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비튼 세기의 아름다움 사진전 초대

첫번째 응모했을 때 떨어졌는데 매주 새로운 당첨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도전했다가 당첨되었다. 

특이하게도 1인1매의 티켓만 주어진다. 덕분에 동행 없이 조용히 전시회를 다녀왔다. 이 뜨거운 날 양산도 없이.(집에 돌아와서 양산 주문했다.ㅠ.ㅠ) 

20세기에 활동을 했던 영국의 사진작가 세실 비튼. 그의 스타일은 19세기 영국 초상사진과 패션사진의 전통이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감이 오지 않지만 '연극적인 요소, 회화적인 요소, 무대적인 요소'를 하나로 결집시킨 스케일 큰 거장이라는 팜플렛의 설명에 동의한다.  

사진전에 등장하는 세기의 미녀들의 이름은 이렇다.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마를린 디트리히,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그리고 비비언 리. 

전시장은 왼쪽부터 보게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사진은 오드리 헵번이 열어주었다. 그녀의 영화라고는 달랑 '로마의 휴일' 한 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 사랑스러움은 '세기의 연인'이란 수식어가 낯간지럽지 않다고 여겨왔었다.   

이번 사진에서 오드리 헵번은 우아함과 성숙미를 동시에 보여주었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의 '애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세실 비튼은 '작품'으로 그녀를 보지 않았을까. 아주 소중한 작품, 다시 만나기 어려운, 지금 이 순간 바로 잡아내야 할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말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에선 무대 디자이너를 겸했다고 하는데 의상 디자이너도 그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 옷들을 보면서 그의 사진이 '연극적이고 회화적이고 무대적'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1세기가 지나버린 지금의 시각으로 어떤 옷들은 너무 과장되어서 다소 웃기게도 느껴졌지만, 그걸 입은 사람이 오드리 헵번이라고 생각하면 웃음이 감탄으로 변하게 된다.   

사진은 오드리 헵번의 것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마를린 디트리히가 이어졌는데, 작품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감흥도 덜했다. 다만 가느다란 눈썹이 인상적이었는데 길게 반원을 그은 눈썹은 분명 그린 것일 테지. 그렇다면 눈썹을 밀어버렸을까? 평소 생각하는 미감으로는 절대 예쁘지 않을 눈썹인데, 사진 속의 그녀는 고혹적이었다. 이러니 다시 또 '작품'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가장 별로였다. 알고 있는 작품도 없거니와, 그녀의 얼굴은 너무도 백치미스러웠다. 그나마 '미'가 빠진 '백치'의 느낌이랄까.   

그레타 가르보도 사실 이름 외에는 아는 바가 없어서 사진을 보면서도 그다지 느낌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전시된 것들 중에서 사진이 가장 심심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는 점순이였다. ㅎㅎ 얼굴의 큰 점 말고도 목 주위에 점이 많아서 어깨가 파인 옷을 입으니 온통 점에만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죽음이 석연치 않기 때문인지 사진 너머로 어쩐지 슬픔이 느껴졌다. 환하게 웃는데도 어째 나는 슬프게만 보일까... 

전시장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인물은 단연코 비비언 리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워낙 매력적인 인물로 열연했던 것을 기억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진 속의 그녀는 속세의 인물 같지 않은 미모를 자랑했다. 모든 사진이 그랬던 것은 아니고 특정 사진 두 장이 마음을 흠뻑 적셔서 이 사진 때문에 도록을 사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녀의 사진만 도록에서 빠져 있다. 홈페이지에도 그녀의 사진만 없다. 문의해 보니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사진을 싣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은 포스터에도 없다. 아아, 좌절이다. 벽에 붙여두고 싶었는데 아쉽다.  

 

 

 

전시장은 크지 않았는데(예술의 전당 V갤러리) 꾸준히 관람객이 들어왔고, 한 사진 앞에 오래 멈추어 있는 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모녀 사이도 보이고, 친구와 연인도 보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전시회를 즐겼다. 초대권이 한 장인지라 혼자 갔지만, 유료로 동행을 만들어도 모험이 되지 않을 좋은 전시회였다. 마지막에 비비언 리의 사진을 내 손에 들고 올 수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만...(두고두고 아쉽네...) 

오드리 헵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와 비비언 리의 애수를 좀 챙겨봐야겠다.  

그나저나 퓰리쳐상 사진전도 당첨되었는데 다음 주 중으로 예술의 전당을 한 번 더 가야한다. 그때는 양산을 꼭 쓰고 가리라.(이글이글!!) 

참, 전시회는 7월 2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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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션 그 이상의 드레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2-05-01 01:31 
  2. 머그컵에서 후쿠오카까지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01-10 22:34 
    알라딘은 해마다 머그컵으로 독자를 낚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알면서도 기꺼이 낚인다. 어쩌랴. 컵이 이쁜 것을...;;;;아, 근데 왜 사진이 안 올라가지???서재의 달인 선물로 받은 것은 하늘색. 7만원어치 주문해서 받은 게 분홍색과 갈색이다.그리고 언니가 역시 7만원어치 주문해서 받은 게 노랑이와 하양이노랑색 도착하기 전에는 하늘색이 제일 예뻤다. 현재는 노랑이 승!생각외로 별로인 색은 갈색이다. 갈색으로 보였는데 막상 받아보니 갈색이라기엔 좀...갈
 
 
라로 2010-07-2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한사님께서 이 전시회 다녀오셔서 올리신 페이퍼 읽고 가보고 싶었는데 마노아님은 당첨이 되셨단 말입니까!!! 부러비~~~~
그런데 세실 비튼이 남자라는 사실에 놀랐어요~. 24일까지면,,,ㅠㅠ

마노아 2010-07-23 06:50   좋아요 0 | URL
이름에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세실'이라고 하면 여자 느낌이 강하군요. 우리 세실님도 있고..^^ㅎㅎㅎ
며칠 남지 않았어요. 저도 막 안타까워요. (>_<)

saint236 2010-07-2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전시회가 되셨는지요?

마노아 2010-07-23 11:40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너무 멀지 않았다면 엄마와 함께 왔어도 좋았겠다 싶어 아쉬웠어요.^^

stella.K 2010-07-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 번 더 응모했더랬는데, 이게 될 때까지 해 볼 걸 그랬습니다.
아까워라. 이제 기회는 없는 것 같아요. 이거 연장 안할까요? 사진 좋아하는뎅...ㅠㅠ

마노아 2010-07-23 12:01   좋아요 0 | URL
꽤 오래 했던 것 같은데 저도 마감 얼마 안 남기고서야 중복 응모가 가능함을 알아차렸어요.
오늘 내일 부지런을 떨면 보실 수 있습니다!! 힘을 내세요.^^ㅎㅎ

꿈꾸는섬 2010-07-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좋았겠어요.^^

마노아 2010-07-23 23:58   좋아요 0 | URL
이런 전시회는 파트너가 있어도 좋고, 혼자 조용히 다녀와도 좋아요. 좋은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