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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하트 Angel Heart 5
츠카사 호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시티 헌터 작가의 작품이다. 내용도 시티 헌터 후속작이라도 해도 좋을 연결 고리가 있다.
내가 시티 헌터를 본 것은 중학생 즈음이었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정식 출간본도 아니고 아마도 한국 이름으로 된 해적판이었을 것이다. 료의 이름이 '우수한'이었던가. 암튼, 그랬던 시절에 보았기 때문에 완결까지 다 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 보니 해결사 료가 사랑한 파트너 카오리가 사고로 죽었고, 생전의 의사에 따라 심장을 기증하기 위해서 이동하던 중에 심장을 강탈당한다. 빼앗긴 심장은 대만의 전설적인 여자 킬러에게 이식되었다. 이제 나이 열 셋이지만 조직을 위해 벌써 50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 병기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살인도구로 길러졌지만 살인이 주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심장을 파괴했건만 강탈된 카오리의 심장이 이식되었고, 거부반응도 없이 완벽한 수술을 마쳤지만 1년 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의식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거부한 것이다. 어려서는 넘버 27로 불리고, 킬러로 활동하고 나서는 글래스 하트라고 불렸던 그녀를 심장의 전주인이 깨워버린다. 카오리의 기억과 카오리의 마음이 그녀를 움직였던 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뇌'이므로, 심장을 이식한다고 해서 전 주인의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소재로서는 이런 패턴이 종종 등장한다. 그렇게 글래스 하트는 카오리의 기억을 갖고 무의식에 남아있는 남자 료를 찾아 일본으로 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대만의 암흑계를 꽉 잡고 있는 보스의 잃어버린 딸이었고, 그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부하가 보스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실수로 보스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쌍둥이 동생을 죽게 했다. 그런 사건들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료는 접었던 해결사 일을 다시 하게 되었고, 카오리의 심장을 갖고 있는 글래스 하트는 료를 파파라고 부르며 따르게 된다. 생전에 카오리가 자신의 심장을 기증받은 사람을 자식처럼 대해주라고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는데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깨어지기 쉬운 유리 심장같았던 넘버 27의 본명은 '샹잉'이다. 일본어로 표현하면 이 이름도 '카오리'가 된다. 카오리의 심장을 전해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처럼. 평범한 여자아이로 자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행동하고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남다른 샹잉.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제법 웃음을 자아낸다. 사실, '해결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제 많이 쏟아졌고, 또 많이 진보했기 때문에 시티 헌터와 그 후속작 격인 이 작품은 몹시 구닥다리다. 그럼에도 고전적인 멋이 있는지라 제법 재밌게 읽게 되었다. 5권까지 보았는데 31권에서 완결이다. 길구나. 더 찾아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봐야지...
내용 중에 대만 보스의 쌍둥이 동생-생잉의 삼촌-이 죽으면서 유산을 샹잉에게 남겼는데 그 규모가 대만 1년 예산 정도라고 한다. 하하하핫,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김정숙은 이유리에게 용돈하라며 3천 만원을 주었는데, 이건 뭐 비교도 안 되는구만. 갑자기 허탈함이 몰려온달까.
암튼, 고전이라면 고전일 작품. 나름의 멋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