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요일에는 트론-새로운 시작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친구와 다녀왔다. 이 친구와는 수요일 잔치에도 같이 가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랑 약속을 잡아 놓으면 꼭 일거리가 들어와서 약속이 깨지곤 한다. 이번에도 영화보다가 일거리가 새롭게 들어와서 다음 날 약속을 깼다. 친구는 작사를 하는데 이번 노래가 잘 됐으면 좋겠다.
2. 수요일에는 오랜만에 우체국에 들렀다. 우표값이 생소했고, 배송 날짜를 듣고는 그날이 수요일인데 내가 화요일로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미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늦은 크리스마스가 되게 생겼다. 아흐 동동다리...
3. 옆동네 인터 공원에서 초대장이 왔었다. 나의 서식지가 알라딘인지라 리뷰만 복사해 두는 곳인데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오라고 초대장이 와서 화들짝 놀랐다. 수영을 빠져야 하는날짜여서 잠시 고민을 했는데 저녁이 양식 코스라고 적혀 있어서 두말 않고 가기로 결심했다. 유혹에 약한 인간 같으니...
4. 이번에 제5회라고 하는데 이렇게 큰 행사를 이렇게 비싼 장소에서, 이렇게 비싼 식사를 먹이고, 비싼 초대 손님을 부르고 등등... 대체 예산을 얼마나 쓰는 것일까 입이 벌어졌다. 이제는 제법 규모가 커진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동네 마실 분위기가 나는 알라딘을 생각하며 약간의 우쭐거림과 약간의 의기소침.
5. 행사진행은... 좀 별로였다. 일단 사회자가 너무 준비 없이 와서 성의가 없었고, 참석자들이 늦게 와서 행사가 너무 지체되었다. 결정적으로, 저녁을 너무 오래 있다가 주는 거다. 코스 요리 아니었으면 난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많은 작가분들과 회원들이 시상대로 올라와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나는 배가 고팠고, 배가 고파지니 자꾸 포악해지려고 했을 뿐이고...;;;
6. 인디 밴드가 나와서 노래 두 곡을 불렀고, 남자의 자격으로 올해 인생 제2막을 연 선우가 나와서 노래 세 곡을 불렀다. 넬라 판타지아랑 지킬앤 하이드 삽입곡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자기 곡이어서 같이 부른 눈, 코, 입은 분위기에 너무 안 어울렸다. 안 그래도 배고파서 신경질이 났던 나는 노래가 길어져서 더 화가 났다.ㅎㅎ
7. 칵테일 시범까지 마치고나서야, 드디어 9시 반에 식사가 나왔다. 세상에, 점심을 12시에 먹은 인간이라면 대체 얼마를 굶고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와인은 향기로웠고 스테이크는 부드러웠다. 흠, 쫌 맛있군!
8. 올해 최고로 활동 많이 한 회원을 투표로 상을 주었는데 내 양 옆의 두분이 상을 받았다. 한 분은 순오기님. 수상패와 상금은 순오기님 서재에 사진 있다. 올해도 대박난 순오기님. 축하축하!
9. 기증할 책을 한 권 갖고 오라고 초대장에 써 있었는데, 나도 책을 한 권 기증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장 받았다. 아이디어 좋다. 초대 손님들이 가져온 기증 도서들과 알라딘 애인이 챙겨준 깜찍 선물들.
사은품으로 받은 1Q84 북엔드와 허수아비춤. 꽤 자그마하지만 귀엽다.
10. 어제는 치명적인 매력의 팜므 파탈을 만나서 멋진 크리스마스 이이브를 보냈다. 그리고 12시 땡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문자를 받았다. 아, 얼마나 마음히 훈훈해지던지... 그런데 답문자 보내다가 잘못 눌러서 잘린 문자가 가버렸다. 아, 바보팅이...;;;;
선물받은 카푸치노 한 잔을 분위기 있게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다. 이제 10분 뒤면 정리하고 나갈 생각이다. 엄마는 어딜 나가냐고 하셔서, 이런 날 집에 있는 게 더 문제라고! 힘주어 얘기했지만, 곧 혼자 나간다는 걸 들켜버렸다. 흠흠... 그치만 공장장님이 날 기다리는 걸...(>_<)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