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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교관 아버지, 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오게 된 벨기에 소녀.
이 정도만 얘기해도 이 작품의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녀도 기라는 얘기는 안하지만 아니라는 얘기도 안 한다. ^^
주인공 소녀는 아직 십대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 비하면 더 성숙해지고 세상을 알아버렸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아이다. 그래서 지극히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그 우주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수가 있다.
이 작품은 매우 짧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으니까. 워낙에 아멜리의 책은 빨리 읽히는 경향이 있고, 지문보다 대사가 더 많기 때문에 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그래서 후딱! 해치우기 마련인데, 그 와중에 은은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도통 내 머리 속에 뭘 집어넣었는지 잘 생각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처음 아멜리의 작품을 접한 것은 '오후 네시'였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는 결국 내가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책들은 대개 남에게 빌려주는 용도가 된다...) 그밖에 그녀의 여러 책을 보았는데, 재밌는 것은... 어쩌다 보니,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은 소장하고 있고, 내가 그냥 그렇게 읽은 책은 도서관용이었다. 이 책은?
하핫, 도서관용이었다.ㅡ.ㅡ;;;;
뭐랄까. 너무 발칙해서? 혹은 너무 성숙해서? 그녀가 서양인이어서도 아니고,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가여서도 아니고... 그냥 참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가끔 난 그녀가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작품은 어린 소녀를 둘러싼 작은 세계 속의 전쟁(그래봤자 동네 꼬맹이지만 어쨌든...;;;)과, 또 그녀 안에 싹튼 사랑의 얘기...(쬐만한 녀석들이 독하게 사랑하더라..;;;;)를 담고 있는데, 어려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더욱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마음에 든 경우는 '오후 네시'뿐인 것 같다. 나머지는 다 제목이 이상해... 시간의 옷 빼고.ㅡ.ㅡ;;;)
그래서 아마, 이 작품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내가 보았던가? 까지 잊혀질 지 모르겠다. 아멜리를 불편해 하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내가 좀 이해하게 된 걸까.
결론은, 아멜리를 이전에 접해 보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첫 작품으로는 꼽지 않았으면 한다. 내성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