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목요일에는 친구와 뮤크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보고 왔다. 친구가 표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는데 자신은 이미 보고 왔으니 다녀오라고 연락이 왔던 것이다. 청담동에 있다는 공연장을 찾아가기까지, 비오는 날 버스 두 번에 지하철 두 번 타고 갔는데, 알고 보니 한 정거장 위에 우리집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털썩...
역삼동에 갔을 때랑 성남 아트홀 갔을 때도 느낀 건데, 왜 그리 밥 먹을 만한 데가 없는 것인지... 결국 김밥천국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 주에만 저녁을 김밥으로 세 번을 때운 것 같다. 휴...;;;
공연은 무척 재밌었다. 오페라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확실히 뮤지컬적 요소를 많이 넣으니까 보다 집중이 잘 됐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꽤 유치할 법한 부분들이 아이들한테는 빵빵 터지는 게 오히려 더 재밌었다.
다만 내용이 돈있고 지위있고 빽있는 놈이 제일 좋게 매듭짖는다는 게 다소 불편했다. 흥!
2. 그래도 특별한 행운이 있었던 것은 공연 시작 전 추첨에 당첨되어서 '무코타 크리닉' 상품권을 받았다는 것이다. 뭔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헤어 영양... 뭐 그런 건가 보다.(대충 검색해 보니....) 근데 이런 건 머리카락이 긴 사람이 해야 하지 않나? 내 머리는 짧은데...
3.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다. 탄수화물을 많이 제한했더니 근육이 먼저 빠진 건지 근력이 부족해서 계단을 올라가면 지나치게 힘들다. 수영 시작 전에 체조하고서 마지막에 팔벌려 뛰기 10회하면 죽도록 힘들다. 민망하다. 며칠 전에 만난 친구는 에어로빅을 새벽에 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다시 가서 한 번 더 한다고 한다. 대패 삼겹살과 닭가슴살로 연명 중이라던데 확실히 운동으로 뺀 친구는 훨씬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난 지금 하는 수영도 아주 벅차 하고 있음...;;; 오늘 뉴스에 소말리아 어린이들이 많이 굶고 있다고 해서 살 뺀다고 적게 먹는 게 무척 부끄러웠지만, 도로 살을 찌울 수는 없는 노릇!ㅜ_ㅜ
4. 6월 초에 만화가 김지은 샘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거의 한 달 뒤 만화가 권교정 샘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 중이시다. 체중이 40kg도 아니 나간다고 하시니 거의 피골이 상접한 상태... 원래도 마른 분이셨는데 수술 후 더 체력에 부치실 듯... 부디 이겨내시고 건강히 돌아오시기를... 그때까지는 작품 재촉 안 할게요....ㅜ.ㅜ
5. 한 동안 드라마 카이스트를 무척 열심히 보았다. 총 81회였던가? 암튼 꽤 긴 드라마였는데, 66회던가... 그쯤까진 송지나 작가와 다른 작가들이 같이 대본을 썼고, 그 이후로는 동료 작가들이 썼는데, 송작가가 빠진 티가 확 나는 게 지나치게 재미가 없었다. 재미만 없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완전 산으로 갔다. 게다가 배우들도 어찌나 연기를 못하던지... 완전 처음 보는 배우들은 그 후로도 보지 못한 게 설마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드라마였을까? (ㅡㅡ;;;)
이 드라마는 10년도 더 전에 방영된 작품인데 당시 우리집에서는 sbs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보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열광했을 것 같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인물들이 그때는 이름도 없이 '박사1' 이런 식으로 출연했다는 것도 신선한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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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을 주인공으로 했던 '엑스트라' 편의 시가 유독 인상적이었다.
명환 詩
나는 모른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떤 길인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있었는지.
바람이 불고 묵은 잎사귀 하나씩 떨쳐내며
나무들 맨 몸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모른다. 나무가 언제부터 맨 몸이었는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언제부터 저 자리를 지켜왔는지.
다만, 바람은 쉬지 않으며
나무의 맨 몸은 뿌리가 되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걷고 있을 뿐.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
약혼녀가 박사과정 연구원인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곁을 떠나버린 힘든 시기에, 후배들이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때 대학 새내기 시절 명환이 지었던 시를 경진이 패러디(?)해서 되돌려 주는데 그 내용이 사뭇 진지하다.
경진 詩
나는 안다.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서있었는지.
바람이 불고 묵은 잎사귀 하나씩 떨쳐내며
나무들 맨 몸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안다. 나무가 언제부터 맨몸이었는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언제부터 저 자리를 지켜왔는지.
나는 지금 그저 걷고 있을 뿐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나 나는 안다.
언젠가 나는 뿌리가 될 것이다.
언젠가 나는 나무가 될 것이다.
그 때에 그대들은 내 그늘 아래 와서 쉬어라.
내 넓고 풍성한 그늘 아래서.
그리고 1시즌 마지막 회에서 우주의 지배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경진의 독백도 참 뭉클했다.
내고향별 친구들에게 보내는 458번째 메세지.
오늘도 지구인들은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음.
거기서 보면 이 지구는 너무나 작고.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먼지같이 꼬물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러나 이들은 굉장히 무서운 무기를 갖고 있음.
그 무기의 이름은 바로 꿈이라고 함.
특별한 에너지가 없어도 가동되고, 반영구적이며
고장이 나도 자체 복구가 되는 이 무기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
지구인들에게 이 무기가 존재 하는 한
우주정복이라는 거대한 목표가 지구인들에 의해서
먼저 실현되어 버릴지도 모름.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사랑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함.
고향별 친구들이여. 지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으면 멀리서
보고서만 기다리지 마시라.
지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뿐임.
그대들이 직접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볼 것.
이상. 앞으로 지구인이 되기로 결심한 민경진이
고향별에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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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뮤지컬 스타가 된 정성화의 오버 액션 연기도 재밌었다. 다만 이은주는 시종일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사 중에 민경진(강성연)이 넌 시집 잘 가서 아이 낳고 잘 살거라는 말도 나왔고, 너 이렇게 피곤하게 살면 마흔도 못 되어서 죽을 거란 얘기도 나왔다. 다만 캐릭터에 의한 대사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지 못하고, 또 그렇게 죽어간 그녀가 생각나 안타까웠다. 노래도 잘 하고 당구도 잘 치고 피아노도 잘 쳤던, 그래서 그 많은 재주를 모두 드라마에 녹여냈던 그녀였는데, 젊은 목숨이 참 서럽다.
6. 지난 달에 예술의 전당 다녀오면서 게시판에서 보고는 반가워서 와락 소리를 지를 뻔했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 올해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올해는 캐스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일단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그대로일 테지만, 주연 무휼 역을 고영빈이 할지, 새로운 대무신왕이 탄생할지 흥미롭다. 이전 멤버여도 좋고, 새 얼굴이어도 반가울 것 같다. 고영빈처럼 탄탄한 몸매만 받쳐준다면(응?)... 어차피 무휼은 노래도 두 갠가 밖에 없으니까...^^;;;
그나저나 바람의 나라는 언제 완결이 되려는지 걱정스럽다.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스페셜 에디션 판도 2권 나오고서 깜깜무소식... 딱히 선생님 건강이 이상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만화의 완결도 궁금하지만 소설 바람의 나라 후속편을 보고 싶다. 소설가가 되었어도 먹혔을 것 같은 흡인력 있는 문체였었다. 바람의 나라가 너무 강렬해서 김진 샘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묻히는 것 같기도...
소문만 듣고 보지는 못한 1815가 참 보고 싶다. 당최 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ㅜ.ㅜ
7. 지난 주였는지 지지난 주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다가 가수 '영지'를 보고 깜딱 놀랐다. 졸면서 보던 나는 순간적으로 엘신님이 출연한 줄 알았던 것이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헤어 스타일과 얼굴 등이 아주 비슷하게 보였다. 잠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었달까. 그녀가 불렀던 '나 여기 있어요'가 참 좋아서 오래오래 듣고 있는 중이다. 임재범의 '비상'도 아주 좋았지만, 처음 들어본 이 노래가 더 귀에 감겼다.
그런데 더 찾아봤지만 이 노래처럼 좋은 노래가 더 없었던 게 상당히 아쉬움...
8. 언니가 독립했다. 6월에 자기 차례보다 한 달 일찍 곗돈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순식간에 독립을 결행했다. 수원에서 오피스텔 세 군데를 돌아보고는 세번째 집을 계약했다. 일하고 있던 사무실 짐을 일단 집으로 옮기고, 집에서 다시 수원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골랐다. 용달 부르자고 했는데 가져갈 게 많지 않다고 그냥 자기 차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결국 그 바람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말았다. 언니 사무실은 3층이었고 우리집은 2층. 팔 벌려 뛰기 10회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던 내가 지난 열흘 간은 날마다 짐 나르느라 무척 땀을 뺐다. 게 중 절반은 비 맞으면서 짐을 날라서 더 고단... 지금도 온 몸이 멍 투성이다. 이사는 수요일에 언니랑 나랑 둘이서 마쳤고, 오늘은 엄마랑 둘째 언니가 다녀왔다. 짐이 조금 더 남긴 했지만 대부분은 옮겼고, 나머지는 배송 중이다. 언니가 집을 나가니 집안이 조용하다.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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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독립 만세다!
9. 언니는 사무실에서도 거의 다 버리고 갈 태세였는데, 내가 가서 꽤 건져왔다. 5층 서랍장 세 개 중 하나는 아예 서랍이 하나도 없었지만 세 개 모두 가져와서 책장 받침으로 썼다. 서랍이 없는 칸은 커다란 도판의 책들을 넣고 쟁여둔 나무 판자 중 적당한 것을 골라서 지지대로 삼아 그 위에는 앨범을 놓았다. 안성맞춤이다. 또 책상 위 어지럽던 책장들을 정리했다. 원래 계산은 종류별 작가별로 잘 정리하고 싶었지만, 지난 토요일에 12시간을 내리 서서 일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아서 나중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일단 꽂고 보았다. 일요일도 8시간을 내리 서서 일하니 도저히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서 마지막 한 칸을 아직 정리 못했지만, 그런대로 꽤 깨끗해지고 방도 넓어져서 흡족하다. 그렇게 무리해서 일을 했더니 일어날 때는 목도 안 돌아가고 너무 피곤해서 새벽 5시가 되도록 잠도 안 오고 그랬지만, 그게 다 뭐가 대순가.
언니가 독립을 했는데!!
10. 책 정리를 하면서 공간이 남을 줄 알고 야곱에게 보냈던 책들을 택배로 일부 돌려받았다. 그런데 아뿔싸! 남는 칸이 없다. 결국 급한대로 공간박스를 주문했다.
아마 내일쯤 도착할 것이다. 이번에 돌려받은 책은 모조리 만화책이어서 전부 만화책만 꽂을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은 고대하던 '세븐시즈' 18권이 나온다. 원래 6월초 출간 예정으로 잡혀 있던 책인데 어떤 이유인지 두 달 가까이 연기되었다. 뭐, 19권은 덕분에 빨리 나오겠지....(아닌가??)
어제 주문한 비밀 9는 오늘 도착할 것이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