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수영장에서 내가 받은 라커 번호는 59번이었다. 하지만 열쇠는 돌아가지 않았고 나는 문을 닫을 수가 없어서 벗었던 옷을 다시 주섬주서 끼어 입고 카운터에 가서 열쇠를 바꿔올 참이었다. 좀 짜증이 났고 꽤 귀찮았지만 뭐 어쩌랴. 그런데 누군가 옆에서 쭈뼛거리며 말을 건다. "저기..."
응? 그가 내민 것은 59번 열쇠였다. 얼라? 다시 보니 내가 가진 열쇠는 65번이었다. 전자 숫자는 뒤집어도 숫자가 되어서 자주 헷갈리는데 딱 걸린 거였다. 나가기 전에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씩씩 대던 스스로가 참 민망했지만...;;;
2. 며칠 전에 다현 양이 할머니는 몇 살이냐고 내게 물었다. 예순 여섯이라고 했더니 알아듣지 못한다. 다시 말해주었더니 '예수님?'이런다. 하핫, 아니, '예순 여섯!' 했더니, 쪼르르 달려가며 제 엄마한테 이른다. "엄마, 이모가 할머니더러 '녀석'이래!"
하하핫...;;;;
3. 지난 주에는 스토리템에서 팬시 제품을 구입했다. 내가 주문하지 않은 상품이 잘못 왔고, 알라딘에 신고를 하자 알라딘은 기프트 상품 업체에 대신 접수를 해주었다. 나는 당연히 그쪽에서 사과 전화를 하고 사후 처리에 대해서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화는 오지 않았고 원래 내가 주문한 제품만 도착했다. 교환 얘기가 없어서 둘 다 가지란 소린가? 하고 괜히 김칫국을 마셨는데, 다음 날 교환 상품 가지러 왔다는 택배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신경질이 났다. 제대로 된 소통이 되었으면 기사님이 헛걸음 하시지 않아도 될 텐데, 게다가 괜히 좋아한 나는 또 뭐란 말인가. 다음 날 다시 오시기로 하고 집에 가서 상품을 재포장했다.
그런데 실물을 보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결국 업체에 전화를 해서 잘못 온 제품도 내가 추가 구매하겠다고 했다. 기사님이 다시 발걸음 하시지 않게 택배 업체에 연락을 해달라고 했는데, 업체는 연락을 했지만, 택배 회사는 기사님께 제대로 전달을 못했고, 결국 기사님은 또 내게 전화를 주셨다. 정말, 소통하기 힘들군....
4. 역시 또 며칠 전 극장에서는 인사이드잡이 왜 12시 넘어서야 상영을 하냐고 물었을 때 직원은 영화의 내용상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내용이 뭐 어떻다고 그렇다고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까?
5. 나랑 90도 각도로 앉은 교감 샘은 예상 외로 좀 수다스러운 분이신데 질문이 무척 많고 참견도 잘 하신다. 목요일에는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교무실에 둘만 남았는데 50년대에 겪은 전쟁 이야기와 상이 용사 이야기, 어릴 때 살던 한옥 이야기, 당신 군대 이야기, 당신 아드님 군대 이야기 등등... 이야기가 끝이 나질 않았다. 원래는 경복궁에 가려던 나는 지쳐버려서 때마침 알라딘에서 온 중고책 알림 문자를 마치 약속 문자인 척 접수하고 일어설 수 있었다. 어려워....;;;;;
6. 어제는 퇴근하는데 좁은 길목에 폐지를 모으시는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벌려 놓으셔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잠시 멈춰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너, 올해는 결혼해야 되겠다."
허걱, 언제 봤다고 이런 말씀을 하시지???? 이 얘기를 엄마께 했더니 엄니는 펄쩍 뛰신다. "큰 애가 먼저 가야지, 니가 먼저 가면 어떡해!"
아씨,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ㅡ.ㅡ;;;;;
7. 또 어제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집에 돌아오는 길, 사당에서 4호선을 갈아탄다는 것이 반대 방향 열차를 타고 말았다. 어쩐지 사당역인데 사람이 꽉 차 있다 싶었다. 이건 소통의 오류가 아니라 방향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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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펑!)
친구가 찍어준 즐거운 한 때 사진 ㅎㅎㅎ 스마트한 핸드폰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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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요 며칠 동안 '오페라 스타'를 아주 재밌게 보았다. 다 보기는 길어서 노래 부분만 듣고 건너 뛰기는 했는데, 대중 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이 일주일 동안 연습해서는 오페라 아리아를 멋지게 불러내는 것은 감탄을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번째 주에 선데이와 김은정을 빼고는 모두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었고, 두번째 주에는 전 주에 기사회생한 선데이조차도 무척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신해철이 삐딱한 태도로 무례하게 굴었던 게 참 별로였는데, 신해철은 마지막 대회날 모두가 기립박수칠 때도 혼자만 자리에 앉아 있더라. 역시 한 성깔 하심...;;;;;
오늘 씨즌 1의 마지막 회를 보았는데 특별 무대를 가진 조수미 씨가 쓴 소리 한 마디 하겠다며 선곡에 이의를 제기했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대곡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기대했던 노래가 안 나왔다고 투정을... 하지만 제시한 곡들은 이미 이전 무대에서 불려졌던 노래들이다. 조수미 씨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간 수고했던 심사위원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한 마디였는데, 그 한 마디는 결국 자신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9. 오늘 주말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은 무척 슬프게 진행됐다. 안 그래도 요새 많이 힘들어 하던 정원(김현주)이가 고두심의 밀어내기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리 진심이 아닌 말이어도, 모질고 표독스러운 말들은 상대를 할퀴고 아프게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엔 숱한 역경을 다 딛고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며 행복해질 사람들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그래도 딸 인생에서 자신이 '짐'이고 '늪'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무너진 마음과 온 세상이 합심해서 절벽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같은 압력을 받고 있는 착한 딸이 참 가여웠다.
드라마에서 잘못 인쇄되어 파기된 책은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였는데, 푸른 숲이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중이어서 고른 책인가 보다. 이 책이 나온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었구나. 아무리 드라마의 설정이지만 멀쩡한 책이 갈려서 폐기되는 걸 보니 아찔했다. 실제 편집자였다면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다.
10. 내가 좋아하는 9집의 수록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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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소통의오류
오가는 대화 속에 움터가는
부지불식 소통의 오류
하늘과 닿으려던 오만함의
바벨탑 속 불통의 원류
나와는 다른 묘한 이해체계
모두들 사는곳이 다른 외계
치명적 오류 인생을 망칠지도
나만이 세상 축이 되는 시계
모두를 고립시키려는 흉계
너의 진실 한가운데 날 통과 시켜줘
관계는 소통불량 제멋대로
듣고 싶은 말들로만 막혀
이해의 모든 앞은 오해일 뿐
판단 유보 끝을 보고 난 뒤로
나와는 다른 묘한 이해체계
모두들 사는 곳이 다른 외계
치명적 오류 생사를 가를 지도
나만이 세상 축이 되는 시계
모두를 고립시키려는 흉계
너의 진실 한가운데 날통과 시켜줘
아닌 것은 아니라고
그런 것은 그렇다고
왜곡보다 단절보다 더 무서우니
나와는 다른 묘한 이해체계
모두들 사는곳이 다른 외계
치명적 오류 인생을 망칠지도
나만이 세상 축이 되는 시계
모두를 고립시키려는 흉계
너의 진실 한가운데 날 통과 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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