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은 우리 교무실만 정전이 됐다. 형광등과 복사/인쇄기만 전기 공급이 안 되어서 어두컴컴한 교무실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그날은 원래도 바빴지만 더 바쁜 날이어서 어두운 환경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우리 교무실만 한 시간 일찍 재택근무를 허락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일이 많아서 일찍 가는 게 더 문제였던 상황..ㅜ.ㅜ
아무튼 한시간 일찍 퇴근해서 무릎 물리치료를 받고 왔다. 별로 효과는 없어 보이는데 계속 받아야 할지, MRI를 찍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2. 수요일은 TTB2 적립금이 들어오는 15일. 이번 달 나의 적립금은 무려 '70원' 하하핫,요새 매달 이렇다. 30원, 50원, 70원.ㅎㅎㅎ
3. 이날은 정말이지 너무 바쁘고 체력도 달리고 스트레스도 쌓여서 막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얼굴 근육이 욱신거리고 아파오는 것이 거의 한계 상황. 릴렉스가 필요했다.
4. 목요일은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날마다 걸어서 출근했지만 아침부터 땀 빼고 싶지 않아서 넉달 만에 버스를 탔다. 근데 타고 보니 반대 방향을 탄 게 아닌가. 나가는 버스와 들어오는 버스 위치가 거의 같아서 배차간격이 긴 버스가 보인 게 반가워 무턱대고 탄 게 문제였다. 우리집에서 두정거장만 더 올라가면 종점이기에 거기서 바로 턴하고 올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 마을버스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게 아닌가. 다른 버스는 없는 길. 택시도 없는 길이었다. 아무튼 드디어 종점에 도착했는데 기사님이 시동을 끄시네. 응? 배차간격이 16분이라 기다려야 한다고... 오 마이 갓! 다른 대안이 없어서 기다렸다. 그렇게 돌아돌아 지하철 역까지 나오고 다시 마을버스 하나를 환승하고 학교에 도착하니 5분 지각. 그리고 복도에서 교감샘 뙇! 마주침. 하아... 일진 사나와..ㅜ.ㅜ
5. 그래서 목요일 공개수업에 꼭 들어오시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 적중! 아무튼, 수업은 잘 마쳤다. 모둠수업 공개는 처음이어서 꽤 긴장됐는데 그래도 1학기에 마쳐서 다행다행...
6. 금요일인 어제는 가정통신문 기안을 올려야 했는데 프린터가 말썽. 교무실의 열대 컴퓨터가 모두 '오프'로 잡히는 게 아닌가. 성적표도 출력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모두들 비상비상. 알고 보니 랜선이 끊어져 있었다. 야영 준비로 우르르 몰려와 있던 학생들이 밟은 게 아닌가 추정. 하여간 모든 일은 꼭 바쁠 때 벌어진다는 것!
(마음의 평강이 찾아온 증거. 손톱도 다시 발랐다~)
7. 공개수업도 마쳤고, 학교 만족도 조사 통계도 다 내서 가정통신문도 만들었고, 대강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어제 오후, 그래서 오랜만에(그래봤자 16일 만)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 전에 밥부터 먹고... 7월 초 셤 기간 때 '바르다 김선생' 김밥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5인분 정도 규모는 배달 못해준다고 해서더 궁금했던 김밥집을 가기로 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렸는데, 내리고 보니 거기는 '고봉민 김밥'. 두정거장 먼저 내렸다. 마을버스 한 대 구간이라서 환승할 데도 없고, 어제는 또 제법 높은 굽...;;;; 비러머글!
8. 그래도 꿋꿋이 바르다 김선생 집을 찾아갔다. 못보던 메뉴가 있었다. 이름하여 튀김김밥. 무려 4500원. 오, 이거 끌리는데, 하며 시켰다.
그런데 저 지나치게 하얀 덩어리는 뭐지???
아, 오징어 튀김이었다. 새우튀김과 오징어 튀김이 함께 있었어.
나 오징어 못 먹는 사람. 난 무슨 짓을 한 것인가.ㅜ.ㅜ
고봉민 김밥에서 그냥 새우 김밥 먹을 것을....
9. 그래도 드디어 18일이 되었다. 지난달 메르스 때문에 한달 연기된 승환옹의 WET공연이 있는 날!
흠뻑 젖어주는 날이므로 갈아입을 옷까지 모두 탑재하고 홍대로 향했다.
비 소식을 모르고 출발한 게 흠이지만 비따우 문제되지 않아!
거의 끄트머리 입장이라 몸부림(스탠드)석과 몸사림(좌석)석의 경계에서 보았다. 그 바람에 뒤로 물러설 곳도 없는데 자꾸 밀려서 허리가 뒤로 꺾이고 발도 150도 각도로 잡고 봐야할 정도로 좁아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환장정신 문제 없었다. 무릎도 문제 없어!!
올해 승환옹의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는 통틀어서 세건 섭외됐다고 한다. 정부를 향해 쓴소리 쏟아내는 뮤지션에 대한 압박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만, 증명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지만 울 공장장님은 온갖 페스티벌을 섭렵하는 중! 다음 주는 성남으로 출동하겠어!!
10. 오늘 공연장에서, 지난 15년 동안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곡을 드디어 들었다. 한번도 불러주지 않아서 부를 마음이 없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막 눈물이 나지 뭔가.
거침없이 행하고 말해봐 (bring it on)
거릴낄게 없다고 내뱉어 (pray for me)
정의롭게 살라고 다그쳐 (freak me out)
흥치피체 비틀어 다시 봐 (hold it down)
그들만의 기득권을 가지기 위해
옳은 이를 오히려 적으로 몰아 세웠지
save your conscience
구겨지는 너를 욕해라
save your meance
빼앗아간 기회를 내 놔
다른 생각 말들을 보여줘 (bring it on)
어떻게든 꺾이지 말아 줘 (pray for me)
니 믿음에 용기를 더해 봐 (freak me out)
흥치피체 비틀어 다시 봐 (hold it down)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건 너
저주받은 종말의 주인공
적은 다시 적을 잉태하니 끝이 없는 증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건 너
저주 받은 종말의 주인공
적은 다시 적을 잉태하니 끊임없이 밀려드는 절망
끊어야 할 얽힌 욕망들 save your conscience
구겨지는 너를 욕해라 save your meance
빼앗아간 기회를 내 놔
2001년에 발표된 곡인데 어제 쓴 곡 같이 느껴져...;;;;;
월요일이면 방학이다. 아직 워크숍 진행이 남았고, 속아서(?) 하게 된 일직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분명히 온다. 교직 12년 차 동안 가장 바쁜 한학기였다. 2학기 업무도 아마 비슷하거나 더 많겠지만, 여하튼 급여 있는 방학을 보내는 것으로도 감사할 일. 그러니까 재충전하고 다시 힘을 내는 거다. 오늘 승환옹의 기운을 잔뜩 받았으니 문제 없다.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