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에는 오전 예배를 마치고 난 직후부터 내내 이삿짐을 날랐다. 포장 이사가 아니라 짐만 옮기는 것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책장을 옮겼고, 그 다음에 책을 옮겼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나왔다. 조카가 이제 11세인데 이 정도 규모라니, 입이 쩍 벌어졌다. 포장이사를 해야 했던 것일까...;;;;
한참 짐을 나르다가 우산 하나 들고 뛰쳐나갔다. 홍대입구로. V홀에서 이승환 돌발 콘서트가 있었다. 예매전쟁에서 탈락한 나는 이삿짐이나 날라야 하나보다 여겼는데, 추가 예매 때도 실패했던 것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표를 구했다. 하여 부랴부랴 달려나갔는데, 일단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탔고..ㅜ.ㅜ 홈페이지에서 5번 출구라는 것을 확인하고 갔건만 내가 나간 방향에는 5번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런데 그쪽에도 5번 출구는 없었다. 게다가 옆 출구로도 나갈 수 없게 막혀 있었다. 해서 지상으로 올라갔다. 횡단보도를 두번 건너고 처음 내가 내렸던 부근의 출구까지 왔건만 5번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한바퀴를 돌았던 나는 잠시 공황상태. 해서 다시 지하도로 내려갔다. 지하에서 찾아야 보일 것 같아서. 나가 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5번 출구가 9번 출구로 바뀌었다고. 제길!
2. 아주 극적으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데이 브레이크, 랄라스윗, 공연 중간에 피아가 게스트로 나왔고 나머지는 온전히 공장장님과 우리들만의 시간. 돌콘은 갑작스럽게 예매를 알리고, 갑작스럽게 공연을 해버리는, 홍대의 작은 클럽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이벤트 같은 공연이다. 빠들이 주로 모이는 공연으로 여겨 비교적 덜 알려진 '레어 곡'들로 채워지는 완소 공연이다. 아, 가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곡들을 두시간 조금 넘게 들었다. 행복했다. 종일 짐을 날라서 팔다리가 후달거렸지만, 그쯤이야 뭐가 문제랴.
공장장님은 중대발표 두가지를 했다. 드림팩토리의 행보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직 기사화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언제나 내겐 최고인 공장장님이 더더더 좋아지고 자랑스러워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다 잘 되기를, 그래서 작은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3. 공연 덕분에 삘 충만해진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뒤늦게 인터넷을 조금 뒤적이고 있었는데 문자 한통을 발견했다. 11시 11분에 도착했던 문자를 새벽 1시 경에 확인했는데 다음날(월요일) 회의가 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지난 주 월요일에 교장샘이 매주 회의가 있다고 해서 각오는 했지만, 금요일에 아무 얘기가 없어서 살았다! 하고 여기던 참이었다. 심난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4. 더 큰 심난함은 학교에서 벌어졌다. 난 지난 주보다도 더 일찍 도착했다. 내가 지하철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10분. 내가 집에서 몇시에 출발했는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학교는 코앞이었지만 지하철 역에서 오들오들 떨며 10분 더 버티고 학교로 갔다. 때마침 들어서던 교감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난 부장 한 사람만 오라고 했는데 왜 다들 왔어?"
아아아, 대재앙!! 우리 모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건 당연지사! (참고로, 교감샘은 교장샘 아들..;;;;;)
5. 원래 나의 계획은 회의 끝나고 한정거장 밑에 있는 극장에 가서 영화 타이타닉 3D를 보고 점심을 먹고,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출근을 하는 거였다. 머릿속이 하얘졌던 그때가 7시 20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집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때 평소 비슷한 방향에 살아서 집 근처에 나를 떨궈주었던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가시겠다며 태워주시겠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편히 가자~ 하는 마음으로 탑승! 나한테 옮았나.... 운전하시던 선생님이 길을 잘못 들어서 유턴...;;;; 그런데 평소와 가는 길이 달랐다. 우리 집 쪽을 먼저 지나치는 줄 알았는데 의정부 끼고 바깥으로 돌아가는 길이어서 샘 집쪽이 먼저 나온 것이다. 거기가 마들 역이었다. 아주 애매한 위치.
6. 그래서 나는 7호선을 타고 한정거장만 더 가서 노원역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에서 조조 영화 한편 보고 집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났는데 그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는 억울해서. 그런데 노원역에서 내려보니 롯데백화점이 휴무일이다. 그리고 극장으로 들어가는 출구를 못 찾았다. 너무 일러서 극장이 아직 안 열었나? 그래서 나는 미아cgv에서 영화를 보면 되겠거니 하고 버스를 타기로 결심했다. 좀전에 지하철에서 내렸으니까 다시 타면 1,050원이 또 부과되니까 버스를 타기로 한 것이다. 근데, 이곳은 사거리. 심각한 길치에 방향치인 나는 어디서 타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뱅글뱅클 헤매던 나는 그냥 아무 버스나 타기로 했다. 어떤 버스든 몇 정거장 내에 지하철 역에 닿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게 함정이었다.
7. 하필 내가 탄 버스는 우이동을 끼고 아~~~~주 멀리 돌아가는 버스였다. 중간에 한 번 내려서 갈아탔음에도 수유역까지 가는데 이미 한시간을 써버렸다. 세상에... 노원역에서 수유역까지 달랑 세정거장인데....ㅜ.ㅜ 아무튼 오기가 나서 미아 cgv를 찾아갔는데 그 사이 조조 영화는 모두 시작해 버렸고, 남은 영화는 내가 이미 본 영화, 보고 싶은 영화는 두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영화라는 것... 아아아... 도저히 못 참아. 해서 나는 성신 cgv까지 갔다. 그러나 여기도 미아점과 사정은 똑같았다. 이미 5번 환승도 다 써버렸고, 나는 지쳤고, 그리고 화가 났다. 내가 지금 길에서 뭐하고 있는 것인가. 해서 집으로 향하는 길을 터덜터덜 걷다가, 마지막으로 내가 아끼는 우리 동네 지역 도서관에 들러보았다. 성신점에서 2정거장 거리에 있다. 다행히! 여기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조조로 있었다. 바로 헝거게임!
다행히 영화는 재밌었다. 4부작이라고 하길래 반지의 제왕처럼 끝부분이 다음으로 이어질 거라 여겼는데, 그 자체로 완결이 되었다. 원작 소설도 제법 궁금해졌는데 책이 무려 세권이다. 음... 권수가 많이서 좀 고민이 된다. 좀 더 고민해 보고 읽을지 말지를 정해야지. 극장이 아날로그 상영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막에 띄어쓰기가 거의 되어있질 않았다. 그래도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 없는 훌륭한 우리 한글!
암튼,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니 오후 1시가 조금 못 되었다. 배가 고파서 카레 우동에 돈까스가 얹어진... 이름이 뭐지? 암튼 그런 메뉴를 먹었다. 지금 학교로 다시 출발하면 출근 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다. 그건 또 억울했다. 오늘 내가 하루를 몇 시에 시작했던가! 해서 대학로 연극센터에 들러서 잠시 놀다가 가야지~ 하며 혜화역으로 갔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이라고....;;;
8. 지친 몸을 지하철에 태우고 이동을 하는데, 옆에 털썩 앉으신 분이 알라딘 상자를 갖고 계셨다. 아주 컸다. 흘깃 보니 택배 기사님이시다. 저것 하나만 배달을 하시다니, 당일 배송 중에서도 뭔가 사연이 있는 주문일까? 궁금했지만 사정은 알 수 없는 노릇!!
9. 긴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보니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층 공사하면서 하수도 공사까지 커져서 욕실과 화장실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미쳐버릴 것 같아!!!! 겨우겨우 씻고 일어난 오늘 아침, 언니네 집으로 가서 기본 욕구를 해결했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서 깜놀했던 것과, 머리 감는데 찬물이 나와서 깜놀한 것은 애교라고 생각하자.
10. 어제 학교에 mp3 플레이어를 두고 와서ㅡ.ㅜ 오늘은 출근할 때 아이패드2를 들고 갔다. 중간에 3시 경에 중요한 예매가 있어서 지하철 와이파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거 사두고서 내내 바빠서 거의 써보질 못했는데, 지하철에서 꺼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되질 않았다. 올레 와이파이랑 SKT모두 따로 뭘 구입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 바람에 예매시점을 놓쳤다. 출근해서 접속해 보니 이미 좌석이 다 나가버렸어...ㅜ.ㅜ 내일 모레 취소표를 줍기 위해 인터파크 주변을 어슬렁거려야 한다. 하아... 나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