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영화제 티켓 있다고 보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서울극장 6시 40분 약속이었는데 한 시간 전에 도착. 별다방 기프티콘을 드디어 사용할 기회가 왔다. 가방에 쿠키 약간 있어서 그거랑 같이 먹었는데 탁월한 선견지명! 영화제 식전 행사와 영화까지 보고 나니 10시가 넘어버렸다. 이때 안 먹어뒀음 배고파서 영화는 보지 않고 일어설 뻔했다. 사랑스런 쿠폰을 날려준 소중한 친구에게 격렬한 포옹을~ ♡
무려 레드 카펫도 마련해 놓았다. 그 카펫을 밟는 분들이 등파인 드레스를 입은 연예인이 아니라 대개 목사님들이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ㅎㅎㅎ
다른 건 몰라도 영화제 표제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다. '터치유, 더 치유' 포스터도 감각적이다. 저 문양의 흰 면티를 입은 행사 진행요원들의 옷이 탐났다.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주었는데 사실 저 옷이 가장 탐났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선물 보따리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해리포터 포장지 세꾸러미는 좀 뜬금 없지만, 그래도 뭐 기분 좋은 선물들. 풍선은 조카들 주고, 물수건은 내가 써야지.
6명의 비보이가 춤을 추면서 시작을 알렸는데 좀 안 어울렸다. 헤리티지를 불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보라 씨의 가야금과 함께 들은 노래 두곡은 무척 좋았다. 이분 드레스는 유선이 입은 것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
식전 행사가 꽤 길었다. 제8회를 맞는 영화제의 역사,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인사, 수상작 시상식 등등등. 그렇게 한 시간 반을 써버리니 관객은 벌써 지쳐버렸다. 5분 쉬는 동안 나가는 사람도 부지기수. 홍보대사 유선도 영화는 안 보고 그냥 가더만...(이미 봤을까?)
개막작은 '고로고초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제목만 보고는 일본 영화인가 했다. 우리나라 감독이 케냐에서 찍어온 다큐멘터리 영화.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가 생각나서 기대를 갖고 눌러앉았다. 무엇보다도 음악 영화니까.
세계3대 슬럼가 중 하나라는 고로고초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희망의 싹을 피워낸 임태종 목사님. 되물림되고 되풀이되는 가난 속에서 너무 높은 실업률은 아이들을 더욱 좌절시켰다. 우리의 기대에 아프리카 아이들은 으레 노래를 잘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초대 지휘자를 역임하신 김재창 씨도 그리 생각하셨다는데, 이 아이들은 '춤'을 사랑하는 것이지 노래를 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음에는 '미'가 없어서 7음계를 가르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고, 유목민의 전통을 지닌 이들은 2/4박자만 타고나서 3/4박자로 지휘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박자가 사라졌다 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지만 편집이 덜 아문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임태종 목사가 케냐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아이를 발견,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한 컷 찍으면서 지라니 공동체를 만들어 가게 되었는데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바로 합창단 이야기. 또 중간 과정 생략하고 미국 공연 얘기가 나온다. 그 후부턴 지루할 정도로 스텝들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아이들의 합창은 배경음악으로만 깔린다. 노래 제목도 자막으로 나오지만 메인은 스텝들의 이야기가 되고 아이들이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니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
뉴욕 공연에서 여러가지 삐거덕거림이 있었나보다. 갑자기 늘어난 스케줄, 케냐 교육부 당국과의 마찰, 갑작스레 사랑과 환호를 받으면서 무례해져버린 아이들, 리더와 대중 간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등등. 스텝들은 목이 메여 눈물을 쏟아내는데 울음을 참아내는 장면 등을 너무 길게 잡아 지루해지고, 정작 아이들의 육성을 들려주지 않아서 답답했다. 반주자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이 어리고 여전히 순진한 것일 뿐, 변한 게 아니라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당황할 수 있었던 거라고, 욕심 많았던 자신들을 반성했다. 그 순진한 눈망울들이 세상의 환호에 금세 교만해져서 안하무인이 된 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이었을 뿐인데...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쿰바야' 전체를 들려주었다.
------------------------------- 쿰바야---------------------------------
Kumbaya
Kumbaya Lord Kumbaya
Kumbaya Oh Kumbaya Lord Kumbaya Kumbaya
Kumbaya Lord Kumbaya
Kumbaya Oh Kumbaya Lord Kumbaya Kumbaya
Some body needs You Lord, Kumbaya
Kumbaya Oh Some body needs You Lord Kumbaya
Kumbaya Some body's pray in Lord Kumbaya
Kumbaya Oh Some body's pray in Lord Kumbaya
Kumbaya Oh~~~ oh Lord oh Lord oh Lord Kumbaya
oh Lord Lord Kumbaya
I need a bless in Lord Kumbaya
Kumbaya Oh I need a bless in Lord Kumbaya
Kumbaya I need a miracle Kumbaya
Kumbaya Oh I need a miracle Kumbaya
Kumbaya Oh~~~ oh Lord oh Lord oh Lord Kumbaya
oh Lord Lord Kumbaya
Oh~~~ oh Lord oh Lord oh Lord Kumbaya
oh Lord Lord
|
<< 펼친 부분 접기 <<
4:3 비율로 찍은 영화는 가로 폭이 좁아서 자막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았고, 오탈자도 심했다. 화면이 지지직거리면서 가로줄이 생기기도 했고, 극장 음향상태가 좋지 않아서 잔향도 심했다. 그런 문제점들 속에서도 영화를 감동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마지막에 들었던 '쿰바야' 때문일 것이다. 'come by here'가 아프리카 발음으로 '쿰바야'로 굳어졌다고 한다. 노예로 팔려나가던 참혹한 시절에 '주여, 어서 오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을 그 절절함이 까만 얼굴의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통해 더 깊이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불렀던 버전은 무척 느린 템포였고, '영'적인 느낌이 가미된, 그래서 마음을 적시는 울림이 있었다. 동영상은 찾지 못했다. 다양한 버전의 쿰바야가 검색되는데 빠른 템포의 곡에서는 어제의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다. 가사도 여러 버전이 있는 듯하다. 당신의 은총을, 기적을 바라는 작고 약한 존재들의 처연함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