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 효율 6배 더 높이기 [제 974 호/2009-08-28]



이른 아침. 눈이 퀭하니 쑥 들어간 태연이 체중계 앞에 선다. 얼마 전 수상스키를 배우러 갔다가 자신이 과체중임을 뼈저리게 느낀 이후 다이어트에 몰두해 있던 태연이다.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체중계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간 태연. 곧이어 집안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른다.

“악!!”
“아니, 태연아 왜 그래! 어디 다쳤니?”

“아빠, 몸무게가 2kg이나 늘었어요. 아침도 잘 안 먹고, 엊그제는 저녁도 굶은 데다, 잠을 줄여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려고 매일 새벽 1시에 잠들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살이 더 쪘어. 악!!”

태연이 하던 말을 듣고 있던 아빠, 하하 웃고 만다.

“태연아, 살찌는 짓만 골라했으니까 당연히 몸무게가 늘지.”“무슨 소리에요, 아빠. 에너지 많이 쓰고, 조금 먹으면 당연히 살이 빠져야죠.”

“자, 하나하나 짚어보자꾸나. 너처럼 무조건 밥을 굶으면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먹다 굶다가를 반복하면 더 살이 많이 찌지. 인체에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바로 식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야. 우리가 ‘배고프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건 피속에 그렐린 수치가 아주 높아졌다는 뜻이고, 반대로 배가 부르면 식욕을 줄이는 호르몬인 ‘랩틴’이 증가하면서 그렐린은 아주 적어진단다. 그래서 랩틴을 ‘다이어트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해.”

“흑, 난 랩틴만 사랑할거야. 그런데 굶어도 살이 찐다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

“밥을 굶어 살을 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중 그렐린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자주 배고픔을 느끼게 된단다. 다시 말 해 살이 찌는 체질이 되는 거지. 또 한 끼를 굶으면 그렐린이 농축돼서 다음 끼니를 먹을 땐 훨씬 더 많이 배고픔을 느끼게 되고 당연히 폭식을 해서 살이 찔 수밖에 없어. 뿐만 아니라 먹다 굶다가를 반복하면 인체는 에너지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매우 많은 지방을 축적한단다. 살이 안찔 수가 없지.”

“굶어서 살을 빼면 금방 다시 살이 쪄버리는 요요현상이 이제 이해가 돼요.”



<비만교실에서 참석한 어린이들이 수영을 이용한 체중 관리 지도를 받고 있다. 비만을 효과적
으로 관리하려면 운동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식이요법과 칼슘섭취가 중요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또 잠을 못자도 살이 찐단다. 보통 잠을 조금 자면서 일이나 운동을 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수면이 부족하면 그렐린이 농축돼 다음 날 훨씬 배고픔을 많이 느끼게 된단다. 특히 새벽 1시경에는 그렐린 양이 최고에 달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잠을 안자면 야식의 유혹을 견디기가 힘들어. 뭔가 생각나는 게 있지 태연아?”

“소, 솔직히 야식 먹은 거 인정해요. 자정 넘으니까 도저히 배고파서 잠이 안 오는 걸 어떡해요…. 아빠, 다이어트도 과학을 알아야 잘 할 수 있다는 걸 이제 알겠어요. 그럼 과학을 이용해 좀 더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지. 우선 좀 전에 얘기한 것처럼 그렐린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고, 칼슘을 꾸준하게 충분히 섭취하면 똑같이 다이어트를 해도 효과를 6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그리고 스트레칭과 마사지 등을 통해서 목덜미와 등 쪽에 분포되어 있는 갈색지방세포를 자극하면 지방분해효과가 훨씬 더 좋아진다는 점 등을 이용하면 되겠지.”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아빠는 그렇게 과학상식도 풍부하시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시고, 칼슘보충제도 꼬박꼬박 드시는데 왜 과체중인 거예요?”

“아마 유전 때문일 거야. 비만은 80% 이상이 유전이거든. 네 할머니가 비만이신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또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Ad-36’이나 ‘SMAM-1’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비만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혹시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이런 바이러스를 옮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어.”

아빠의 말을 듣는 순간, 태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바로 아빠가 범인이었어요! 내 과체중을 만든 범인! 내 비만은 아빠에게 옮은 바이러스 때문이었어! 아빠, 아무래도 오늘부터는 밖에서 주무셔야겠어요.”

“아, 아니 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첫 번째 조치가 ‘격리’라는 건 아빠도 잘 알고 계시겠죠? 그리고 몽몽이 껴안고 주무셔도 안돼요. 몽몽이까지 비만강아지가 되면 안 되잖아요!!”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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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2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독했어요, 마노아님.
사실 과학쪽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데 이 브리핑 보고서는 숨도 안쉬고 달려왔어요. ㅎㅎ (게다가 별찜까지!)

마노아 2009-08-28 13:23   좋아요 0 | URL
굶는 거나 늦게까지 잠 안 자는 게 치명적이라는 건 알았는데 '유전'에서 기함했어요. 울 엄마 어째요. 아놔...ㅜ.ㅜ

다락방 2009-08-28 14:00   좋아요 0 | URL
울 아빠 ㅠ.ㅠ

마노아 2009-08-28 14:51   좋아요 0 | URL
아아, 이 동병상련...ㅜ.ㅜ

다락방 2009-08-28 15:10   좋아요 0 | URL
게다가 제 엉덩이는 이미 아빠를 닮았어요. 심지어 가슴까지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구 울면서 뛰어나간다)

마노아 2009-08-28 15:53   좋아요 0 | URL
저의 미래를 날마다 확인하며 사는 것은 눈물이에요. 어흑.. 저도 같이 뛰어가요!!!! TT

후애(厚愛) 2009-08-2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뱃살 때문에 운동해야 한다고 큰 마음을 먹었는데요.
이제는 뱃살이 없어서 서운해요. 하루종일 굶어도 배가 안 고파요.
전 항상 과학향기가 재미있어요. ㅋㅋ

벌써 내일이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그리고 꼭! 건강 챙기시고요.^^

마노아 2009-08-28 13:24   좋아요 0 | URL
뱃살이 없다니 제가 부러워해야 할 것 같지만, 후애님이 식사를 너무 못하시니 안타까워요.
그게 너무 지나쳐서 이젠 배도 안 고파지는 걸까요? 흑...
한국에서 맛난 것 많이 드셔야 해요!!
전 뱃살 때문에 오늘은 집에 걸어가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ㅎㅎㅎ
후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셔용~

무해한모리군 2009-08-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렇군요.. 메모메모 ㅎ

마노아 2009-08-28 13:24   좋아요 0 | URL
에잉, 휘모리님이 무슨! 엄살이에요!ㅎㅎㅎ

꿈꾸는섬 2009-08-2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 노력에 비해 살이 안 빠졌는데 이런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었군요.ㅠ.ㅠ
아무래도 뱃살을 빼는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남편 말대로 더이상 찌지 않게 노력해야겠어요.

마노아 2009-08-28 19:45   좋아요 0 | URL
오늘은 기필코 걸어서 집에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해가 너무 뜨거워서 결국 버스 탔어요. 크흑...ㅜ.ㅜ 다이어트의 길은 멀고도 험해요!

같은하늘 2009-08-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말라서 다이어트 걱정은 안하고 살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배둘레햄이 씁쓸~~~
마른체형에 배만 나오면 정말 어찌하오리~~~

마노아 2009-08-29 06:50   좋아요 0 | URL
아아, 혹시 마른 비만일까요? 저는 '마른' 없이 '비만'이에요. 크흑...ㅜ.ㅜ

프레이야 2009-09-0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까지 잠 안 자고 맥주까지 마시고 앉아있으면 어떻게 된대요? 저 말이에요 ㅎㅎ

마노아 2009-09-01 09:09   좋아요 0 | URL
음주 댓글 중이셨군요! ^^ㅎㅎㅎ