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를 2월에 했었다. 워낙 오래 전에 해서 내가 어느 좌석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입장할 때 보니 A석이다. 웁스, 게다가 2층 맨 뒷좌석이 아닌가! 무대가 잘 안 보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나치게 섹시한 백조들의 춤을 보고 있자니 왜 2층을 예매했던고 마구마구 후회가 일었다. 우리 나라엔 2003,2005,2007,2010 이렇게 네 번째 공연이라는데 다음 번 공연은 내년이 아닐 것 같지만, 암튼 꼭 좋은 좌석에서 보리라 결심했다.  



시작하기 전에 저 화면이 예뻐서 휴대폰으로 한 컷 찍었더니 직원이 와서 지워달란다. 시작 전인데도 안 된다나. 그래서 지웠는데 내 옆자리 여성은 공연 중에 휴대폰도 쓰더만 그건 제지 안 함. 좀 빈정 상했음... 암튼 인터넷에 사진 있길래 퍼옴.ㅎㅎ 

첫 시작은 왕자님이 꿈을 꾸고 있고 꿈 속에서 백조 한 마리가 춤을 추고 있는데 몹시 강렬하다. 아, 초반부터 세군! 했는데... 그후 백조가 다시 나오기까지 무려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처절한 기다림! 

초반 분위기는 유머러스했다. 완전 마마보이 스타일의 왕자님은 침대에서 내려올 때조차 시종들의 등을 밟고 내려오고 옷 입고 벗는 것 등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지배적인 느낌의 여왕 마마에게 매달려 끌려가기까지.  

그리고 완전 전라 형태의 남성상이 하나 나오는데 남성 무용수가 흰 칠을 하고서 등장하는 거라고 이마 이치코의 뷰티풀 월드에서 봤다. 이치코 작가가 봤을 땐 다리에 문신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내 자린 너무 멀어서 그 무엇도 알아볼 수 없다. ㅎㅎㅎ

여리디 여린 왕자가 반해버린 여성은 그야말로 나가요 버전의 아가씨.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섹시 컨셉의 옷을 입었는데, 이 옷에는 굽높은 힐을 신어줘야 할 것 같건만 너무 납작한 굽을 신어서 자세가 좀 어정쩡했달까. 그것도 설정이었나? 암튼 백치미를 과시하며 왕자님 얼굴 제대로 팔리게 해줬다.   

게다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왕자님의 뒷통수를 때리기까지. 좌절한 왕자님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이 때 등장한 백조. 오오, 드디어 백조다! 탄성이 나온다.





춤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니 무용수들의 등이 흥건히 젖는다. 멀어서 안 보이려니 했는데 불빛 받아 막 반짝이는데 초 섹시!!!  

오히려 앞판은 그냥 그랬는데(잘 보이지도 않고) 등판은 절정의 섹시함으로 감동을 주었달까. 근데 백조가 춤출 때 한 발로 서면 자주 비틀거리던데 그게 의도된 걸까, 실수인 걸까??? 

좌절에서 벗어난 왕자, 급 흥분하여 새 모이 주는 할머니에게 기습 키스하며 1막이 끝난다.  

20분 간의 인터미션. 이 흥분을 전달해야 하는데, 화장실 다녀와서 문자 두 통 보내고 나니 벌써 쉬는 시간 끝났다..;;;;; 

다시 부랴부랴 입장.  

왕실 무도회. 각 나라에서 초청된 공주님(?)들. 전과 달리 당당해진 왕자님. 여전히 쌀쌀맞은 여왕님. (모델이 찰스 황태자란 소리도 있던데 정말??)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여 모든 여자, 심지어 여왕까지 유혹해버린 낯선 남자(흑조). 아, 치명적인 유혹이랄까. 이 남자, 백조 복장일 때만 멋있는 게 아니라 옷 입혀놔도 지나치게 근사한 게 아닌가.  유일하게 배나온 아저씨는 아마도 집사 역할? 

흑조는 여왕 마마마저도 유혹해 버리고 왕자는 급기야 총부림까지. 감상평 중에는 왕자와 엄마의 금지된 사랑을 얘기하기도 했는데 무척 설득력 있게 들렸다. 왕자와 백조의 사랑만큼이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의 왕자와 여왕의 그림자가 인상적이었다. 몹시 크게, 그리고 불안하게 비쳐졌다. 

아, 그리고 공포(?)의 침대! 영화 '링' 보는 줄 알았다. 화들짝 놀라버림. 그러나 그 와중에도 멋있다고 하트 뿅뿅! 

동료 백조들에게 당해서 몸에 상처가 난 백조 등장. 상처 자국의 위치가 뭐랄까... 원초적 본능에서 마이클 더글라스의 상처를 연상시킴... 나 원래 이런 상처에 약한데... ㅎㅎㅎ 

엔딩이 아주 극적이었는데 가슴이 빵 터지는 줄 알았다. 이건 비극이 될수도 있고 해피엔딩도 될 수 있는 이중 구조. 남성 백조가 왕자님보다 키크고 체격 좋아야 하는 이유를 두 번 알겠다. 하핫. 

 이마 이치코의 뷰티풀 월드는 제목에 낚인 케이스인데 그녀만의 뷰티풀 월드였다. 이름하여 야오이의 세계. 

여기에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인데, 작가가 워낙 개그 본능이 강한지라 보면서 엄청 웃었다. 그렇게 해석이 된단 말이야? 하면서 깔깔 웃었던 기억.

 (다락방님, 다음에 내가 보여줄게요. ㅎㅎㅎ)

 집에 돌아와서 dvd 검색을 했다. 아, 안타깝게도 알라딘은 모두 품절이다.  

기왕이면 아담 쿠퍼 버전으로 보고 싶었다. 빌리 엘리어트의 그 강렬한 엔딩씬에 대한 기념으로.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보고 아니 되면 다른 사이트에서라도 구매할 생각.  아름다운 음악도 역시 감동! 라이브 연주였다면 더 환상이었겠지만 그것까지는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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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로 본 바로 그 날개뼈~~~~~~ 땀이 흥건한 등줄기, 멋진 공연에 동참하셨군요.
나는 공연갈 때 망원경 가져가요. 어디서 보더라도 바로 눈앞에 끌어다 놓고 볼 수 있으니 딱 좋아요.^^

마노아 2010-05-21 14:26   좋아요 0 | URL
제 옆에 앉은 여성은 망원경 빌려왔던데 표찾을 때 대여할 걸 그랬어요. 아무 생각 없이 입장했지 뭐예요.
그러고 보니 날개 뼈 사진이 한 장도 없네요.^^ㅎㅎㅎ

프레이야 2010-05-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나 멋져보이는 공연이에요.
소문만 들었던. ㅋㅋ
빌리엘리어트도 생각나지만 우리 영화 '발레교습소' 마지막 장면도 떠올라요.
멋지게 날아오르던..

마노아 2010-05-21 21:23   좋아요 0 | URL
발레교습소는 보지 못했지만 궁금한 영화예요.
스무 살 때 처음으로 발레를 본 날, 남자 무용수의 도약과 힘있는 손동작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나요.
그 강렬한 근육의 느낌이라니요.^^

BRINY 2010-05-2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 두번 봤어요. 저도 빌리 엘리어트 엔딩 보고 맛이 가서^^;; 이번 내한공연이 세번째인가요. 어찌할까 하다가 패스했는데, 팸플릿 꺼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0-05-22 01:57   좋아요 0 | URL
이번이 네 번째래요. 그래도 한국에 자주 오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팸플릿을 구입하지 않아서 아침에 막 후회했어요.
다시 감동을 되새길 흔적이 저한테 없는 거 있죠. 기억을 다그쳐야겠어요.^^

다락방 2010-05-2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친구가 산 브로셔 보니까 발레전공자들이 하는 발레가 아니더라구요. 발레라기보다는 무용에 가깝고, 그때그때 오디션으로 뽑는것 같아요. 그래서 한쪽 다리로 섰을때 후달리는건, 의도된 바가 아니라 음...숙련되지 못한? 뭐 그런걸로 생각되어졌어요. 그래도 날개뼈 때문에 다 용서가 되죠.

저는 앞자리에서 봐서 그들의 근육의 움직임과 땀을 다 보았는데, 다시 본다면 먼 곳에서 전체적인 움직임을 한번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 이들이 온다면 그때마다 보리라고 꼭 결심했어요. 다른 공연 두세개 보다는 남성들의 백조가 최고였어요. 아, 그들의 그 힘찬 움직임! 이드가 끓어올라요!! ㅎㅎ

마노아 2010-05-22 01:58   좋아요 0 | URL
아핫, 그런거군요. 의도되었다고 보기에는 확실히 좀 부족해 보였어요. 발레보다 현대 무용에 더 가까운 거죠.
제 자리에선 날개뼈의 역동적인 모습은 잘 관찰이 안 되었답니다. 안타까워요. 맨 끝자리인 내 좌석이 A석인데 대체 B석은 어디였을까요.^^;;;
다락방님의 이드에 펌프질을 한 훈훈한 백조들, 아 우리 꼭 다시 봐요.^^ㅎㅎㅎ

웽스북스 2010-05-22 02:19   좋아요 0 | URL
지금 이거 보고 생각났어요. 다락방님. 마노아님.
저는요. 얼마전에 에쿠우스를 봤었는데요,
거기는 남자 완전 근육질의 말들이 나오거든요.
저렇게 상체 벗고, 말처럼 분장하고 몸 좋은 남자들이 떼거지로 나오는데....

무서웠어요.... 무섭더라고요... 떼거지로 벗고 있으니까,
제 옆을 지나가는데 (통로쪽 자리였어요) 무서워서 움찔. 했어요.
그래도, 이건, 백조의 호수인데, 무, 무섭지는 않겠죠...?

다락방 2010-05-22 09:59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웬디양님은 육식남을 안좋아하는건가요? 대체,그게,왜,무서운거죠? 네? 네? 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던데요. 웬디양님 혹시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걸 무서운거로 잘못인식하는 건 아니에요? 잘 생각해봐요! 본능을 건드리는게 아니었어요? 네? ㅎㅎ

말들이야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말들이어도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말들이 자체로도 섹시한데, 근육질의 말들이라면. ㅎㅎ

백조는 무섭지 않아요. 정말요.

마노아 2010-05-23 01:04   좋아요 0 | URL
에쿠우스 포스터는 어쩐지 검은 오로라가 팽창한 듯 보여서 좀 음산했어요.
그치만 백조는 절대로 음산하지 않아요.
다락방님의 얘기를 꼭 믿으세요. ^^ㅎㅎㅎ
저는 육신남도 초식남도 좋아요. 그 넘들이 내 옆에 없어서 문제지요.

꿈꾸는섬 2010-05-23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공연이네요. 이런 공연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ㅜ.ㅜ

마노아 2010-05-23 01:04   좋아요 0 | URL
솔로의 특권이랍시고 제가 막 자랑질하고 있어요.^^;;;

니나 2010-05-24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마노아니임~ 오랜만이죠? 그래도 늘 눈팅은 ㅋㅋㅋㅋㅋㅋ
저 이거 다 읽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백조의 호수> 보러 갔어요
근데 커튼콜때 너무 흥분해서 핸드폰 꺼내서 찍었다가, 어두워서 찍지도 못했는데
직원이 와서 검사하고 갔어요... 안찍었다니까... 검사하고 가겠다고... ㅠㅠ 오우.. 민망해라...

암튼 세상에 이런초절정퀴어에로틱일줄은... 눈으로 보기전엔 아무것도 상상하지 말았어야...
백조가 너무 멋있어서 전 지금 이상형이 서양남자로 바뀔 기세에요. ㅋㅋㅋㅋㅋㅋ
그 긴팔에 막 휘감기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5-24 00:24   좋아요 0 | URL
니나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아하핫,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다녀오셨군요.
아아, 커튼콜 때 흥분된 그 마음 이해해요.
어제 몬테크리스토 커튼 콜 때는 1층 관객들이 모두 '동영상'으로 찍고 있더라고요. ㅋㅋㅋ

그 긴팔에 휘감기는 상상을 해보니 아찔해요.(>_<)
어제 만난 언니가 5개월도 더 지난 제 생일 선물로 백조의 호수 dvd 해주겠다고 했어요.
언니가 어여 메일 확인하고 선물 보내주기를 마구 기다리고 있어요. 아하하핫^^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