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는 수영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월요일에는 지난 주 금요일로 잡혀 있던 이승환 클럽공연의 티켓 예매가 있었다. 시간은 8시. 클럽공연은 입장인원이 500여 명 정도로 소규모이기 때문에 예매가 전쟁 수준이다. 작년에 있었던 수많은 클럽공연을 한 번 빼고는 모두 취소표를 잡아서 갔다. '무한 새로고침'의 힘으로! 이번 공연에는 무려 십수년 만에 부르는 '나의 영웅'이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 했다. 고로, 과감히 수영은 패쓰했다. 가서 샤워만 하고 잽싸게 돌아왔음ㅎㅎㅎ
2. 그러나 수요일도 갈 수 없었다. 수요일은 3월에 예정되어 있는 '진짜진짜' 공연 예매일이었다. 작년 연말 공연의 서울 앵콜 공연이다. 전국 투어를 마치고 서울에서 다시 '앵콜' 공연을 잡는 것도 거의십년 만인 것 같다.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그의 인기가 지난 가을 히든싱어3의 성공적 출연으로 인해 어느 정도 솟구친 영향이지 싶다. 잠실 실내 체육관이므로 표가 다 나갈 리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역시 과감히 수영을 제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을 같이 했던 직장 동료들을 꼬셔서 3월 공연을 같이 가기로 했다. 예매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ㅎㅎㅎ
3. 목요일에는 진주에서 올라온 뮤지컬 파트너와 함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혔다. 아니 무슨 회식을 당일에 통보해...;;;; 내 표는 12월에 예매했고, 내 동행은 무려 진주에서 올라오고 있는데.... 회식을 과감히(사실은 몹시 눈치 보며) 제꼈다. 공연은 잘 보고 돌아왔고, 금요일은 바로 월요일에 피튀기게 예매했던 바로 그 클럽 공연을 다녀왔다.
바로 요런 분위기! 다닥다닥 붙어서 공연을 봐야 하므로 앞쪽에 키큰 사람 있으면 대략 낭패. 이날은 이런 순간을 위해 장만해 둔 8cm굽의 운동화를 신고 갔다. 이 운동화는 거의 무기 수준으로 무거운데 엄지 발가락을 누르는 모양새로 잡혀 있어서 일년에 한 번 정도만 신는다. 여름 클럽공연은 광란의 물쇼가 진행되므로 아쿠아슈즈를 신고 갔는데, 이번엔 겨울이어서 모처럼 신고 간 것이었다. 퇴근해서 6시간 이상을 발가락을 누르는 신발을 신었더니 집에 와서는 발이 움푹 패여 다시는 올라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내님을 보고 오는데 그 정도 고통 쯤이야!!!
4. 토요일은 일정이 빡셌다. 먼저 오후 한시 반에 직장동료 결혼식이 있었다. 저녁에 돌잔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점심 뷔페는 가볍게만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아도 가볍게 먹어야만 했다. 너무, 너무 맛이 없었다.ㅠ.ㅠ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최대 두접시만 먹고 입을 닦았다.
5. 돌잔치는 7시였으므로 시간이 좀 남았다. 인사동 길을 쭈욱 걸어서 종로 지하상가를 구경했다. 지난 가을에 내가 샀던 치마가 50% 세일하는 것을 보고 살짝 안타까워하며 그 옆의 다른 세일 치마를 하나 장만했다. 난 투미 스타일 옷을 좋아함. ㅎㅎㅎ
먹은 것 소화시킬겸 서울 역사박물관까지 걸어가고 싶었지만!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친구의 생일이 이주 앞으로 다가와서 간 김에 선물을 줄 생각이었다. 아기를 위한 책 두 권과 일본에서 사온 우산 하나.
말라 있을 때는 평범한 우산인데 물에 닿으면 저렇게 꽃무늬가 드러난다. 물기 닦으면 다시 사라짐. 신기해라~
6. 서울 역사박물관에서는 '프라하-유럽 중앙의 요새'전을 보았다. 30분 내에 환승할 생각으로 후다닥 보느라고 집중하긴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눈도장 정도는 찍을 수 있었다.
7. 잔치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마두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눈 떠 보니 대화역. 아, 종점까지 가버렸네.ㅜ.ㅜ 다시 마두역으로 되돌아 갔다. 돌잔치 음식은 다행히! 맛있었다. 배가 그닥 고프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오랜만에 본 친구도 반가웠고 돌잔치도 잘 보고 왔는데, 돌잡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언제부터 그리 되었는지 돌잡이 상에 올려놓는 돈 대신 하객들에게 소위 '앵벌이'를 시키는 풍습이 생겨버렸다. 이번엔 신용카드까지 받는다며 카드 내라고 닥달하기도. 아, 이런 건 정말 없어졌으면. 나는 돌잔치도 솔직히 반갑지 않은 사람이지만, 자식 둔 부모들은 돌잔치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돌잡이는 좀 지양했으면! 예전에 내가 들었던 돌잡이 중에 과일을 놓은 어머니가 있었다. 사과는 사랑하며 살라고, 배는 베풀며 살라고, 감은 감사하며 살라고~ 예쁜 돌잡이여서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자기 아이 돌잔치를 그렇게 치르기도 하였다. 청진기나 펜 등은 식상하긴 해도 눈 찌푸리게는 않지만, 하객 앵벌이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8. 토요일을 빡세게 보냈으므로 일요일은 차분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할까 했지만, 알라딘 B님의 급한 연락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오, 무려 강하늘과 박정자 주연의 연극 '해롤드 앤 모드'였다. 집에서 쉬겠다는 결심 따위!!
19세 소년과 79세 할머니가 만나 80세 생일에 헤어지는 내용.
와, 강하늘 얼굴에서 광채가! 게다가 노래 부르는 장면까지도!
심봤다~
박정자 씨는 정말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셨고, 강하늘은, 뭐 미모가 곧 연기력이랄까. ㅎㅎㅎ B님 고마워요! 기대치 않은 멋진 연극이었어요.^0^
9.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는 다시 수영 가는 날. 지난 주에 일주일을 고스란히 빠졌으므로 열심히 운동할 생각으로 오리발 들고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면서 깨달았다.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걸...;;;;; 대략 난감이었다. 어쩌다였으면 그냥 샤워만 하고 집에 갔겠지만 연속 4회를 빠지는 일은 이제껏 없던 일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씻던 언니가 자기 수영복 하나 더 있다면서 탈의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내민 수영복은 아주 큰, 다 늘어진 수영복이었다. 찾아보니 본인 게 없어서 탈의실 담당 직원분께 얘기해서 얻어왔단다. 그러니까 후줄근해져서 (아마도) 버리고 갔을 그런 수영복이었다. 아는 사람 게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안 빌려왔을 테지만, 나 대신 빌려왔는데 거절하기도 민망하고, 그거 기다리다가 셔틀 버스도 놓치게 생겨서 그냥 입기로 했다. 입었는데, 입었는데... 너무 커... 게다가 대체로 라인이 커서 엉덩이 쪽이 특히 너덜너덜....
아, 정말 고문이었다. 한바퀴 돌고 오면 엉덩이 골에 수영복이 자꾸 끼어...ㅡ.ㅡ;;;; 그거 신경 쓰는 게 수영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나중엔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어제는 귀가길 걷지 못하고 버스 타고 돌아왔다. 힘들어...;;;;;;
10. 삽질의 연속 끝에 좋았던 것 한 가지! 오늘 점심 먹다가 미란다 커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음하하핫, 통상 네번째 들었다.
이제 올란도 블름 같은 미모의 남친을 만들어야 된다며 언니에게 자랑질을 했는데, 미란다 커가 턱이 각졌다며, 그래서 닮았단 소리를 들었을 거라는 반응이 되돌아 왔다. 헉, 그런 거야? 그런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