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폭설 때문에 수영장 셔틀 버스가 운행 중단되었다. 집에서 수영장을 가려면 버스를 한 번 타고 길을 건넌 다음, 좀처럼 오지 않는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을 간 뒤, 다시 내려서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한다. 눈길을 헤치고 갈 자신이 없어 과감히 수영 패쓰! 오리발 하는 날이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어쩌랴.


그리고 오늘, 기록적인 추위가 덮쳐왔다. 세상에, 위 아래 내복 다 갖춰입고 외출해본 것은 정말 20년 만의 일이었다. 위에만 여섯 겹을 입었는데 둔해서 움직이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그렇지만 나의 직장은 초초초 추운 곳. 대체 난방을 왜 제대로 안 하는 겨...ㅜ.ㅜ 모두들 개인용 난방 도구를 각자 알아서 장만하고 있다. 요새 대세는 뜨거운 물주머니다. 나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물주머니는 데워서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다시 무릎 담요를 덮어 온도를 지키고 있다. 


많이 추워서 몸이 움츠러드니 운동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만 월요일도 빠졌으니 오늘은 꼭 가리라 했다. 가서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 몸을 좀 녹이고 싶었다. 도착하기 전에 같이 탄 아줌마 한분이 오늘 버스카드랑 현금 모두 안 가져왔다고 집에 갈 때 대신 내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온탕의 온도는 적절히 뜨거워서 온몸이 노곤해지는 기분. 내가 타는 셔틀 버스는 항상 제일 마지막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나면 안에서는 체조하는 소리가 들린다. 온탕에 들어가는 것을 택한 나는 늘 체조 시간은 놓치고 만다. 


온탕에서 나오는데, 좀 많이 어지러웠다. 요새 자주 어지러워서 안 그래도 지난 주말에 피검사를 하고 온 뒤였다. 결과는 화요일에 나온다고 했는데 어제 약속이 있어서 못 갔고, 오늘은 식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닭강정 주문 기다리다가 시간을 많이 지체해서 병원에 못 들렀다. 내일도 약속이 있어서 검사 결과는 모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나는 좀 어지러웠는데 잠시 앉아 있어도 가라앉지를 않아서 찬물을 한컵 마셨다. 그리고도 상태가 안 좋았다. 이건 나만이 아는 신호인데, 이 정도로 좋아지지 않으면 여차하면 졸도 타이밍이 올 터였다.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그대로 암전.


눈을 떴을 때 상황 파악이 안 돼서 한참을 눈을 깜박였다. 나의 이 아크로바틱한 자세는 뭐지? 아, 또 넘어갔구나. 화장실 문에 머리 처박고 쓰러졌다. 이 화장실은 문고리가 나가 떨어진지 한참인데 좀처럼 고치질 않아서 짜증이 나던 터였다. 문이 안쪽으로 열려야 하는데 내가 넘어지면서 밖으로 밀친 셈이 되었고, 그 바람에 문이 콱! 박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문을 아무리 당겨도 열리지 않는다. 위 아래만 들뜰 뿐, 콱 박힌 가운데가 꼼짝을 안 한다. 위쪽 잡고 당기고, 아래쪽 잡고 당기고, 위에 잡고 발등으로 아래쪽을 동시에 당겨도 소용이 없다. 


콩콩콩콩 문을 두드렸다. 아무 소식이 없다.

쾅쾅쾅쾅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아무 소식이 없다.

아쒸,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무엇인가!

이번엔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저기요~ 누구 없어요오오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무려 20분 간.

하아, 나 화장실에 20분 간 갇혀 있었다.

짜증이 확 솟으면서 괴력 발산. 결국 내 힘으로 열고 나왔다. 문짝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시간은 이미 7시 30분. 화장실에 갇혀 있는 동안 처음에 머리가 멍해서 바로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비 내주기로 했던 아줌마는 어쩌란 말인가. 그분은 지금 수영하고 있는데....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는 아프고 팔다리는 후덜덜...

그런데 화장실 문 여느라 생쑈를 했더니 어느새 정신이 들고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서 남은 20분은 수영하고 왔다. ㅎㅎㅎ


집에 오니 며칠 전에 주문한 책장이 도착해 있다.

지난 달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에 무지하게 질렀던 책들 때문에 더 이상 수납이 안 되어서 지난 주말에 책장을 샀던 터였다. 

늘어져 있는 가구와 책들과 짐들... 아, 정신 사나와...


책정리하다가 다리가 후들거려서 잠시 앉았다. 

책상 뒤편으로 한줄만 깔았던 책들을 두줄로 덮을 생각에 선반을 받칠 벽돌을 열장 주문했다. 배송비 포함해서 9,900원.

열라 무거웠는데, 엄니가 벽돌을 왜 주문했냐고, 그거 철물점에서 개당 500원이면 산다고....

헐, 나 벽돌 세개 필요했는데 열 개 단위로 팔아서 열 개 주문했는데...ㅡ.ㅡ;;;;

철물점에서 벽돌 팔거란 상상을 해보지 못했으니 별 수 없지. 


목이 타서 발포 비타민 한잔 마셨다.

손발이 많이 찬데 한약이라도 한재 먹어야 하는 건가?

일단 병원 진료 결과 좀 보고 결정해야지. 

뭐라 해도, 어찌어찌 해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건강!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겨! 조심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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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12-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이제야 봤네요. 아이고..이런
이 추운데 어디 길에서라도 쓰러지면 어쩌냐구요..
아이고 정말..
정확한 병명이 미주신경성실신 입니까? 기립성 저혈압입니까?
뭐든 여튼 아이고 진짜 걱정되네요....

마노아 2014-12-18 23:54   좋아요 0 | URL
날씨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아요. 급격한 온도 변화가 혈압에 영향을 주니까요.
며칠 전에 의사가 혈압이 높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혈압 높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서 좀 놀랐어요.
사실 외가 쪽으로 혈압 가족력이 있거든요.
미주신경성실신과 기립성 저혈압이 증상이 같아요.
정확히 어느 쪽인지는 사실 저도 모른답니다.
아무튼 이번엔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 봐야겠어요.
걱정 끼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다락방 2014-12-1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일단 병원에서 결과 나오는 것 좀 보고 그 다음일을 결정해야겠네요. 간혹 이렇게 쓰러져 버리는 걸 얘기한거죠? 그래서 피검사 한거죠? 흐음. 마노아님의 에너지가 너무 엄한데로 다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벽돌을 열 장을 한꺼번에 산다던가 하는 일이요. 일단 결과 나오는 걸 지켜봅시다.

마노아 2014-12-18 23:55   좋아요 0 | URL
10월의 연구수업과 11월의 교원평가가 저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준 걸까요?
내일 결과 듣고 좀 더 자세히 물어봐야겠어요.
정 답이 없으면 신경과라도 가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넌더리가 나네요.ㅜ.ㅜ

섬사이 2014-12-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도 아가씨였을 때 그렇게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진 적이 몇 번 있어요. 깨어나면 쓰러지면서 부딪혔던 부분들 온통 멍들어 있고, 때론 사람들이 걱정스럽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둘러서서 보고 있어서 아픈 것보다는 창피하고 당황스러웠던 게 떠오르네요.
일단 병원 검사 결과 빨리 확인하고 체력관리 잘 하세요. 추운 겨울이라 더 걱정스러워요. 많이 먹고 기력충전 하시길... 아침식사 거르지 마시구요.

마노아 2014-12-18 23:57   좋아요 0 | URL
기력충전에 너무 힘을 쏟은 걸까요. 오늘 과식하고 소화가 더디 되어서 피곤한데 잠을 못 이루고 있네요. ^^;;;
그렇죠. 사람 많은 데서 쓰러지면 챙피한 게 아픈 것보다 더 우선할 데가 있죠. 네, 그런 경험도 있습니다.ㅜ.ㅜ
암튼, 최대한 조심조심하고 잘 알아봐야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섬사이님! ^^

2014-12-1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2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4-12-2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아프지 마세요 ㅠㅠ

마노아 2014-12-23 10:03   좋아요 0 | URL
네네,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쓰겠어요.(>_<)

오후즈음 2014-12-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쫌 어떠신지요...

마노아 2014-12-23 10:03   좋아요 0 | URL
검사 결과는 다 멀쩡하다고 나와서 다른 추가 검사를 예약해 두었어요. 1월 중순은 되어야 결과를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