나 핵심은 놓치지 않기.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 찾아봐야겠다.  정말 매력적인 작가와 작품을 만났으니,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멋진 마무리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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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0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특히 2권에 감동했답니다

마노아 2006-11-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심을 팍팍 밀어주더라구요. 오쿠다 아저씨 멋쟁이에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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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일이 생기는데, 분명 내가 리뷰를 썼다고 여긴 작품에 리뷰가 없다. 어라??

구판에 썼나...? 하며 찾아보았지만 역시 없다.  내 마이리뷰를 검색해 보아도 없다.  그러니까, 안썼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뒷북을 치기로 했다. ^^

가네시로 카즈키는 레벌루션 넘버 3로 만났는데, 그 작품의 뒷 이야기다. 더 좀비스의 활약이 여전히 눈부셨고, 이번엔 청소년뿐 아니라, 중년 아저씨도 나오니,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탓에 많이들 익숙할 것이다.

어찌 보면 스피드 하고 내용이 비슷하다.  어떤 일로 좌절을 겪은 새 주인공이 더 좀비스의 일원을 만나 자신을 단련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통쾌하게 복수를 해주는 것..  다만 스피디는 여고생이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에선 여고생 딸을 둔 아버지가 주인공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이번에도 박순신은 멋지게 아버지를 단련시켜 주었다.  이준기가 과연 어떻게 소화를 했을 지 궁금은 하지만 굳이 영화를 챙겨볼 마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때문에 책도 재미 없다고 사람들이 지레 짐작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

일본의 아버지들도 우리나라의 아버지들과 비슷할 것 같다.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제대로 폼도 안 나고 위엄을 갖추기도 어렵고, 직장에서는 깨지기 쉬운... 일단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자식 앞에서 당당한 아버지로 자리매김하지 못할 때에 갖게 될 치욕이 쉽게 예상된다.  작품 속 아버지는, 딸 아이를 폭행한 고등학교 권투선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까지 갖추어 찾아가지만, 더 좀비스가 있는 엉뚱한 학교로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그들과 인연을 맺고 복수의 장을 만들게 된다.  박순신은 아버지를 날마다 운동으로 단련시키고, 아버지는 그 와중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다.

준비한 과정이 다 끝나고 도전장을 내밀지만, 복수란 쉽지 않다.  한 발자국을 더 내딛을 것인가,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의 중요한 순간에, 아버지는 전진하기로 결심한다.  그때에 복수는 완성된다.

그래서,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개정판은 참 참 참... 디자인이 꽝이다.ㅡ.ㅡ;;;;

더 좀비스가 활약한 책이 레벌루션과 스피디와 플라이... 등등이 출간되었는데, 워낙 재밌는 캐릭터들이어서, 이제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활약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 고등학생일 수도 없고, 발생하는 사건의 종류도 확연히 다를 테니 말이다.  어디 끝까지 날아봐, 플라이 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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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3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스토리...알아요,,,그냥 아,,감동적이겠다,생각했어요...
아버지가,,그렇게...딸을 위한 복수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모든 것을 떠나,,그냥,참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져서요...
님 별 갯수 찾아보구,,,얼른 담아둡니다,,추천 꾹~

마노아 2006-10-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가네시로 카즈키 작품이 굉장히 유쾌해요. 슬픈 내용도 그는 즐겁게 얘기한답니다. 추천 고마워요^^

비로그인 2006-11-0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의 빛이 너무 강해서 ..박민규도 삼미수퍼스타즈..그 책이 너무 강열해서 후속작들이 평가가 별루였죠.

마노아 2006-11-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도 공중그네가 너무 재밌으니까 인더풀도 걸도 별로였어요. 남쪽으로 튀어로 만회했지만요.^^
 
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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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그녀의 작품에선 언제나 번뜩이는 재치와 확 깨는 엽기와 그리고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광기'를 느끼게 된다.  대체 머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할 만큼.

뤼세트는 열아홉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임신을 한다.  그녀는 평범한 것은 '죄악'이라고 천명하고, 뱃속의 아이가 딸꾹질을 해대자 평범한 남편을 권총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에게 유언으로 '플렉트뤼드'라는 괴상한... 그러나 그녀에게는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감방에서 자살한다.

아이는 이모의 손에서 자라는데, 이 이모라는 사람도 엄마처럼 평범하지 않다.  그녀의 소망은 아이가 발레리나가 되는 것.  아이는 발레리나로서의 체중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거의 굶다시피 하는데, 그 모습을 이모는 찬양(!)하기만 한다.  끝끝내 아이는 영양결핍으로 다리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반항이라도 하듯 체중을 불리자 이모의 학대가 시작된다.  사실은 정상 체중이지만, 이모의 눈에 살이찐 조카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던 것.

특별한 이름답게 특별한 사고를 하던 플렉트뤼드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도 엄마와 같은 인생의 끝으로 마감할 뻔 하지만, 학창시절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행복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어쩌면 노통브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볼 때 평이한 결말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 오기까지의 엽기성은 역시 다른 작품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다.

이 작품 속에서의 이모의 모습은 살인자의 건강법이나 적의 화장법, 혹은 오후 네시에 등장했던 괴퍅한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멜리는 그런 인물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을 놀리는 게 취미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이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올 때면, 매번 제목과의 괴리감을 느낀다.  이 작품의 원제도 로베르 인명사전이었을까?  좀 어울리지 않다 느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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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3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멜리는 정말 독특하죠?? 그녀의 소설에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마노아 2006-10-3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깰 때가 참 많죠.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가끔 정이 뚝! 떨어질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