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꼭 이 정도 시간 대였다.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정신이 혼미! 언니랑 먼저 통화를 했는데, 언니는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고 다시 전화준다며 바로 끊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 핸드폰으로 걸어보니 구급차 안의 소방대원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의식은 있는데 전화 받을 상황은 되지 않으니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머리에서 피가 난다고 했다.

 

한시간쯤 뒤에는 머리에서 피가 나서 다행이라고, 그 피가 안 났으면 어쩔 뻔 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되고 말았다. 몇 해 전에 엄마가 용종 수술을 받을 때에도 의사가 보호자 와서 설명 들으라고 해서 벌벌 떨었더랬다. 그때 아빠에 이어 엄마마저 돌아가시면 어쩌냐고 불안감이 치솟아서 병원 도착하기까지 마구 울었었다.

 

그렇게 사고 소식을 알고 엄마를 만나러 가기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생명에 지장 없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고, 엄마가 걱정되고 오만가지 생각에 울컥울컥 많이 울었다.

 

응급실로 가서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었는데도 안도감이 확 몰려왔다. 아, 살아있는 엄마를 만났다. 다행이다. 우리 엄마 살아 있다!

 

엄마는 마트에 가려고 막 집을 나온 상태였다. 전날 밤 열두 시에 큰 시스터가 반찬 좀 해달라고 전화가 왔단다. 겸사겸사 장보러 집을 나섰는데, 집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승용차가 와서 쳤다는 것이다. 엄마는 곧 정신을 잃었고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눈을 떴다고 했다. 사고를 낸 사람은 빨간불이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엄마는 파란 불에 건넜다고 하셨다. 좁은 길이었고 CCTV는 없다. 차에는 블랙박스도 없었다. 경찰이 왔고, 운전자에게 운전을 해보라고 했더니 후진을 못하더라고, 그 자리에 있었던 형부가 전해 왔다. 그 양반도 당황했으니 운전이 잘 안 됐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울 엄마 말을 믿는다.

 

사고 다음날 사고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지역 경찰서에서 붙인 것이다. 피해자 가족이 붙이는 건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근데 이틀 만에 사라졌다. 불법 부착으로 구에서 떼라고 한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아무튼. 검사 결과 어깨 날개뼈가 골절됐다. 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났는데 CT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전신 타박상으로 온몸에는 멍이 들어 있다. 골절 부위가 수술을 해도 잃는 게 더 많은 자리라며, 자연스럽게 붙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입원이 되지 않는다고 바로 퇴원하라고 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무언가 보이는 게 있다면서 다음날 이비인후과 진료, 그 다음날 정형외과 진료가 연달아 잡혔다. 바로 입원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다음날 같은 병원을 또 와야 해서 일단 집으로 갔다. 그게 문제였다.

 

엄마는 밤새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고 구토를 자주 하셨다. 결국 아침에 다시 응급실로 가야 했다. 원래 이비인후과 진료 예약은 오후 3시였지만...

 

CT로는 이상이 없지만 머리가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거라고 했다. 오래 갈 거라고도 했다. 결국 이날 이비인후과 진료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정형외과에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렇게 일주일 째 병원에 계신다.

 

처음에 비해서 많이 좋아지셨지만 여전히 누웠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호소하신다.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쪽 어깨를 다쳐서 거동도 불편하다.

 

가족들이 병원과 직장을 오고가면서 엄마를 돌보고 있다. 병원에서 내내 수발 들며 잠을 자는 게 아니니 지금의 피곤함은 사치스럽다. 다만 살림살이의 시행착오만 있을 뿐...;;;

 

사고가 났을 때, 둘째 언니라도 시집을 가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었고, 아무도 시집을 못 갔으면 엄마한테 참 불효였겠다 싶었다. 그리고, 엄마 없이 우리 자매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우려스러워 한숨 나왔다.

 

역시,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 있을 때 잘하자.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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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11-0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큰일 겪으셨네요... 그래도 그만하시길 다행... 정말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해요.
마노나님 글 읽으니 저도 반성이 많이 되네요...

마노아 2013-11-07 12:47   좋아요 0 | URL
우리가 알면서도 늘 못하는 게 그것 같아요. 우리 살아계실 때 효도해요.(>_<)

아무개 2013-11-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만하셔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서도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늘 걱정되니 흠...........

2.연대응급실도 매우 불친절합니다.
친절한 응급실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3.물론 아픈사람이 제일 힘들겠지만, 병간호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많이 힘듭니다.
마노아님 잘 챙겨드셔요!!!!

마노아 2013-11-07 12:49   좋아요 0 | URL
엄니가 답답하다고 요동을 치셔서 치료 끝나기 전에 퇴원하실까 걱정이에요.
20년 전에도 교통사고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 못해서 여태 고생하셨거든요.
이번엔 제대로 치료 받아야지요.

어휴, 응급실은 다 그런 걸까요? 워낙 정신 없는 곳이니 그렇겠지만, 환자측 입장이야 어디 그런가요.

처음엔 운동 빠졌는데, 이제 운동도 더 악착같이 다니고 그래요.
서로 체력을 비축해야 지치지 않고 버틸 것 같아요.
문득 허기짐을 느껴서 지금 간식 중입니다.ㅎㅎㅎ

BRINY 2013-11-0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마노아님도 건강 챙기세요...(저희 엄마도 한때 매해 입원을 하셨었는데, 그때 동생과 교대하고 집에 돌아와 빨래를 개키면서 졸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마노아 2013-11-07 12:50   좋아요 0 | URL
집안일 다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면 12시인데, 그때부터 한시까지 이것저것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거든요.
그때 꾸벅꾸벅 제가 졸고 있더라구요. ;;;;;
아들도 아들 나름! 딸도 딸 나름이라는 걸 이 와중에도 느꼈어요.
어휴...;;;;;

다락방 2013-11-0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2

병간호, 정말 힘든데 마노아님이 고생이 많네요.
물론 입원해계신 어머님도 고생이시고요.
아무쪼록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3-11-07 12:50   좋아요 0 | URL
으쌰으쌰 힘내서 지내려고 해요.
요새는 엄마랑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병원에 가요.
언니들보다 내가 가는 걸 더 편해하는 것 같아요.
제 기분이지만요.^^;;;;

무스탕 2013-11-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3

읽으면서 울 엄니 수술하셨던거 생각나서 속상했어요.
어머니 무사히 완쾌되실테니 걱정 접으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실수 있도록 병원에서 드시라는거 다 드시고 하라는 치료 다 하시고 그러셔야해요.
마노아님도 본인 몸 잘 챙기시구요.
병원 생활은 환자도 힘들지만 보호자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마노아 2013-11-07 12:52   좋아요 0 | URL
감정이입되지요? 어제 이 글 쓰는데도 막 눈물나더라구요.
일주일 전에 놀랐던 것, 무서웠던 것 되살아나서요.
오늘 문득, 미국처럼 18세 되면 자식이 독립하는 나라에서도 부모 자식간에 이렇게 끈끈할까, 아님 이게 유난히 한국적 혹은 동양적 정서일까... 이런 게 궁금해졌어요.
2013년 한해의 마무리 모토는 '건강'으로 새겨야겠습니다. 무스탕님 고마워요!

수퍼남매맘 2013-11-0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쪽이라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후회 없이 어머니 잘 간호해 주시길....
마노아님 건강도 챙기시고요.

마노아 2013-11-07 12:53   좋아요 0 | URL
밤새 구토하셔서 굉장히 놀랐어요. 머리 쪽에 탈나면 어쩌나 우려했는데, 기록 상으로는 괜찮다고 하네요.
예, 후회가 남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머리를 감겨 드리려구요.
샴푸랑 린스랑 수건이랑 챙겼어요.
수퍼남매맘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3-11-0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이런 이런~~~ 많이 놀랐겠어요.
그래도 그만 하길 다행이고요.
머리를 다쳤는데 그날 밤은 병원에서 지켜보고 있어야지 퇴원을 시켰다니.... ㅠ
간호하면서 끈끈한 정도 나누시고 맛난 것도 드시어요.
이런 얘기 들으면 정말 건강이 제일 소중한 거 같아요.
힘내셔요~ 아자아자!!

마노아 2013-11-07 21:02   좋아요 0 | URL
응급실이 그런가 봐요. 아무리 상태가 안 좋아도 수술 환자 아니면 입원 안 된다고...ㅜ.ㅜ
머리는 괜찮았는데 이비인후과 진료 결과 혹이 있어서 조만간 이쪽 관련 수술 받으셔야 해요.
일단 월요일에 재촬영 일정 잡혀 있어서 다시 고대 병원으로 가게 생겼어요.
오늘은 엄마 머리 감겨 드리고 씻겨 드리고 왔어요.
머리 감으니까 살 것 같다고 하시네요.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건강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