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품절남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상봉역에서 한 시간 이상 경춘선을 타야 했는데, 우리 집에선 상봉역도 멀다는 것! 버스를 타고서 6호선 라인까지 가려고 했는데 지나치게 차가 밀렸다. 기사님께 사정사정해서 중간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탔다. 4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상봉역에 도착하니 춘천행 열차가 이미 와 있었다. 부랴부랴 올랐는데 10분 이상 대기했다가 출발했다. 어찌나 콩나물 시루던지.... 모두들 단풍 구경 가시는지, 장구경 가시는지... 아무튼,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까지 펴고 커다란 등산가방까지 차지한 인사들.. 참 얄밉더라. 양옆으로 그런 사람 열두 명! 밉다...
2. 우리가 탄 열차는 급행이었다. 친구와 나는 같은 열차를 탔지만 나는 4-4칸, 친구는 5-4칸. 무슨 견우 직녀도 아닌데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린 한 열차 안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가 없어 들고 간 책도 읽을 수 없고, 이어폰도 꽂을 수 없고, 더웠지만 옷을 벗을 수도 없었다. 하긴, 가디건은 가방 안에 있었으니 더 이상 벗을 옷도 없었구나. 고치자. 땀을 닦을 수도 없었다...;;; 우리의 도착지는 백양리 역이었는데, 가평 다음에 강촌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닌가. 사실 급행과 완행이 있는 줄도 몰랐던 우리였다. 순식간에 내릴 곳을 지나쳐서 황망한 마음으로 강촌에서 내려서 되돌아갈 열차를 기다렸다. 30분 뒤에 온다. 하아.. 결혼식 시작하고 도착하게 생겼다.
3. 우여곡절 끝에 백양리 역에 도착했다. 청첩장에는 5분 거리라고 적혀 있다. 셔틀은 보이지 않고, 우린 걷기로 했다. 길은 참 예뻤다. 그치만... 5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15분이 지나고, 한 20분 쯤 걸어서 도착했나보다. 구두 얘기, 내가 했던가? 신기로 결정한 구두가 언젠가 말했던 헐떡이는 구두였다. 전날 일부러 출근할 때 신고 나가서 수선집에 맡겼다. 뒷축에 갑보를 대고, 발바닥에는 깔창을 깔았다. 그래도 컸지만 전처럼 벗겨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신었는데 아침에 버스에서 내릴 때 보니 구두 장식이 떨어져서 덜렁거린다. 그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깔창을 깔았던 터라 바닥이 높아져서 발바닥이 배긴다. 물집이 잡혔다. 두시간 동안 내내 서 있어서 발가락에 마비가 왔다. 그리고 다시 하염없이 걷고 있다. 하아... 힘들군하! 도착하니 신랑신부가 하객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정말 끝날 때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어쩜 좋아...;;;;
4. 신랑과 신부의 오글거리면서 사랑스러운 사진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예쁘군하! 부럽군하!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023/pimg_787603133706300.jpg)
두분, 결혼 축하해요! 지구를 구하고 심지어 우주까지 구한 커플이니 환상의 조합입니다.^^
5. 언제 봤는지 잊었지만, 분명히 앉아서 무려 50분이나 졸고 나왔던 영화, 킬러 엘리트!
그 영화를 예매할 때 응모했던 게 당첨이 되어서 선물이 왔다. 맥스무비를 이용한 지 수년이지만, 응모권이 당첨된 것은 처음이었다. 오, 놀라워라! 게다가 그렇게 졸고 나온 영화에서 이런 행운이!!!
경품은 아이리버 mp3인데 용량은 4기가에 불과하다. 그래도 공짜인데 뭐 어떠랴! 추가로 하코야 생라멘 무료초대권 5장이 들어 있었다. 어제 광화문 점에서 먹어봤는데 우리가 고른 라멘은 지나치게 짰다. 라멘보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맥주였다. 품절남을 보내는데 송별의 건배를 해야지. 맥주가 시원하면서 썼다. 크흑!
6. 얼마 전에 쿠팡에서 아이라이너를 70% 할인된 가격에 샀다.
9.000원짜리 아이라이너를 2700원에 팔았는데 15,000원 이상이면 무료배송이었다. 저렇게 고르고 16200원을 지불했다.
어제 처음으로 앤틱브라운을 써보았고, 오늘은 배드로망스(바이올렛)를 써봤다. 모스 그린이 신비로워 보여 어제 화장 지우기 전에 한 번 써봤는데 심이 뚝! 부러졌다. 근데 아이라이너 뒤꼭지를 돌려도 심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돌리는 제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재질이 플라스틱처럼 보여서 깎을 수도 없고 난감했다. 언니한테 물어보니 혹시 심이 그만큼이 다가 아니냐고, 그래서 싼 것 아니냐고 한다. 아뿔싸! 그런 건가? 나 또 삽질한겨? 충격이 도도히 밀려왔다. 아, 저렇게 많이 샀는데 이 무슨....ㅜ.ㅜ
그런데 샤프너가 떠올랐다. 같이 사면 200원만 추가하면 되어서 한 자루만 샤프너 포함된 것으로 골랐는데 혹시나 하고 저기에 넣고 돌려보니 플라스틱 재질처럼 보이던 아이라이너가 깎인다. 음하하하핫, 잘못 산 게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삽질의 재삽질을 했더니 원위치 되었네. 휴우....;;;;
7. 갑작스럽게 살을 뺐으니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눈가에 주름이 생겨서 아이크림을 하나 장만했고, 손톱이 다 부서지고 있는 중인지라 매니큐어로 열심히 감추는 중이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변비인데, 원래 철분약을 먹을 때 변비약이 포함되어 나오지만 그걸로는 당최 화장실 가기가 힘들었다. 매일매일 쾌변을 달고 살던 와중에 복용 약을 바꿨다. 병원에 갈 짬이 안 나서 엄니가 대신 약을 지어 오셨는데, 그 약이 독하다더니 정말 뱃 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이다. 내 장이 이렇게 예민한 녀석이 아닌데 요 며칠 무척 고생했다. 그런데 오늘, 엄니가 고백하신다. 철분약 들어있는 봉지에 변비약이 이미 들어가 있고, 따로 통에 들어있는 변비약은 비상용이란다. 그러니까 엄니가 얘기하는 걸 깜박하시는 바람에 나는 안 그래도 독해진 약을 하루에 두 알씩이나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그럼 그렇지.... 엄니 너무 하셨소!!!
8. 어제 춘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된다면 간송미술관에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6시까지밖에 하질 않으니 애초에 갈 수가 없었던 여정이었다. 어차피 평일에 가지 못하니 다음주 마지막 날보다는 오늘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일단 전화로 문의를 했다. 지금 사람 많냐고 하니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하아, 그래도 가자!
버스에서 내렸을 때가 3시 10분이 좀 안 되었을 때인데 정류장 아래쪽까지 줄이 서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뒷줄의 대학생들이 너무 떠들어서 몰입이 힘들었지만, 꿋꿋이 참으며 책을 다 읽었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55/0/coveroff/8974562715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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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이 청소년판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내가 구입한 책은 청소년 판이었다. 아쉬움이 컸는데, 아마 오리지널로 읽었으면 그 빈 자리를 채워주지 않았을까 싶어 또 아쉬웠다. '흑산'을 주문해 놓았기에 미리 읽어보고 싶어 고른 책이었다. 흑산은 오늘 편의점에서 찾아왔다. 표지는 바뀔 예정이라기에 임시 표지일 줄 알았는데 저 그림이 표지가 맞다. 하아... 임시로 걸었던 김훈 사진이 더 낫다. 아무리 '흑산'이라지만 너무 성의없어 보이지 않는가...ㅠ.ㅠ
기다리고 기다려서 한 시간이 지나니 정문이 보인다. 정문에서 현관까지 들어가는데 다시 40분이 걸렸다. 1시간 40분을 기다리고 전시된 그림을 다 보는 데는 30분이 걸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이상 보기도 힘들었다. 다 보고 나오니 입장할 때보다 더 큰 쾌감이 밀려왔다. 공기가 달라!
유명한 그림들도 많았고, 처음 접하는 그림들도 많았다. 모두 눈을 호강시켜주는 그림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남았던 그림은 김득신의 '춘산귀우'였다. 이미지를 못 찾아서 올리지를 못하겠다. 아쉽다.
신윤복의 화첩은 김홍도의 화첩보다 크기가 커서 보기가 좋았지만 사람이 많아서 감상이 녹록치 않았다.
장승업의 그림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무척 또렷했다. 굵직한 것이 남성적인 선을 자랑했다. 여지 없이 최민식의 취화선이 떠올랐다.
미처 알지 못한 김홍도 그림도 꽤 많았다. 이 사람은 정말 다양한 그림들을 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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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product/32/53/coveroff/893781059x_1.jpg)
9. 전시장을 나오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피곤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엄니는 올 때 야채죽을 부탁하셨다. 언니는 원래 내가 외출하면 올 때 맛난 것 사오라고 수시로 전화하고 문자를 한다. 오늘도 그랬다. 엄니의 죽을 사고, 그 옆에 아딸이 있길래 떡볶이 2인분과 순대와 튀김을 샀다. 집에 와보니 두 사람은 이미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한다. 죽은 밤참용이었다고... 하아... 저녁 먹었다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지나치게 많이 사서 남았지 않소. 게다가 호떡에 호빵까지 간식도 있구만, 버럭버럭!!!
10. 그래도 한 주일을 새로 시작하는데 마무리는 아름답게 가야지. 어제 춘천가는 길은 정말 고되었지만, 뜻하지 않게 눈이 호강하는 길목이었다. 단풍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아, 곱구나, 고와!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를 주워서 책에 꽂았다. 아직 덜 말랐지만 좀 더 납작하게 마르면 더 운치있을 것 같다.
진정 가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