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하트라는 만화가 있었다. 강경옥 샘의 작품이었는데 태어날 때 마녀에게 심장을 찔렸던가? 암튼 어느 공주가 심장이 너무 차가워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잃은 왕자(?)가 있었다. 입을 열면 기괴한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평소에 말을 하지 않지만 무심코 소리가 나오면 자기도 놀라서 입을 막는 그런 인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그러니까 따뜻한 심장과 제대로 된 목소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여정에서 만나 동행하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꽤 재밌게 읽었는데 연재를 얼마 하지도 못한 채 잡지 폐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다. 무려 91년 작품이니 제대로 기억이 안 나도 할 말은 있다. 가만, 91년이면 이 잡지가 르네상스인가? 거기까진 기억이 안 남...;;;;;
아무튼, 그 이야기가 왜 떠올랐냐 하면은... 지금 내 목소리가 그렇기 때문이다. 아아아, 입을 여는 순간 뱀과 전갈과 온갖 열대 곤충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괴한 목소리가 연출되고 있다. 모두 감기 때문이다. 2년 전처럼 후두염으로 번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내일 병원 가서 다시 물어봐야지. 가급적 목을 쓰지 말아야 호전이 되겠지만 생업이 있는지라 그게 되나. 마이크를 써보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가 보다. 슬퍼슬퍼...;;;;
오늘은 한달에 한 번 있는 학년별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각 학년별로 세 교실에서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해당 학년 교사가 모두 참관한다. 수업을 마치고 협의회까지 끝내고, 그리고 뒷풀이로 자비 회식을 하는 그런 날이다.
컨디션도 안 좋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패스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역사과 공개수업이었기 때문에 참석했다.
오.빠.닭에서 배불리 먹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1학년부 회식을 마친 부장님이 우리 자리로 합석을 했다. 이분께는 2차인 셈.
맥주를 연거푸 마시던 이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말씀 하셨다.
"눈이 참 착하게 생겼어. 눈이 예뻐"
여기까진 칭찬. 기분 좋게 들었는데 덧붙이는 한마디.
"근데 얼굴이 커."
헐!
지금 뭐하자는겨? 나하고 싸우자는겨??
"절 두번 죽이시네요!"
하니,
"사실이잖아!"
라고, 취중진담을 하신다. 하아... 술도 안 마셨는데 술맛 떨어져. 슬퍼, 아파...
어차피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는데, 미련 없이 일어나게 해주셨다. 부장님 나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