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 알라딘 조유식 사장에게 편지보내기 카페를 엽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부족한 논리로 몇 줄을 쓰다가 지우다가를 계속 반복하고 있네요.

조유식 사장님도 그간의 과정을 당연히 아실 터이지요. 
해고 노동자 김종호 씨의 요구사항도, 또 불매운동을 하고 있거나 거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알라디너들이 원하는 바도 알고 계실 것이고, 거기에 대한 알라딘 측의 입장도 확고할 거라고, 사실은 짐작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몇 자 적음은, 절차의 문제나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솔직히 감정에 호소하고자 함입니다.

그동안 알라딘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이미지를 가진, 혹은 가졌다고 여겨지던 기업이었습니다. 그 이미지는 알라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씌우기도 했지만 알라딘 역시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이제, 알라딘스러웠다고 여겨지던 그 진보적 이미지를 정말 알라딘의 것으로 만들 생각은 없는지요?  이번 사건은 알라딘 측에서는 불미스럽다고 여길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들어갈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지금 부당해고를 외치며 투쟁하는 노동자 한 사람이나, 이곳에서 불매를 외치며 연대하는 소수의 알라디너들에 견주어서 알라딘은 강자입니다. 이 나라의 법이, 신자본주의의 논리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계의 부품처럼 소비하고 내치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하고 오히려 권장하는 구조로 가고 있지만, 거기에 편승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정직하고 신실한 기업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는지요?  봉사 차원의 사회적 환원이 아니라(그래준다면 또 좋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지키는 기업 말입니다.

자본 앞에 도덕을, 양심을 들이미는 것은 너무 순진하거나 한심한 얘기로 들리지요. 그런데, 정말 씨도 안 먹힐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겠습니까? 아직도 기대치가 있다는 얘깁니다. 지금 시위를 하는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이런 요구는 영리한 방법은 아니라고 저도 생각하지만, 이 자리는 다양한 의견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중이니까 저는 하소연을 하는 겁니다. ^^

김종호 씨 해고 사건에 대해서 알라딘의 진심어린 사과와 후속 조치는, 결국 알라딘과 알라딘을 둘러싼 모두가 함께 이기는 길이 될 거예요. 알라딘이 부담하고 담당하려고 하는 한 몫은 넓은 의미에서 다시금 알라딘에게 선한 보답을 해줄 거예요. 작게는 알라딘 충성 고객들이 더 넓어지겠지요?

그러니 알라딘 조유식 사장님! 이제 그만 한 말씀 좀 해주세요.
알라딘이 움직이면 경쟁사도 움직이잖아요.
분명 의미있는 한 걸음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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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09-12-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줄 쓰다가 지우다가, 그걸 저도 며칠 째 반복하고 있는 중인데
마노아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참 잘도 정리해 쓰셨네요.
마노아님 글에 묻어서
몇 줄 쓰다가 지우다가, 이제 그만 해도 되겠어요. ^^

마노아 2009-12-15 15:43   좋아요 0 | URL
오전에 쓰다가 지우다가, 다시 보다가 밥 먹고 와서 고치다가, 그러다가 올렸어요.^^;;;
그래서 처음 등록시간은 공개 시간보다 한참 앞이네요.
메아쿨파님 한 줄 메시지도 강렬했는데 여러 다양한 목소리들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장님도 우리처럼 마음이 불편할까요? ^^;;;

비로그인 2009-12-15 20:52   좋아요 0 | URL
저도 이주정도 썼다 지웠다 임시저장글 터져나갈것 같습니다....ㅎㅎㅎ
다들 비슷하시군효....ㄲㄲㄲㄲ

마노아 2009-12-15 21: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비로그인 2009-12-1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처럼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으니까 제가 저렇게 땡깡도 부려보는 겁니다.^^

마노아 2009-12-15 17:11   좋아요 0 | URL
한 줄 땡깡! 아주 속시원했어요.^^;;;

드팀전 2009-12-1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게 마음에 쏙듭니다.

마노아 2009-12-15 20:27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꼭 이겨요.^^

2009-12-15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09-12-1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편지 보니까... 저는 더 이상 편지 못 쓰겠어요..ㅎㅎ
대변인으로 임명(?)합니다

마노아 2009-12-16 09:04   좋아요 0 | URL
앗, 방금 턴님 서재 가서 제가 한 말을..^^;;;
머큐리님도 한 마디 하셔요. 우리 책 좀 편하게 사게 해주세요~ 요렇게요.^^ㅎㅎㅎ

같은하늘 2009-12-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보고 메아쿨파님 서재 다녀왔는데 딱 제 마음이네요.
마음이 편지 않아요. -.-;;;;

마노아 2009-12-16 12:35   좋아요 0 | URL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어요. 혁명도 춤추면서 노래하면서~
이번 일이 혁명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투쟁의 얼굴로 인상쓰며 무섭게 다가가고 싶진 않아요.^^

바람돌이 2009-12-1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과 김종호씨와 그리고 알라디너들이 모두 같이 이기는 행복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카페 열고도 다른 분들이 편지 안써주시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야 제안한 사람이니까 제일 먼저 쓰는게 맞지만 사실 저 빼고 다음으로 제일 먼저 쓰주시는 분은 고민이 많이 되었을텐데요. 마노아님께 감사합니다. 마노아님 덕분에 제가 힘이 많이 됐어요. ^^

마노아 2009-12-16 12:3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의 논리정연한 문장들을 보면서 어찔했어요.
나중에 쓸수록 더 부담스럽겠단 생각도 했지요.^^;;;
처음엔 막 규탄하는 어조로 쓰다가, 싹 지웠어요.
어울리지도 않았지만 제가 읽어도 좀 말이 안 안맞더라고요.
나답게 쓰자... 했더니 저리 됐습니다.
힘이 되었다고 하니 저도 막 힘이 나요.
우리 함께 기쁜 새해를 고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