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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 ㅣ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평점 :
고녀석 맛있겠다!로 알게 된 미야니시 타츠야. 이후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에서도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크림, 너라면 할 수 있어!에서는 투박하지만 진정성 느껴지는 용기를 얻게 했다. 개구리의 낮잠에서는 먹이사슬을 재밌게 표현해 주었는데, 이젠 영화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기뻐서 기념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편을 구입했다. 사실 좀 전까지 '그녀'라고 여겼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턱수염 난 엄연한 남자였다. 그림만으로는 쉽게 구분이 안 가는 성별이었는데, 아마도 이런 따뜻한 감수성이라면 여자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던 모양이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공룡들이 살던 까마득한 옛날에 아빠 프테라노돈과 엄마 프테라노돈이 살았다. 어느 날 엄마는 바위산 꼭대기에 알 하나를 낳았고, 그 속에서 귀여운 아기 프테라노돈이 태어났다. 아빠와 엄마는 아기를 예쁘고 소중하게 키웠다. 튼튼하게 자라라고 멀리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먹여 주었고, 따뜻하고 상냥한 아이가 되라고 꼭 안아서 재웠다.
"날개를 쭉 펴서 힘껏 땅을 차고 바람을 타렴. 높이 날면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도 무섭지 않지."
아빠는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엔 도와주어야 한단다."
엄마는 아기가 차가운 비에 젖지 않게 날개를 펴서 막아 주었다. 최고의 사랑과 최상의 가르침을 받으며 아기 프테라노돈은 성장한 것이다.
어느덧 아기가 아빠만큼 크게 자라자 두 부부는 아이의 독립을 결정한다. 그리하여 아이가 잠든 틈을 타 넓은 밤하늘로 날아가는 부부.
아침에 깨어난 프테라노돈은 엄마 아빠를 부르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티라노사우루스가 눈을 번뜩이며 바위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프테라노돈에게 큰 위기가 닥치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진이 나고 말았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바위산 꼭대기에서 데굴데굴 데구르르르르르르 구르고 말았다. 어이쿠! 이거 다쳐도 크게 다친 모양이다. 바위더미 속에 파묻힌 티라노사우루스는 움직이지도 못했고 눈 도 뜨지 못했다.
프테라노돈은 난폭하고 무섭다는 티라노사우르스가 겁이 났지만,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엔 도와줘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기억해 냈다.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를 돕기로 결심한 프테라노돈은 바위를 하나씩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거기 있는 게 누구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티라노사우르스에게 프테라노돈은 자신도 티라노사우르스인 척했다. '고 녀석 맛있겠다'에선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친 티라노사우르스를 자기 아빠라고 여기던 고 녀석과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프테라노돈은 지극 정성이었다. 비가 내리면 나뭇잎으로 따뜻하게 덮어 주었고, 빨간 열매도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먹여 주었따. 사실 프테라노돈은 물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아직은 바다까지 날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그날도 프테라노돈은 빨간 열매를 구해 왔는데 티라노사우르스가 벌떡 일어난 채 눈을 번뜩이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버린 프테라노돈은 아빠의 가르침대로 날개를 쭉 펴서 힘껏 땅을 차고 바람을 탔다. 높이 날아올라 티라노사우르스를 떠나는 프테라노돈의 마음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자신이 진짜 티라노사우루스라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떠나는 프테라노돈을 바라보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책의 제목은 '나는 티라노사우르스다'이다.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다. 나는 네 친구 티라노사우르스다!라고... 프테라노돈이 놓친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짐작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말은 아껴두고 싶다. 곱고 따뜻한 이야기여서 말이다.
프테라노돈이 익룡인 것은 알겠는데,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으로는 어떤 생김새였을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아서 찾아보았다. 네번째 그림처럼 생겼다고 한다. 물론, 저것도 어느 정도의 상상이 가미된 거겠지만, 저 모양새는 가장 익숙한 익룡이 아니던가!
미야니시 타츠야에게로 가면 포악한 티라노사우르스도 휴머니즘 넘치는 신사로 바뀌고, 욕심쟁이 늑대 아저씨도 선량한 이웃으로 변한다. 이 작품의 감동은 흡사 가부와 메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염소와 늑대의 그 찡한 우정이라니, 단순히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변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애틋한 정서를 읽는다면 이 짧은 그림책 앞에서도 얼마든지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